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2] 창립 60주년 흔들리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연재-2] 창립 60주년 흔들리는 연변조선족자치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2.10.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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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60주년이자 한중수교 20주년의 해다. 하지만 연변은 위기를 맞고 있다. 조선족 인구가 급속히 줄어간다. 인재들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조선족이 빠진 자리에는 한족들이 들어오고 있다. 연변의 주도인 연길시에서는 매년 1천800쌍의 부부가 이혼하고 있다. 조선족 자녀의 탈선도 적지 않다. 자치주 해제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월간중앙의 요청으로 9월 초 중국 연변 조선족 사회를 취재했다.<편집자주>

북한 나진항 사용권을 맨 먼저 확보한 중국 회사는 대련의 창리(創立)그룹이다. 이 그룹은 2008년 나진항 1호부두 사용권을 북한으로부터 따냈다. 이어 4,5,6호부두 건설권과 50년 이용권도 확보했다.

나아가 중국은 최근 청진항 부두 사용권도 따냈다고 한다. 연변일보는 최근 보도에서 길림성 도문시 소재 연변하이화(海華)그룹이 청진항 부두 운영권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북한항만총회사와 청진항을 운영하는 청진항해운항만합작경영회사를 공동설립했다는 것. 북한측은 부두사용료를 투자하고, 하이화그룹은 돈을 댔다고 한다. 지분은 북한과 중국이 4대 6으로 나누고, 30년간 청진항 3,4호 부두를 공동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나진항은 연간 600만톤, 청진항은 연간 700만톤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어 동북지역의 물류를 해소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말년에 동북지역을 수차례 방문한 것도 나진 선봉항 때문이라고 해요. 장길도 계획이 성공하려면 동해로 나가는 문이 열려야 하거든요. 훈춘에서 동해로 나가자면 나진 선봉을 통하는 게 바람직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동북으로 초청해 장춘과 길림, 도문을 둘러보도록 한 것이지요”

연변한국인(상)회 김진학 회장의 해석이다. 그는 김정일 방문때 한국기자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동해로 가는 길림성의 대문을 열어달라는 중국측의 요청에 호응하면서 장길도계획이 박차를 받게 됐다고 소개했다.

▲ 연길두만강투자무역박람회에서. 왼쪽에서 두번째가 농심백산수의 김병순회장, 조백상 주심양총영사, 김진학 연변한국인회장

연변과기대 김한수 교수는 나아가 “연변이 장강 주강 못지 않은 경제특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길두만강투자무역박람회에 참석한 그는 “중국정부가 지난 4월 훈춘을 두만강지구국제합작시범구로 지정했다”면서 “경제특구가 지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훈춘 포스코현대가 국제시범합작구에 물류센터 착공식을 가졌어요. 중국은 훈춘국제시범합작구의 성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김교수는 중국의 동북진흥정책과 장길도계획, 훈춘국제시범합작구와 같은 것은 국가정책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가정책은 언젠가는 실현됩니다. 이제 때가 온 것입니다. 장강유역이나 주강유역에 못지않을 큰 변화가 옵니다. 연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엄청난 기회입니다. 연변이 동북아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연변에 있는 기업들이 한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중국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중국에서 개발한 기술이 세계로 나가도록 하는 역학을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대한상의가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한국-길림성 경제무역교류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의 48개 기업과 길림성의 48개 기업이 파트너십을 갖고, 파터너기업과 개별 투자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협약을 했습니다. 4조원에 이르는 투자규모입니다. 그 안에는 5대그룹도 들어있습니다. 길림성 당서기가 이 협약을 체결할 때 참석했습니다.”

길림성의 대문이 동해로 열리면서 연변자치주에 대한 중국 정부의 투자도 대폭 늘었다. 우선 연변자치주 주도(州都)인 연길의 시가지 모습이 대폭 바뀌었다. 2년만에 찾은 연길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연길 시내를 남북으로 가르는 부르하퉁하 주변도 많이 바뀌었다. 부르하퉁하는 만주어로 ‘버드나무가 많은 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거 강변을 채웠던 버드나무 숲은 이제 빌딩 숲으로 바뀌었다.

“가운데 보도 만들고, 둑 옆으로는 산책로도 만들었습니다. 놀이시설, 체육시설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조영길 연길시 부시장은 “연길은 최근 2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 한국의 개발경험도 참고했다”고 소개했다. 연길대교 부근에는 공원이 조성돼 분수대가 시종 음악에 맞춰 물을 뿜어냈다. 저녁이면 분수대 공원에서 야간 야외공연도 열렸다.

