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31] 지게
[아! 대한민국-31] 지게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2.11.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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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물건을 운반하는 방법과 도구는 지역 또는 종족에 따라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살고 있는 땅의 지형, 지물이 다르기 때문에 운반하는 수단과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네팔에 갔을 때 그들은 무거운 짐을 긴 끈으로 묶어 그 끈을 이마에 두르고, 머리의 힘과 엉덩이의 뒷받침으로 물건을 운반하는 것을 보고, 높고 깊은 산중에서는 이런 방법이 제격이겠구나 생각했다.

좁은 한반도에서만 하더라도 제주도에서는 구럭이 주요한 물의 운반수단이었던데 반하여 내륙에서는 물동이를 여인들이 머리에 이고 날랐다.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운반도구를 들라면 우선 지게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박제가의 「북학의」를 보면 중국에 가서 수레를 보고, 그 실용성에 놀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산지가 65%나 되는 한반도에서는 아무래도 지게가 더 실용적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지게는 한반도에서 한국인에 의해서 창안 발전되어 온 고유의 운반수단인 것만은 분명하다. 신라고분에서 지게를 진 인물상 토우(土偶)가 출토된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은 아주 일찍부터 지게를 사용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문헌상으로는 숙종 16년에 나온 어학서적인 「역어류해(譯語類解)」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한말(韓末)에 한국에 왔던 스웨덴 기자 아손 크렙스트는 보통체구의 짐꾼이 189kg의 짐을 지고 단거리를 운반하는 것이 흔한 일이라고 썼다. 균형을 잡고 일어서면 자기 체중의 2~3배의 짐을 거뜬히 질 수 있는 것이 지게다.

가다가 힘이 들면 지게 작대기로 받치고, 몸을 빼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추수한 농산물을 나르거나 산에 가서 한 나무를 운반하는 것은 모두 지게에 의존했다.

6.25한국전쟁 때는 산악지형에서 보급물자를 나르는 데도 한몫했다. 그리하여 지게부대라는 것이 있었다. 미군들은 지게가 A자 모양으로 생겼다고 하여 A frame이라고 불렀다. 지리산 등에서 벌어졌던 빨치산 활동에 있어서도 지게는 필수품이었다.

계곡을 건너고 산등성이를 넘어 물자를 보급하자면 지게만큼 유용한 것이 없었던 것이다. 지게는 양 어깨와 등의 힘을 조화시킨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운반기구라고 프랑스의 민속학자 샤를르 바라도는 말했다.

지게는 농경민족인 한국인에게 디딜방아(두 사람이 밟을 수 있게 만든 방아), 발 무자위(수차)와 함께 조상들이 만든 가장 뛰어난 농사기구의 하나로 꼽힌다.

지게는 만드는 나무에 따라 제 가지 지게(소나무), 옥지게(참나무)가 있고, 용도와 모양에 따라 쪽지게, 거름지게, 물지게, 쟁기지게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최근까지도 지게 원리를 응용해서 만든 간이지게로 건축현장에서 시멘트와 모래를 아래서 위로 운반했다. 지게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것 중의 하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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