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인들은 쥐 고기를 먹나요?
[기고] 한국인들은 쥐 고기를 먹나요?
  • 박채순<트랜스문도 대표, 정치학박사>
  • 승인 2012.10.05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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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순 대표
세계화로 전 세계가 지구촌이 된 오늘날에도 문화가 많이 다른 외국 생활에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 앨빈 토플러가 지적한 문화 충격(文化 衝擊)에 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타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각 국가나 민족의 고유한 문화는 좋고 나쁨을 가릴 수 없고, 또한 선진국 후진국을 따져서 우월을 가릴 수도 없으며, 한 문화에 다른 문화를 종속시키는 일방적인 주장도 무리일 것이다.내가 이민자로서 거주했던 남미의 아르헨티나라도 한국의 문화와 습관이 다른 부분이 참 많다. 서로 다른 문화 차이에서 겪게 되었던 곤혹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남 앞에서 방귀를 뀌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으나, 한국 어른들은 남의 눈치 안보고 실례를 하는 경우는 흔히 있지 않는가.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든다든지, 음식을 먹을 때 후룩 후룩 소리를 낸다든지, 신발을 아무데서나 벗어 양말을 보이는 등 한국인들이 무심코 하는 행동은 그 나라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다.

반대로 그 나라에서는 젊은 아가씨들도 코를 풀면서 일부러 소리를 내는 듯 할 때는 우리가 민망하여 고개를 돌린다. 젊은이들이 나이를 구별하지 않고 상대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이야기하거나 심지어는 나이든 한국인들에게도 담뱃불을 달라고 할 때는 싹수없음에 할 말을 잃고 만다.

사람을 툭툭 부딪치며 지나가도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하는 경우가 서울에서는 곧잘 있는 일이다. 그럴 경우 그네들은 반듯이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지나가고, 만약에 몸을 스치기라도 한다면 매우 죄송하다는 표현을 하는 게 일반적인 예의이다.

이러한 문화의 차이는 현지에 뿌리내리면서 빨리 적응되어 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음식문화다. 한국인이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못 배기는 김치를 먹는 것도 큰 문제 중 하나다.

처음 이민 가서 어렵게 구해서 김치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옆집 현지인 아주머니가 쫓아와서, 여기 저기 킁킁거리면서 가스 냄새가 난다고 수선을 떤다. 김치 냄새가 그들에겐 가스 냄새로 느끼기 때문이다. 삼겹살에 마늘 한 조각을 넣어서 먹는 상추쌈은 옷에 베이는 마늘 냄새를 역겨워하는 현지인 때문에 가급적 삼가야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문제는 몸보신을 하고자 어른들이 즐기는 보신탕 문제다. 애완견을 친 자식 이상으로 여기는 그들에게 우리가 개를 식용으로 한다는 것이 알려질 경우에는 세상에 없는 야만인이라고 취급받을 것이 불문가지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한인회에서는 보신탕을 근절하자고 홍보를 하고 언론을 통해 주지시키며, 보신탕을 취급하는 음식점을 단속하는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지만 그 문화는 전혀 단절되지 않는다. 특히 복날에는 보신탕을 먹어야만 여름을 잘난다고 믿는 사람들의 보신음식을 근절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한번은 한인 몇 분이 옥상에 올라가서 개를 잡아 태우는 장면을 목격한 현지인의 고발로 매스컴에 보도되었을 때에는, 정말 모두가 보따리를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문제가 컸었다.

나는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하여 여러 방송국 프로그램에 초청 받아서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을 소개하는 기회가 많았다. 한국이 4강까지 올랐던 하루,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인기 있고 지식인에게 영향력이 컸던 어느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초청을 받고 한인 몇 분들을 동행하여 생방송에 출연하였다. 축구라고 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지고 싶지 않은 그 나라의 대표 팀이 졸전을 벌려 탈락한 반면, 한국 팀은 4강에 올랐을 때였다.

진행자는 이런 저런 이유로 한인에게 별로 호감을 갖지 않던 사람이었다. 한국의 짧은 시간에 이룬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쟁취 그리고 축구 발전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던 진행자 호르헤 라 나따(Jorge Lanata)씨가 “한국인들은 쥐고기를 먹습니까?” 라고 기습적으로 질문을 해왔다.

언젠가 중국인 음식점에서 쥐고기가 나왔다는 소문이 돌아 중국음식점이 문을 닫는 경우까지 있었다. 더군다나 한국인의 보신탕 문제가 프랑스에서 제기되어 외신에서 떠들썩했을 때라 진행자의 본심은 개고기 문제를 다루기 위한 전초로 쥐고기를 꺼낸 것이었을 것이다.

이 방송을 지켜보던 우리 교민들이 바싹 긴장했단다. 그때 내가 주저 없이 대답하기를 “한국인은 La Rata는(쥐고기)는 물론 La Nata(프로그램 진행자의 성인 La nata)도 먹지 않습니다.”라고 응수했다. 라 라따인 쥐고기의 발음과 진행자 호르헤의 성(姓)인 라나따의 발음이 비슷하여 이를 빗대어 응수했던 것이다.

방송을 진행하던 라 나따는 물론 주위의 방송보조 등과 시청자들이 한국인의 재치에 폭소와 갈채를 보냈고, 그는 더 이상 쥐고기는 물론 개고기에 이르지 못하고 말문을 닫고 말았다. 이 방송은 “이번 주의 말” 이라고 하여 그 방송 내용이 다른 방송에까지 인용되어 여러 날 동안 이런 저런 멘트를 부연해서 시청자를 웃기는데 이용되었다.

그 무렵, 그 사건으로 내가 사는 곳인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물론 먼 시골 어디를 가더라도 나에게 접근하여 TV프로를 이야기하고 아는 체를 하며, 어떤 이는 사인을 해 달 라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편안한 것 중에서 으뜸은, 언제 어디서나 김치나 마늘을 마음껏 먹어도 고약한 냄새난다는 사람 없고, 보신을 하고 싶으면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스럽게 보신탕을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세계화가 아무리 진전된다 하더라도 나라마다 갖고 있는 습관과 문화는 짧은 시간 내에 세계적으로 보편화될 수가 없을 것이다.이제는 내 나라, 내 문화 속에 편안하게 살면서 한국에 들어와서 우리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외국인들에게 그들 문화와 우리문화의 차이로 인해 당황해하지 않게 양 문화를 비교 설명하고, 문화의 다름으로 해서 차별 받지 않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이 내겐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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