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이민기록문학상 수상작-2] 고용철(파라과이)
[제1회 이민기록문학상 수상작-2] 고용철(파라과이)
  • 월드코리안
  • 승인 2012.11.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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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민문학부문)/‘어머니가 그리운 날’

본지는 7월15일부터 9월20일까지 2012 제1회 월드코리안신문 이민기록문학상을 공모, 응모된 46명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10월18일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응모전에는 이민기록부문의 대상을 수상한 ‘정요한 옹의 인생역전’(캐나다 송광호), 이민문학부문의 대상을 수상한 ‘어머니가 그리운 날’(파라과이 고용철)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우수한 작품들이 출품, 본지는 이들 작품들을 연재할 계획이다.<편집자 주>

- 제1회 이민기록문학상 이민문학부문 대상
- 이민생활을 담은 수필

<어머니가 그리운 날>
파라과이는 요즘 라파초 꽃이 한창이다. 토요일 아침, 차 한 잔을 들고 창가로 내다보이는 길가에 활짝 핀 분홍빛 라파초 꽃을 바라본다. 꽃망울이 톡톡 먼저 피어나는가 싶더니 참새 혀처럼 돋아나던 이파리도 어느새 떡잎이 되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라파초 꽃 이파리가 파르르 떤다. 바람이 스쳐 가는가 보다. 바람, 바람... 하다가 문득,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바람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스엔젤레스 공원묘지에 누워계신 어머니가 큰아들이 보고 싶어 멀고 먼 미주대륙을 건너 나 있는 곳까지 달려와 라파초 꽃 이파리를 흔들고 계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머니가 바람으로 오시다니? 따져보면 틀리지 않는 말이다. 성서에도 흙으로 사람을 빚은 다음 바람(숨)을 불어넣어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고 쓰여 있다. 구약 시편엔 ‘사람은 한낱 숨결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생이 다하는 날,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 흙을 떠난 영혼은 다시 바람이 된다. 바람이 되어 바람을 타고, 바람 따라 막힘없이 돌아다닌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 기일이 얼마 전에 지났다. 돌아가신 지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엊그제 일처럼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어머니를 마지막 뵈었던 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머니가 50에 돌아가셨으니 그 때가 어머니 돌아가시기 3년 전의 일이었다. 한국에 계시는 외조모님을 모시고 파라과이로 오던 길에 로스엔젤리스 부모님이 사시는 곳을 들렸었다.

그것이 어머니와의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외조모님은 당신의 딸이 돌아가신 것조차 모르셨고 그렇게 어머님의 뒤를 따라 몇 년 후 파라과이 외삼촌 댁에서 소천하셨고 파라과이 한인공원묘지에 묻히셨다. 필자는 어머님께서 운명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미국비자를 받지 못해 장례식에 참석도 하지 못했다. 좀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은 지금까지 삶의 무게가 되어 나를 짓누르고 있다.

유독 나는 어머니와 애틋한 추억이 많다. 어머니 손을 잡고 시장도 같이 다니고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오시는 어머님을 마중 나가 손잡고 귀가하곤 했다. 나의 아들, 딸들은 짐작이나 할지 모르겠다. 옹알거리는 소리로 녀석들이 처음 "아~빠"라고 불러 주었을 때 가슴 벅차올랐던 순간을.

내 책상 모서리에 자주 이마를 찧고 침대에서 몸부림치면서 잠을 자다가 떨어지던 녀석들이 자라 늠름한 총각이 되고 이쁜 숙녀가 된 것을 보고 느꼈던 아비의 뿌듯한 심정을.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 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기쁨도 슬픔도 속으로 삭여내는 사람이 아버지라는 것을.

아들, 딸을 길러보니 이제야 알겠다. 내 어머니가 나를 기를 때 어떤 마음으로 나를 지켜보았는가를. 내가 오늘 창가에 서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듯, 먼 어느 날. 내 자식들도 나처럼 창가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제 아비를 추억이라도 해 줄까. 모를 일이다.

이민자로 살아가는 허전함 그 속에서 한 가족의 가장으로 그리고 한 아내의 남편으로 아이들의 아버지로 많은 부분을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는 아버지가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으리...

