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콩쿠르를 한국창작곡 보급창구로
[기고] 콩쿠르를 한국창작곡 보급창구로
  • 성용원(작곡가)
  • 승인 2012.11.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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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음악전문가나 애호가가 아닌 일반인이 프로연주자의 기량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일반인들이 A와 B라는 연주자의의 연주를 비교감상해서 어떤 점이 ‘어떻게 좋다’라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드문 것이다.

그래서 연주자들에게는 유명한 콩쿠르의 입상이 대중들에게 자신을 어필하고 권위 있는 평론가나 음악계인사들에게 인정을 받는 좋은 방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전공하는 많은 이들이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경연대회라 이름 붙여진 경쟁의 장에 내몰리게 되고 거기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잘 한다라는 칭찬을 듣게 되고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연주자로 성공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춰나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내에만 엄청난 수의 콩쿠르가 개설되었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콩쿠르는 각 단체마다의 철학이나 비전 없이 그저 많은 수의 응모자들을 모집해 수익을 내려는 돈벌이에 급급하고 있다. 그저 이름만 다른 검증되지 못한 콩쿠르가 난립하다보니 콩쿠르의 권위 역시 자연스럽게 실추되어버렸고 기량향상과 음악가로서의 성장을 위해 존재되어야 하는 콩쿠르가 그저 내신과 자격증, 입시를 위한 하나의 전략도구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21세기 문화콘텐츠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이제는 우리만의 정체성이 확립된 콩쿠르가 필요하다. 그저 도토리 키 재기 식의 기량겨루기가 아니나 콩쿠르를 통해 전 세계에 자신만만하게 내세울 수 있는 우리정서와 문화를 가진 연주자를 배출하는 것이다.

독일유학시절에 가장 부러웠던 것이 독일이라는 나라는 정책적으로, 시스템적으로, 국가적으로 한 사람의 인재를 키워나간다는 것이다. 필자가 작곡가니 작곡의 예를 들어보겠다. 독일의 저명한 기악콩쿠르 중에 뮌헨에서 열리는 ARD콩쿠르라고 있다. 이 콩쿠르에는 해당년도의 지정곡에 현 시대의 생존독일작곡가의 작품을 꼭 포함한다. 예를 들면 작곡가 만프레드 트로얀(Manfred Trojahn)의 피아노작품 중 하나가 그 콩쿠르의 필수연주곡으로 지정되어 콩쿠르에 참가하는 모든 이들이 그 곡을 연습하고 연구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콩쿠르를 준비하는 전 세계 참가자들에게 그 곡은 자연스럽게 보급된다. 악보가 팔리고 그 곡의 음원이 덩달아 나가게 되면서 하나의 피아노작품이 아닌 작곡가 트로얀 더 나아가 독일문화가 전파되고 확산되는 것이다. 콩쿠르 자체가 워낙 저명하다보니 참가자들 역시 각 나라에서 날고 긴다는 사람들이고 결과를 떠나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곡들은 연주자들의 주 레퍼토리가 되어 고국에 돌아가서도 자신의 독주회 때 연주하고 가르치니 문화의 전파력이 대단하다.

어느 콩쿠르우승자는 지레 실력이 좋은 것이고 그 연주자가 무대에서 연주하는 작품들 역시 자연스럽게 훌륭하고 뛰어난 작품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콩쿠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자국 작곡가의 현시대 작품을 지정곡으로 삼는 독일의 문화정책이 우수하고 우리도 어서 빨리 벤치마킹하길 해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동아나 중앙, 이화 같은 콩쿠르에서 언제 한번이라도 우리나라 작곡가의 작품이 과제곡, 지정곡으로 정해졌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은 적이 없다.

우리의 어린 학생, 인재들이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라고 하면 당연히 서구클래식, 모차르트, 베토벤이 전부인양 접하게 되는데 어릴 때부터 우리나라 작곡가들의 훌륭한 작품을 듣고 연주하는 기회를 얻어 우리연주자들이 우리 곡을 연주하면서 온누리에 전파해야한다. 우리가 지금 열심히 쇼팽, 브람스를 연습하고 콩쿠르에 도전하듯이 한시라도 빨리 서양인들이 우리 콩쿠르에서 우리나라 창작곡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듣고 보고 싶다.


필자소개(작곡가 성용원 )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악대학 음악이론/ 작곡과 졸업
- 독일 뒤셀도르프 로베르트 슈만음악대학원 작곡과 졸업
- 200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창작관현악축제 선정 작곡가
- 2009 제12회 한민족창작음악축전 본상 수상
- 2012 피아노독주앨범집 ‘The Melody of Nature’ 출시
- 2012 오페라 ‘혹부리영감과 음치도깨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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