▲ 조영길 연길시부시장과 필자
연변은 자치주 성립 60주년을 맞아 시가지 조성에 큰 투자를 했다. 자치주 정부 청사도 새로 지어 이전했다. 주정부 청사 앞으로는 21만평방미터 넓이의 아리랑광장도 조성했다. 길림성 최대의 광장이다. 이 광장 가운데로 연길도서관도 이전했다. 자치주 성립 60주년 행사를 치른 6만명 수용규모의 연길체육장도 새로 지었고, 그 옆으로 중국조선족박물관도 웅장한 기와지붕의 모습으로 새로 문을 열었다.

“정부 투자뿐 아니라, 민간투자도 많이 이뤄지고 있어요.” 연변에서 도토리 제품 생산공장을 경영하는 문용철 사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모아산 기슭의 중국조선족민속원으로 안내했다. 모아산은 이름처럼 모자를 닮은 산이다. 연변자치주 영빈관도 이 산에 있고, 산 정상에는 삼림공원도 있어 휴일이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 기슭에 대형 개발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 중국조선족민속원 입구
“이번에 문을 열었습니다. 보다시피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9.3 자치주 기념일을 맞아 서둘러 문을 연 듯, 민속원은 곳곳에 단장이 덜 된 모습이었다. 길옆으로 거대한 기와지붕 상가 수십동이 1km 가량 열을 지어있고, 한 켠으로는 우리 전통가옥 촌이 기와지붕 초가지붕을 이고 펼쳐져 있었다. 민속풍정원 구역이었다. 거기에는 마침 씨름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우진그룹이라고 북경에 있는 한족 기업이 투자를 했습니다. 조선족민속원은 자치주 유치 항목이었습니다. 투자하면 많은 혜택을 준다고 했는데도, 연변 안에서는 투자기업을 찾지 못했어요. 결국 북경의 한족 기업이 항목을 받았습니다.”

▲ 중국조선족민속원에서 씨름대회가 열리고 있다
민속풍정원 자체로는 크지 않지만, 전체 개발계획은 총 3백90만평방미터에 20억위안(우리돈 3천700억원 상당)을 투자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조선민속촌을 구실로 거대한 상업시설과 주택단지 투자를 한 것 같았다.
“상가가 수백개, 작게 나누면 수천개 가게가 입주할 수 있어요. 고급주택 분양광고도 내고 있습니다. 땅을 거저 얻다시피 했다는 말이 있어요.”

입구에서 1km 쯤 걸었을 때 다시 거대한 건물이 가로막고 있었다. 민속촌을 투자한 업체가 식물원을 짓는다는 것이다. 식물원은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듯했다. 식물원 옆의 널찍한 공터에는 고급주택단지를 위한 터 닦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달 남방 기업들이 연변에 와서 1천1백억위안(18억불 상당) 투자계약을 하고 갔어요. 이와 달리 중국 산서성의 석탄 라오반(老板, 사장이라는 뜻)은 4억불을 투자해 80만평방미터를 개발하겠다고 이미 계약했어요.”
대종호텔에서 만난 전규상 천우그룹회장의 말이다.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연길에 들어서는 건물 4분의 1을 지은 건설회사 오너다.

연변자치주 성립 60주년 행사가 열린 연변체육장은 물론, 그 옆에 들어선 중국조선족박물관도 그의 회사가 시공했다. 연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26층짜리 국제호텔도 그가 건설했고, 과거 영빈관 건물이던 백산호텔과 대종호텔로 이름이 바뀐 대우호텔도 천우그룹의 작품이다.

전회장이 이끄는 천우그룹은 과거 국유회사였다. “1980년 전에는 천우가 연변지역 건축공사 100%를 시공했어요. 그러다 99년 주식제로 바꾸고 2005년 완전 민영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연변에서 발주되는 공사 4분의 1은 천우에서 맡는다고 한다.

그는 이북지역의 건설공사도 많이 해왔다. 나진의 카지노호텔도 천우가 지었고, 태국이 투자한 국제통신센터, 미국교회에서 투자한 나선(나진선봉)병원, 나선빵공장도 그가 지었다. 한국소망교회가 후원해서 지은 평양과기대도 천우가 지어서, 그가 준공테이프를 끊었다고 한다. 전회장은 “장길도 개발계획과 나진선봉의 물류길이 열리면서 연변으로 돈이 몰려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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