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 ⑨] ‘광복’ 재조명
[삼강만평(三江漫評) ⑨] ‘광복’ 재조명
  • 정인갑<북경 청화대 교수>
  • 승인 2012.10.13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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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각 나라는 일본의 침략과 식민통치를 받다가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투항으로 인하여 광복되었다.’ 우리는 60여 년간 이렇게 여겨왔지만 지금 꼼꼼히 생각하여 보면 이 말에는 문제점이 있다. ‘광복’이란 말의 의미를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광복을 통하여 일본에게 강점되었던 나라를 되찾고 해방되었을 뿐 많은 문제 상에서 광복된 나라로서, 피해국으로서의 응분의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a, 일본은 지금까지 저들의 한국, 중국 등에 대한 침략을 승인하지 않는다. 이런 나라에 ‘진출’했느니, 그들에게 ‘구미의 침략을 막아주었’느니, 그들의 ‘진보와 발전을 도와주었’느니 라고 왜곡하며 이런 내용을 역사교과서에까지 써넣고 있다.

b, 야스쿠니 신사에 침략 원흉들을 민족영웅으로 모셔놓고 나라 수상(首相)을 포함한 광범위한 일본인들이 참배하고 있다. 이러한 작태는 피해국에 대한 정신적 타격으로 되고 있다.

c, 아직 영토완정의 권리를 일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니 광복으로 찾은 나라의 주권도 에누리 없는 주권이 아니다. 이를테면 일본이 한국의 독도를 자기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중국영토 조어도(釣魚島)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일본이 속심은 독도와 조어도 뿐만 아니라 한국 전역과 중국 만주가 지금도 자기의 영토라는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d, 피해국은 아직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e, 중국과 북한은 아직 전쟁배상금을 받지 못하였고 한국도 겨우 새발에 피에 불과한 배상금밖에 받지 못하였다.

f, 일본이 식민통치와 침략전쟁 중 노략해간 피해국의 많은 국보급(國寶級) 문화재를 아직 돌려받지 못 하도 있다. …

상기 외에도 문제가 많을 것이지만 필자의 역사지식이 천박하므로 일일이 열거하지 못한다. 이런 황당한 일이 존재할 수 있는 원인은 당시의 특수한 시대배경과 관계된다. 2차 대전은 반파쇼 전쟁으로부터 출발하여 공산주의진영과 자본주의진영의 대립으로, 즉 냉전체제의 진입으로 결속 지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2차 대전이 끝나자마자 미국은 바야흐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공산주의를 막고 강대한 소련을 견제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므로 패전국 일본을 진일보 청산하기보다는 재무장시켜 공산주의와 소련을 견제하는 군사 동맹으로 삼아야 했었다.

중국에는 장개석과 모택동의 대결이 대두됐다. 장개석은 공산당을 소멸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일본의 도움을 받아야 했었다. 그리하여 ‘덕으로 원한을 갚는다(以德報怨)’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본침략자를 우대하며 광복의 권리를 관철시킬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대만소속 조어도(釣魚島)도 이런 정치 분위기 속에서 미국의 손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갔다.

한반도도 중국의 정세와 비슷하였다. 광복의 권리를 관철시킬 사이도 없이 이내 이승만과 김일성의 대결이 대두됐다. 북한 공산주의 세력을 막기 위해 미국 군정부나 이승만은 일본의 식민통치를 심도 있게 청산할 여지도 없었고 또한 청산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일본은 미국에 패전하고 투항했지 한국, 중국 등에게 패전하고 투항한 것이 아니다. 한국, 중국 등을 침략도 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패전도 투항도 하지 않았는데 웬 ‘광복’이란 말인가? 일본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피해국들이 짝사랑으로 외치는 ‘광복’이지 사실은 ‘광복’이 아니다. 또한 이내 전승국 미국과 한 편으로 되어 자유세계를 보위하는 전초병으로 되었으니 자기의 침략과오를 승인하지 않을 ‘구실’이 당당하고, 이어 세계에서 버금가는 경제대국까지 되었으니 더욱 거만해졌다. 그러므로 60여 년간 피해국에 져야 할 응분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대 원인을 빌미로 일본의 착오를 합리화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같은 시대환경에 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전쟁의 과오를 철저히 승인하고 탈태환골(脫胎換骨)하였다. 독일이야말로 거인(巨人)의 나라이며 일본은 왜인(矮人)의 나라이다.

지금은 시대가 변하였다. 우선 이데올로기 대립의 냉전 체제가 없어졌다. 다음은 경제성장을 이룩한 중국이나 한국이 일본의 눈치를 보아야 할 이유도 기본적으로 없어졌다. 우리는 60여 년간 외쳐온 ‘광복’을 재조명하여야 한다. 광복 후 찾지 못한 모든 권한들을 지금부터 시작해서 찾아야 한다. 우리는 시계바늘을 1945년 8월 15일로 돌려놓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우선 한국, 중국 등 피해국이 단결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음은 미국의 태도가 변하게끔 유도하여야 한다. 냉전체제가 해소된 이상 미국은 동맹국이라는 입장을 고집하며 일본의 편을 들어주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 새로운 태도로 나설 수 있는 시대적, 역사적 장애는 거의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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