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콩쿠르 새 옷 입혀야 산다
[칼럼] 한국 콩쿠르 새 옷 입혀야 산다
  • 탁계석(음악평론가)
  • 승인 2012.11.05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시(市)나 군(郡)에 가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소파와 자개에 박힌 000의장님 팻말이다. 회의를 하는 직사각형 테이블이나 강당 연설대가 경직되어 있음을 느낀다. 하나같이 70~80년대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무게와 위엄이 배어있다. 늘 생활하는 분들은 이상할 것이 없겠지만 방문객의 눈에는 官(관) 냄새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외부의 변화를 흡수하지 않고 문을 닫아 놓으면 그 만큼 발전의 속도가 더디어진다. 그렇다고 속도만 쫒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지킬 것은 더욱 잘 지켜야 하고 세련되고 멋진 게 만들기 위해선 오늘의 감각으로 창조성을 발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돌이켜 보면 80년대의 우리는 서비스 마인드가 도입되어 친절 교육으로 이제는 상당한 수준의 서비스국가가 되었다. 특히 공공 철도나 우체국 등에서 변신의 폭이 컸다. 아직 잔존한 관혼상재가 고비용으로 서민을 울리고 있다. 어느 매스컴에서는 작은 결혼식 캠페인을 펼치며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 역시 낡은 관행을 버리고 변화의 새 옷을 입으려는 것이라고 본다.

어느 작가는 그래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노래하지 않았던가. 이런 관점에서 우리 콩쿠르를 들여다보면 개선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우선 콩쿠르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 그야말로 우후죽순 격이고 콩쿠르가 본래의 교육 목적 보다는 전형료 챙기기에 더 관심인 것을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이로 인한 학부형들의 사교육비 증가와 콩쿠르 만능 풍토 조성은 자칫 왜곡된 예술가의 길로 안내 할 수 있음을 걱정하는 것이다. 과다한 경쟁이 테크닉만 기르면 된다면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어 음악에 필요한 문학, 인문, 미술, 등 인접의 다양한 예술 요소들을 간과하면서 깊이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콩쿠르 공화국에서 벗어나 콘텐츠 경쟁으로 상품성 키워야

급기야 한국의 특이한 콩쿠르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지난 20년간 퀸 엘리자베스콩쿠르를 중계했던 벨기에 공영방송 티에리 로르 프로듀서의 눈에 한국은 이해하기 힘든 나라로 비쳤다. 콩쿠르를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준비한다는 것. 준비하는 음악도의 일거수일투족이 엄마의 컨트롤 안에 있고 레슨 선생님 선정에서부터 진행 과정 모두가 코치(?) 시스템화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문제는 콩쿠르 이후가 없다는 것. 국제무대 연계나 활동은 거의 무관하고 한국의 상황도 우승자가 넘쳐난다. 그런데도 ‘마치 산사태가 난 듯 몰려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만시지탄, 이제 경쟁의 목표를 바꾸지 않으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국제무대가 콩쿠르 한, 두 개 했다고 눈도 끔쩍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국악은 갈수록 초청이 늘어 즐거운 비명에 빠진 분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필자가 이번에 K-Classic Music Festival을 열면서 젊은 국악인들의 마인드가 훨씬 글로벌화 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해야 산다’는 마인드로 무장된 것이다.

글로벌 성공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엊그제 KBS TV ‘글로벌 성공시대’에서는 ‘테너 이 현’ 이란 성악가가 세르비아에서 이곳 오페라극장의 주역으로, 교수로 활동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안양시립합창단을 나왔고 한국에서 존재는 물론 유학 와서도 그다지 빛을 못 보다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스타 반열에 오른 경우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극장에서 한국인 최초로 정식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James Lee(이정환) 도 유럽으로 발판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성악가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고 시장은 개척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향후 우리 것으로 더욱 자리를 굳힐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 음악의 옷을 입혀야 할 것이다. 배울 때부터 미래를 생각하고 살아 갈 수 있도록 작곡가들이 독창적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자와 음악계 리더들이 준비해야 할 일이지 않겠는가.
임동창 K-Classic 예술감독은 “세계로 열린 窓(창)을 향해 예비 음악가들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던져야 한다”면서 “앞으로 뮤지션들을 위한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창작을 살리면 우리 모두가 사는 블루오션의 길이 열리기 때문에 콩쿠르도 해야 하고 양악과 국악이 만나야 하는 것이다.

탁월한 영감의 작곡가들이 제도나 환경에 굴하지 않고 산뜻한 우리 옷을 만들어 세계의 상품으로 내놓기 위해선 협업을 해야 한다. 지금은 용 문양의 의자에 앉아 위엄을 부리는 시대가 아니라, 누가 더 빠르고, 누가 더 독창적인가, 누가 더 소프트한가, 우리 안의 스티브잡스 찾아 경쟁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 일단의 가능성을 K-Pop과 강남스타일의 싸이가 보여주지 않았는가.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것들이 결국 큰일을 해낸다. 국경 없는 K-Classic 열차는 글로벌을 향해 날아가야 하고 그래서 케케묵은 콩쿠르를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임준희 작곡가-댄싱 산조 연주 모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