[김동석의 세상보기] ‘아베 신조’의 망령
[김동석의 세상보기] ‘아베 신조’의 망령
  • 김동석<재미한인유권자센터 상임이사>
  • 승인 2012.10.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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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30일 마이크 혼다 의원은 110회기에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을 상정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왔다. 이튿날 110회기 내 결의안 121번(H.Res 121)으로 의회 게시판에 오르자마자 외교위원회 아태환경소위원회의 애니 팔레오마바엥가 위원장이 필자를 워싱턴으로 호출했다. 이를 막으려는 일본 측의 저지로비를 돌파하려면 미디어를 먼저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홍보전의 이니셔티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중에야 알게 됐다.)

참혹한 역사의 진실을 절대로 부인하지 못하도록 미디어에 폭로해야 한다고 청문회를 즉시 개최하자고 했다. 필자 풀뿌리 운동(GrassRoot)의 몫은 증인동원과 최대한 서명운동이었다. 아태위원장은 아예 그 자리에서 청문회 일자를 보름후인 2월15일로 정했다. 2월15일 하원청문회에 3명의 피해자 할머니(증인 2명은 한국에서 그리고 한명은 네덜란드에서 백인할머니)가 직접 나와서 증언을 했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생한 청문회의 증언이 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에 충격적으로 알려졌다. 7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해서 제출된 결의안에 동의하는 의원이 순식간에 20여명으로 늘었다.

필자로부터 8천명의 서명지를 전달받는 혼다 의원은 “최선의 결의안을 만들자”면서 100명의 의원으로부터 동의서명을 미리 받아올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100명의 의원을 확보하자 !’라는 구호가 전국의 한인커뮤니티에 슬로건이 됐다. 거의 2주에 한번 꼴로 뉴욕동포들이 대형버스로 워싱턴을 오르내렸다. 3월말에 거의 70여명의 의원을 확보했다. 의원회관을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한인들을 이상히 여긴 의회 내 미디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력한 의회신문인 ‘The Hill’은 100% 풀뿌리 시민로비가 결의안에 동의하는 의원 70명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기사로 썼다. 한인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봐도 현직의원 50명 이상을 접촉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마음을 놓고 있던 일본 측(일본대사관과 일본정부의 로비회사)이 당황스러워 했다. 필자는 아주 씩씩하게 풀뿌리 로비의 주역이 뉴욕한인들임을 알려줬다.

워싱턴의 일본대사관은 “결의안의 통과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동의의원 70명의 확보는 사실이다”라는 보고전문을 동경의 아베 신조 총리에게 보냈다. 아베 총리실은 “더 이상 결의안에 동의하는 의원이 없도록 하라!”라는 훈령을 내림과 동시에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을 추진하는 세력이 중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지 의심이 된다’라는 공문을 딕 체니 부통령실에 보냈다. (필자는 이 공문으로 인하여 한참동안 시달려야 했다)

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직접 미국의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서 미·일 관계에 결정적인 해악이 될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을 막아줄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필자가 유태인공공정책위원회의 총회장에서 17명의 의원으로부터 동의서명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의 저지로비와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했다.

K 스트릿(로비스트)에서는 인권이슈에 현직의원 70여명이 동의를 했으면 이미 그것은 통과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일본정부는 저지로비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일본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일본의 총리가 직접 워싱턴을 방문해서 백악관의 힘을 빌려서라도 이를 막겠다는 조치다. 4월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워싱턴의 앤드류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그는 공항에서 직접 의사당으로 달려왔다.

결의안을 추진하는 한인들은 이날에 때를 맞추어서 워싱턴포스트지에 광고를 내고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감행했으며 뉴욕의 한인 100여명이 연방의회를 누비고 다니면서 인권을 위한 시민의 목소리가 로비스트에 의해서 저지당한다고 아우성을 쳤다. 아베 신조 총리는 상하원 지도부들이 모인 장소에서 인사의 말도 거의 생략한 채 “미·일 관계의 악화는 미국에게 결정적인 불이익이 된다”면서 결의안을 하지 말 것을 거의 흥분된 목소리로 협박에 가깝게 연설을 했다.

