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설 하멜'과 '하멜표류기'의 행간
[칼럼] '소설 하멜'과 '하멜표류기'의 행간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2.10.07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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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후손들이 20년전까지 강진에 살았다"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국제문제 전문가다. 그가 최근 ‘소설 하멜’을 펴내 화제다.

하멜은 조선 중기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하던 도중 제주도로 난파해 들어와 13년간 체류하다 탈출에 성공했다. 그는 당시의 체류 경험을 책으로 펴내 서양세계에 조선이라는 존재를 알렸다. 책 원제는 ‘네덜란드선 제주도 난파기’. 우리에게는 ‘하멜 표류기’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김영희 대기자는 ‘소설 하멜’을 집필한 데 대해 “국제감각이 없는 지배층 아래 고단한 삶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양문물을 받아들일 절호의 기회였는데도 이를 방기한 ‘국가적인 기회 상실의 전형’으로 이 사건을 본 것.

김영희 대기자는 이 책을 통해 오늘의 국제정세와 한반도의 향방을 타진하고, 지배층에 일침을 가하고자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에 행간을 없을까? 하멜 표류기가 적은 대로 조선의 임금과 신하는 국제감각 없이 꽉 막혀 있고, 조선의 지식인들도 호기심 하나 없는 우물안의 개구리였을까?

필자는 꼭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3년전 전남 강진을 다녀온 후 그런 생각이 더 커졌다. 당시 필자는 이런 내용의 여행기를 적었다.

“강진에 닿아 처음 간 곳은 병영에 있는 하멜기념관이었다. 병영은 조선시대 호남을 지키던 지상군사령부가 있던 곳이었다. 해군사령부이던 통영처럼 지금도 병영이라는 지역이름으로 남아있는 게 신기했다.

하멜기념관 앞의 넓은 공터에서는 마침 병영 면민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하멜기념관을 둘러본 감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뭘까. 나는 ‘의(疑)’자라는 생각을 했다. 송나라 정이 선생은 “배움이란 의심할 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전에 ‘하멜 표류기’를 읽은 적이 있다. 하멜 일행은 나가사키로 가는 길에 조선에 표류해 갖은 고초를 겪고 탈출했다는 게 책의 주된 내용이다. ‘하멜 표류기’에 그려진 조선은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였다. 하지만 병영의 하멜기념관을 둘러보면서 나는 다른 생각을 해봤다. 표류기에도 ‘행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멜기념관을 안내한 강진군청 관광해설사는 이렇게 말했다.

‘20년전까지만 해도 하멜 일행 후손들이 이곳에 살았습니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었지요.’

그랬군. 조선은 당시 나름의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조선은 하멜 일행이 표류해오자 그들이 갖고 있는 첨단 과학지식을 탐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들을 한양의 훈련도감으로 배치했다.

하지만 이들이 청나라 사신을 찾아가 본국 송환을 요구하는 등 외교적인 두통꺼리가 되자 이들을 먼 남쪽의 강진으로 보냈다. 강진은 청나라와는 먼 곳으로, 호남의 육군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이곳으로 하멜 일행을 보낸 조선 조정의 뜻은 뭘까? 유배일까? 그게 아닐 것이라는 게 내가 느낀 ‘의(疑)’자의 실체다.하멜 일행을 억류해놓고 서방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려는 조선 조정의 뜻과 하루라도 빨리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하멜 일행의 뜻이 교차한 곳이 바로 이곳 병영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었다.”

하멜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선원이었다. 그는 조선에 체류한 13년 동안의 임금을 받기 위해 보고서용으로 이 책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보고서라면 조선 체류를 힘겹게 묘사하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갖은 고초 속의 억류생활이었다고 적는 것이다. 조선 체류생활의 양면 가운데, 어려운 면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필자는 ‘하멜 표류기’에 행간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행간을 소설로 채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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