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29]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아! 대한민국 29]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2.10.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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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지금도 그 그림이 그대로 있는지 모르지만 청와대 본관의 전면에는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었다. 왕조시대의 유산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일월오봉도는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원래 궁궐 정전(正殿)의 중앙에는 용상이 있고, 용상의 뒤편에 둘러쳐져 있는 것이 일월오봉도였다. 현행 1만원권 지폐에도 세종대왕 초상의 배경으로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다.

해와 달은 하늘을 나타내고, 다섯 봉우리의 산과 바다는 땅을 대표한다. 소나무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하늘사다리’역할을 한다. 음양오행의 사상으로 우주의 세계를 표상한 것이다.

그중심에 왕이 있으니 이 그림은 왕의 권력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문화권이지만 중국∙일본∙베트남에는 이런 그림이 없다. 이는 조선왕조의 독창적인 창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일월오봉도는 시경(詩經)의 ‘천보(天保)’라는 시의 내용을 그린 것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늘이 당신을 보호하고 안정시키사/ 매우 굳건히 하셨네/ 높은 산과도 같고 큰 땅덩이 같으며/ 강물이 흐르듯/ 달이 점점 차오르 듯/ 해가 떠오르 듯/ 결코 무너지지 않으리/ 소나무의 무성함과 같이/ 당신의 후계에 끊임이 없으리.”

과연 이 시의 내용은 일월오봉도에 좌우대칭으로 그려져 있는 해와 달, 다섯 개의 산 봉우리, 넘실거리는 파도, 한 쌍의 폭포, 그리고 네 그루의 소나무를 모두 품고 있다.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진채(眞彩)를 사용한 장식도안이 화려하면서도 아주 품위가 있어 임금의 권위를 뒷받침 해준다. 일월오봉도는 세월의 흐름 속에 계속 새것으로 교체되어 왕조의 마지막까지 그 전통을 유지하였고, 현재도 약 20폭의 그림이 남아있다. 집체적 창작품으로 당대 제일가는 도화서 화원들이 그렸으니, 일월오봉도는 명화 중의 명화일 수 밖에 없었다.

현재 남아있는 일월오봉도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소장하고 있는 18세기 병풍이다. 가로 길이가 4미터에 가까운 크기에 웅장하고 생동감 넘치는 장관이 펼쳐져 있다. 산에는 바위들이 겹겹이 쌓여있고, 바다는 둥글게 도식화된 파도와 물보라로 묘사돼 있다. 소나무는 붉은 색의 줄기와 녹색 이파리가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데, 이 병풍에서는 다섯 봉우리의 산이 크게 부각돼 있다. 이는 임금이 좌우의 신하를 거느린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일월오봉도의 서민 버전이 민화 일월부상도(日月扶桑圖)인데 여기서는 산 봉우리보다 해와 달의 비중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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