부시 대통령 6년 동안 백악관과 공화당만을 상대해 온 (고이즈미, 아베) 일본총리의 무례함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탐 랜토스 외교위원장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게다가 일본의 총리실은 일본계 의원들 전원을 오찬에 초청하면서 저들 마음대로 마이크 혼다 의원을 제외 했다. 그 사실을 보고 받은 낸시 펠로시 의장은 이미 잔뜩 화가 나 있었다.

50여 년간 미국의 심장부에서 일본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연방 상원의 최고참 거물인 다니엘 이노우에가 직접 나서서 아베 총리를 거들면서 미 하원은 일분군위안부결의안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발언을 했다. 하와이 출신의 일본계 상원의원인 다니엘 이누우에는 그 이름자 자체가 힘이었다. 워싱턴 의회에서 그를 통하지 않고서는 한 푼의 예산도 배정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물이다. 의정경력 50년의 워싱턴 의회의 상징이다.

이노우에는 일본이 미국을 공격하면서 태평양전쟁을 일으키자 미국에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서 유럽전쟁에 나가는 미군으로 자원입대했다. 그는 유럽전쟁에서 독일군과 가장 용감하게 싸웠다. 그는 전투 중에 부상을 당해서 한쪽 팔을 잃었다. 그래서 그는 외팔이 상원의원으로 유명하다. 그는 의회에서 상·하원을 통틀어 애국심이라 불린다. 이누우에 상원의원은 아베 총리의 부친인 전 일본외무대신 아베 신타로가 하늘같이 모셨던 정치스승이다.

다니엘 이노우에 의원은 아시아는 일본의 지배하에 있어야 평화가 유지된다고 믿고 있는 일본 정치인들의 대부 격이다. 결의안을 저지하기 위해서 아베 일본총리가 워싱턴 의사당을 직접 찾아온 그날 저녁에 마이크 혼다 의원이 필자를 호출했다. 그날 필자는 결의안에 동의하는 100명의 하원의원 서명을 혼다 의원께 전달했다. 하원 본회의에 제출해서 표결에 붙이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혼다의원은 이노우에의 존재를 설명하면서 435명 전체 의원을 목표로 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지난 6개월 동안 우리는 모든 것을 써 버리고 말았다. 사무실 임대료를 못 내서 이미 사무실은 없어진 상황이었다. 오기와 악으로 버텨왔는데 이 일은 그야말로 끝이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생각이 들었다.(돌이켜 보면 필자에게 바로 이때가 가장 힘들었던 때였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워싱턴을 다녀간 후에 뉴욕서 구체적인 방해공작이 시작되었다. 그때에 필자는 일본계 기업에서 일하는 한인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갑자기 결의안을 하지 말아달라는 한국인들이 생겨난 것이다. 가장 노골적으로 반대의 의견을 전해 온 곳은 일본계 기업들이었다.

알고 보니 ‘닛본’이란 운송회사는 태평양전쟁 시 일본 군인이나 강제위안부를 실어 날랐던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일은 모 한국방송에서 “북한을 생각해서는 일본과 협력해야 하는데 지금 그것을 하는 일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란 논리로 결의안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친북이란 이념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정말로 어처구니없고 해괴망측한 의견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결국에 168명의 의원으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았다. 결의안은 그해 7월30일 하원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 됐다. 탐 랜토스 외교위원장이 법안을 설명하고 의장이 표결에 붙여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동안 50줄이 넘은 사내놈 한명이 머리통을 의자에 박고 소리 없이 펑펑 울어대고 있었다.

역사적인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은 일본의 60년 전범권력인 자민당을 무너뜨렸다. 결의안의 통과는 자민당과 미국과의 관계를 크게 틀어 놨다. 덕분에 아베 신조는 총리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덕분에 일본 민주당은 전후 최초로 총리직을 움켜쥐게 되었다.(일본의 권력은 90% 이상 미일관계에 의존한다)

2009년 마이크 혼다 의원은 대한민국 강원대학교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자리에서 “미주한인들이 60년 전범권력인 자민당을 무너뜨렸다”라고 연설하기도 했다.

