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향 우리 어머니] 도쿄 박영진 ‘시골집’ 사장
[우리고향 우리 어머니] 도쿄 박영진 ‘시골집’ 사장
  • 도쿄=유선종 기자
  • 승인 2012.11.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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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혼자 계시는 게 마음에 걸려”

 
도쿄 JR오카치마치역에서 아키하바라 방면, 쇼와도오리에 인접한 곳에는 항상 푸근함이 넘치는 한국 가정요리 시골집이 있다. 박영진 사장은 오랜 고향 사람처럼 기자를 맞았다. 한국에서 15년 동안 공무원생활을 한 그는 현재 보석관계 사업을 하는 남편, 3개월 된 아들 승은이와 2003년 일본에 왔다. 그는 일본에 와서 간병인 도우미 자격증을 따서 ‘헬퍼’ 일을 했고, 4년 전 현재운영 중인 시골집을 오픈했다. 그는 현재의 일본생활이 재미있고 보람 있다고 말했다.

<미꾸라지 잡고, 호롱불 키던 어린 시절>
박 사장의 고향은 인삼으로 유명한 충남 금산. 삼사업을 했던 아버지는 4남1녀의 셋째이자 유일한 딸인 박 사장을 유독 예뻐했다. 예전 어른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딸을 밖에 못나가게 했지만, 오빠들을 따라 미꾸라지 잡으러 다녔다. 그는 아버지가 인삼농사를 짓다보니 저녁이 되면 집 주변은 항상 캄캄했고, 밤에 호롱불을 키러 나갈 때, 무서웠던 기억도 떠오른다고 말했다.

어릴적 박 사장의 집은 항상 손님들로 붐볐다. 음식솜씨가 좋으셨던 어머니는 항상 집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한결 같이 식사나 술안주를 챙겼다. 지금도 어머님은 손수 나물이나 여러 재료들을 일본에 있는 딸에게 보내준다.

금도 마을 품앗이 일을 하고 계시는 그리운 어머니. 그는 어머니의 소일거리로 생각해 품앗이 일을 말리지는 않지만 어머니가 가급적 일을 조금만 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타국에서 살고 있는 박 사장에게 무릎이 안 좋은 어머니의 모습은 가슴 시리다.

<이윤보다 정으로 오래갈 수 있는 가게로>
시골집은 고향에서 보내준 재료로 점심, 저녁 식사를 만들고 손님을 맞는다. 이 가게 단골이라는 한 사람은 기자에게 “예약을 받고 있지 않는데도 매일 저녁 시골집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살짝 귀띔을 한다.

“우리 식당에서 타국생활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길 바랍니다.” 음식을 통해 고향의 정을 느끼는 게 본인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박 사장. 시골집은 고향에서 보내주는 재료를 주로 쓰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는 이윤보다 손님들과 정을 나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 사장의 시골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갑자기 기자에게 막걸리 한 사발을 권한다. 왜 그렇게 단골들이 많은지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오는 문 앞까지 푸근한 미소로 인사하는 시골집의 박영진 사장을 보면서 항상 그곳에 가면 변치 않고 기다려 주는 고향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박영진 사장은 혼자 살고 계신 어머님이 보내주시는 나물이나 재료로 시골집의 손님들에게 고향의 맛을 전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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