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정원에서의 콘서트(Garden Concert)
[Essay Garden] 정원에서의 콘서트(Garden Concert)
  • 최미자<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2.10.07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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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특별한 콘서트가 있는 날이다. 샌디에고 남서쪽의 아름다운 바닷가, 코로나도 섬(Coronado Island)으로 간다. 1890년 마을이 설립된 이 섬의 이름은 스페인어로 '왕관 하나'라는 뜻이어서 'Crown City' 라는 별명을 지녔다. 섬의 절반은 해군기지가 차지하고 있다.

마주 보고 있는 샌디에고 만과 거대한 태평양을 끼고 있는 섬은 우아한 은빛 해변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인구가 약 2만 사오천쯤 되고 22개의 골프코스와 17개의 테니스코트가 있다. 여인의 가느다란 허리 곡선처럼 길죽한 코로나도 다리 위에서 자동차의 창문으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요트들을 바라보며 그림 속 같은 동네를 향해 달렸다.

일 년에 한 번 여름이면, 샌디에고 만돌린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짐(James Trepasso) 의 집 정원에서 연주가 열린다. 아내 캐론린(Carolynn)과 함께 점심을 마련하여 30여 명이 넘는 만돌린 회원들을 초청하여 지휘자인 그가 고마움을 전하는 날이다.

오래된 빅토리아 스타일의 집들이 들어선 골목. 이십여 평 되어 보이는 정원에는 뜨거운 태양을 가리려고 여러 개의 커다란 우산과 텐트를 펼쳐 놓았다. 지휘자가 요청한 대로 각자 앉을 의자를 들고 갔는데,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짐 부부에 대한 고마움으로 볶음밥을 푸짐하게 만들어 갔다. 잡곡밥에 소고기와 빨강, 초록색의 파프리카를 잘게 썰어 색깔을 내고 검정 참깨로 마무리했다.

부엌의 간이 식탁에 뷔페로 차려 놓은 타코 스타일의 주메뉴와 멤버인 트레샤가 가져온 콩 샐러드. 식당 방에는 여러 가지 후식들과 과일들이 차려져 있었다. 식후에 나는 두부처럼 생긴 연갈색의 부드러운 플란(Flan)을 처음 먹어보았다. 지휘자의 사위, 푸에르토리칸인 훌리오가 자기 할머니의 요리비법을 배워 달걀과 우유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미국 남편들은 요리도 썩 잘한다. 일하는 아내를 돕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가 앉은 테이블에서 미국인들이 한국 쌀에 대하여 물었다. 현미와 찹쌀과 보통 쌀을 함께 넣어 나는 오늘의 밥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먹는 미국 쌀은 윤기가 없기에 한국인의 쌀밥 맛을 보면 신기해한다. 날이 무척 더워 상할까 봐 콩은 넣지 못했다.

평소에는 연습하느라 대화할 시간도 별로 없었지만 오늘은 맛있는 식사를 하며 친교를 했다. 영어 듣기가 서투른 우리는 늘 조개처럼 입을 다물곤 했는데, 짐이 지난해 나의 도서실 북 사인회에서 연주해준 후론 늘 챙겨준다. 연주회 때면 나도 참석하여 감상도 하고 사진을 찍어 추억을 그에게 이메일로 보내기도 한다.

점심을 먹고 난 후, 그의 아담한 정원에서 평소에 연습하듯 회원들은 연주를 시작했다. 곧 샌디에고 북쪽 Fallbrook의 도서관에서 연주할 곡들이다. 사람들 사이로 늙은 개 로지(Rosie)가 가끔 어슬렁거리며 지나갔다. 커다란 우산 위로 무화과나무가 서 있다. 담 곁으로 플루메리아 꽃이 피어 있고 버취(Birch)가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는 집 대문보다도 키가 컸다.

십여 명은 집안에서 앉아 듣고, 정원에는 연주자와 방청객이 40여 명이 앉아 있다. 날이 더워서인지 십여 명의 회원이 오지 않았다. 지휘자의 처남이 악기를 연주하는 아내를 데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려와 Fluke(ukulele)를 연주하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또, MaKinley 와 Millican 부부는 멋진 구성원이다. 각자 지닌 음악 재능으로 매주 수요일 저녁에 모여 연습하고, 초청받는 곳마다 무료 연주를 하기에 찬조금도 들어온다. 'Belle Aire'라는 만돌린을 위한 연주곡을 작곡한 부부(Eduard Schwan) 도 왔다. 베이스 기타를 치는 랄프와 기타리스트들은 오래된 프로들이다.

남편은 유일한 아시안이다. 은퇴 후 그만의 보람있는 시간으로 집 근처 대학교에서 기타수업을 계속 받으며 맹연습을 하고 있다. 코로나도는 땅값이 비싼 곳이라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토요일인데 사람이 길에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예의가 있는 이웃들은 아마도 창문을 열어 놓고 조용히 흘러오는 멋진 선율을 감상하는 듯했다.

미시간주의 시골에서 태어난 지휘자는 샌디에고의 코로나도 고등학교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은퇴한 후, 샌디에고 만돌린 오케스트라를 수년째 이끌고 있다. 거실에는 골동품 피아노가 세 대나 있다. 만도 첼로를 들고 지휘하며 트렘펫도 부는 재주꾼 집 안에는 아내와 딸이 기르는 초록색 앵무새가 재잘댄다.

늘 따듯한 마음을 가진 지휘자의 가족 사랑이 흐르는 소박한 집을 나온 우리는 목조 건물로 유명한 델 코로나도 호텔(Del Coronado Hotel)이 있는 오렌지 길을 따라갔다. 관광 온 사람들이 여유롭게 걷는 도로를 유턴하여 다시 다리를 되돌아오며 마음도 훈훈했다. 게다가 이글을 완성할 무렵에는 배꼽을 잡는 노래 '강남스타일' 이 미국 뉴스에 나와 싸이처럼 대한민국 만세라도 부르며 길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Music is my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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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교포월간지 ‘피플 오브 샌디에고’ 주필 역임, 수필집 ‘레몬향기처럼(2007년)’과 ‘샌디에고 암탉(2010년)’을 출간했고 한국문인 및 미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재미수필가. 샌디에고 라디오코리아(www.sdradiokorea.com)에서 '최미자의 문학정원‘ 매주 금요일 연출과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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