일본의 역대총리 중에 가장 강성 민족주의자로 알려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달 26일 일본의 제1야당인 자민당의 새 총재로 선출됐다. 아베 신조 총리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귀염둥이 아우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뒤를 이어서 2006년 9월26일 총리에 취임했다가 꼭 1년 만에 미주한인들이 미 의회에서 통과시킨 ‘일본군위안부결의안’으로 인하여 총리직을 내 놨었다.

그는 야당의 수장이 되었지만 올 11월이나 내년도 여름에 치러질 총선에서 자민당의 집권당 회귀가 거의 확실해 보이기 때문에 그는 다시 총리가 된다. ‘일본군의 강제종군위안부’에 특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여 온 아베의 전면 대 등장은 동북아시아의 대 격변을 예고케 한다. 아베의 초강경 정책으로 인하여 주변국들과의 분쟁과 격돌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아베의 최종 목표는 헌법 개정이다.

그는 눈만 뜨면 “전쟁포기와 교전권을 금지한 일본헌법을 뜯어 고쳐서 군사강국으로의 길을 트겠다“고 울분을 토한다. 아베는 총리 사임 후에 총리로 있을 때에 신사참배를 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는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폐기하고 각료회의에서 새로운 담화를 내겠다고 떠들고 있다. 거기다가 그는 과거의 식민지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도 부인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일왕의 사과요구, 중국과의 센카쿠 분쟁으로 인하여 일본 내 우경화 바람이 몰아치는 기회를 살려서 자민당의 총재가 됐다.

일본의 히틀러로 불리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과 거의 피를 나눈 의형제로 통한다. 일본 식민지배에 한국은 오히려 덕을 봤다고 주장을 하는 흉악한 극우 우익 정치인이다. 독도와 센카쿠가 그를 부활시켰다라고 하는 말이 절대로 틀린 말이 아니다.

2007년 미연방 의회에서의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국은 미주동포가 있는데 우리가 그것이 없다”라는 말을 독백처럼 했다는 말이 있다. 역사인식의 괴물로 통하는 ‘아베 신조’를 통제할 방도는 오직 미국이다. 지난 5월초 아베의 스하에 있는 일본의 자민당 우익정치인 4명이 펠팍의 기림비를 방문하고 돌아갔다.

그것이 미국 시민의 재산인지 한국에서 들어온 재산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들이 미국시민사회의 재산을 철거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 절대로 어리석지 않다. 미국의 시민사회(기림비 사업)에 한국을 끌어들여서 자기들도 들어오겠다는 숨겨진 의도다. 자민당 의원들이 펠팍의 기림비를 둘러보고 간 후에 1주일도 안 되어서 한국의 정치인들이 그곳을 찾아왔다.

일본의 계산이다. 미국시민인 입장이어야 아베 신조를 이길 수 있다. 자꾸만 한국으로 달려가고 한국을 섞어놓으면 그것은 지는 길이다. 한국에서 잘했다고 대접을 해 준다고 불러도 가능하면 여기에 그냥 일상에 충실해야 이기는 길이다. ‘아베 신조’가 살아났다.

2010년 10월에 아무도 관심을 갖으려고 하지 않을 때에 우리는 펠팍에 그것을 세웠다. 심지어는 그곳의 한인정치인도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기림비를 세우고 주변을 정리(조경)하는 데에도 1년이 넘게 걸렸다. 쉽지 않지만 이것을 고집한 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섬뜩하게 다가오는 아베 신조의 유령 때문이다.

그와의 싸움에서 너무나 혼났기 때문에 별 궁리를 다하고 있음이다. 지금은 기림비가 펠팍의 효자가 되었다. NYT, CNN, FOX에도, 심지어는 SBS특파원은 그것을 최초 보도했다는 것으로 한국방송대상 특종상을 타기도 했다.

펠팍의 기림비가 일본 제국주의의 발톱에 가시가 되어서 일본을 평화의 길로 나가게 하려면 절대로 이것이 한국용이 되면 안 된다. 우리가 미국의 시민일 때에 아베를 이길 수가 있다. 한국과 섞이면 진실이 그렇다 해도 미국이 한국 편을 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지나가는 아이도 이해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상황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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