<현지인과 함께한 단축마라톤 대회를 마치고>
파라과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동포와 현지인들이 함께 달리는 5Km. 단축마라톤대회가 뉴과수 공원에서 열렸다. 마라톤대회가 대사관 주최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많은 한인동포들과 현지인들이 참여하여 양국의 우의를 돈독히 하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한국과 파라과이 양국이 수교를 맺은 지 50년을 맞이하여 공관에서는 다양한 행사들을 계획하고 있고 행사들을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그 결실을 조금씩 맺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2일 열렸던 K-POP 경연대회는 파라과이 현지사회에서의 한글의 위상과 한국문화가 노래와 춤을 통해 젊은이들 사이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무 팀이 넘는 현지인들이 한국의 K-POP 노래와 댄스를 선보였다. 그만큼 현지인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교육원에서 현지인들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한글강의가 한류문화 전파에 큰 몫을 감당하고 있으며, 현지인 한글수강생들이 앞으로 한국문화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양국 수교 50주년 기념 단축마라톤대회에서는 많은 현지인들과 한인동포들이 한데 어우러져 가족, 친구, 연인끼리 손을 잡고 달리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했다. 어린 아기를 멜빵에 메고 달리는 아버지, 아기를 무등 태우고 달리는 아버지, 힘들어 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뛰는 남편...모두가 사랑스런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필자도 가족들과 함께 단축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50여분을 뛰면서 가족간의 사랑과 끈끈한 정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마라톤이란 운동은 주어진 코스를 달리는 매순간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그것을 극복해 내는 마인드 컨트롤이 절대로 필요한 스포츠다.

500명이 출발점을 출발하여 골인점에 모두가 도착하는 완주의 기쁨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마라톤 경기를 마친 후 파라과이와 한국 양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작은 공연이 있었고 시상식과 경품 추첨이 진행되는 동안 한인동포들과 현지인들은 무대 앞에 서서 끝까지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양국간의 끈끈한 우정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행사를 돕기 위해 수고한 공관원들과 한인동포 봉사자들과 후원업체들이 상품을 제공해 주었기에 행사는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다양한 행사들을 계획하고 준비하며 애쓰고 있는 공관원들에게 한인동포사회는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냄은 물론 행사에 적극 참여하여 준비하는 이들이 보람을 느끼고 신바람 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겠다.

앞으로는 한인동포사회 행사들이 뉴과수 공원 내 한국정원을 중심으로 열려 한류문화를 전파하고 알리는 구심점이 되기를 바란다. 정말로 마음이 뿌듯하고 편안한 하루였다. 맛있는 행복으로 가득한 한국정원이 있는 뉴과수 공원에서 한국과 파라과이 양국의 돈독한 우정이 더욱 깊어감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한국인들은 왜 현지인들에게 무시를 당하며 살까!>
최근 파라과이 한인동포사회에는 사건도 많고 일도 많았다.
한인동포가 같은 동포를 죽였다는 살인혐의로 체포됐다는 뉴스와 한 동물보호협회 과격행동주의자들이 한인동포 개인주택에 몰려와 대문을 부수고 난입하여 개 두 마리를 강탈해 간 사건 때문에 현지 언론이 떠들썩했다.
이민자로서의 서러움, 답답함이 뼈저리게 느껴지던 한 주간이었다. 우리 한인동포들은 현지 언어가 되지 않아 답답하고, 법이 공정하게 지켜지지 않아 답답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할 경찰이 버젓이 서있는 앞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온갖 욕설과 폭행을 당하고, 무슨 일만 생기면 나오는 말 “한국 놈들아! 너희는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과격한 폭언을 들어야만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왜! 우리들은 이렇게 당하고만 살아야 하는가? 하고 생각해 봤다.

한국정부에서 모자보건병원도 지어주고 종합병원도 지어주고, 청소년재활원도 지어주고 수천만 달러의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정작 현지인들의 눈에 한국인은 항상 가시 같은 존재란 말인가? 한국인과 현지인은 섞여서 살 수 없는 것일까?

이제 우리는 이런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공관에서는 현지 언론과 관계가 좋다고 얘기하는데, 왜 한국인과 관련된 문제만 생기면 현지사회의 이슈가 되고 현인 언론들은 한국인에 대한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것일까?

한인사회에 문제나 사건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앞에 나서서 대응하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뛰어다녀야 할 기관은 대사관과 한인회이다. 한인동포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사건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한인회와 대사관에 알려야 한다. 한인동포들이 왜 이 두 기관에 대하여 신뢰를 하고 있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한인동포 각자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구를 탓하는 것도 아니요, 특정기관을 비판하기 위함도 아니다.

어느 나라에 살고 있건, 한인동포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한인회와 대사관에 가장 먼저 사실을 알리고 문제해결을 위해 서로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인을 무시하는 현지사회의 모습을 보면서도 답답하지만 혹시라도 한인회와 대사관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인동포가 있다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일까? 다른 나라 이민자들은 문제가 생기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그 나라 교민회와 공관에서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을 손가락질 하면서 비방할 필요가 없다. 바로 내가, 나 자신부터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와 현지사회가 서로 융화하고 끈끈한 정으로 뭉쳐지기 위해서는 한인동포 한 사람 한 사람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가 잘 살아야 하고 우리 모두가 잘 되어야 한다는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아무쪼록 현지사회로부터 무시 받지 않는 한인사회, 한국인이 되기 위한 처방이 무엇인지 각자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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