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글뽀글 구수한 정
황토풍로인 듯 끓고 있다
코를 찌르던 메주 내음이
할머니 손맛으로 우러나고
밥알을 꼭 꼭 씹어 가만가만 먹여줄 때의
어머니 입 냄새가
뚝배기에서 풍겨난다
가곡천의 비릿한
물이끼 향도 감돌고
몇 번을 주어먹어도 배탈 전혀 나지 않던
흙벽의 그 냄새가 코끝에 흥건히 머문다
수저도 들지 않았는데
고향집 부엌에 들어선 듯
옛 맛 찾는 입속으로 군침이 먼저 돌도있다.
<이용대 제3시집 ’바위도 꽃을 피운다’ 65쪽>
고향 맛
아무리 타향에 오래 살아도 말투나 입맛은 변치 않는다. 변할 수가 없다. 우리의 토속 음식에서 향수를 자아내가 하는 것 중 한 가지가 청국장이다. 청국장도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그 맛과 향 속에는 구수한 우리민족의 소박한 정서가 서려있다. 강원도에서는 이를 두고 ‘듬뿍장’이라고 한다.
지금 싱크대의 주방도구는 전자 제품이 다 차지하고 있지만 고향의 옛 부엌마다는 무쇠 솥과 황토 부뚜막 그리고 불 아궁이, 물 옹가지, 그 옆에 작은 황토풍로가 있었다. 불잉걸을 두세 개 밑에 넣고 숯을 올린다. 찌개 냄비를 놓은 후 풍로의 작은 바람구멍에 대고 부채를 붙며 불꽃을 살려낸다.
도시 음식점에서 청국장이 뽀글뽀글 끓으면 은근히 할머니 어머니 생각이 난다. 식당에서 먹으면 도무지 그 때 그 맛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그렇다. 각종 조미료와 양념, 향신료들에 길들여진 현대 도시 식탁문화라 해도 토속 음식 맛은 잊을 수 없다. 그 맛이 우리의 맛이기 때문에 그렇다. 거의 상실해버린 듯한 대한민족의 근본 정서를 음식으로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토속문화를 되살려 유지하는 노력으로 피폐해진 거리의 인정을 하나하나 되살려야 할 것이다.
늦가을 오늘 저녁에도 강원도 산촌 어느 집 정지에서는 구수한 청국장이 끓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