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리의 설치 사진작가 이순영씨
[인터뷰] 파리의 설치 사진작가 이순영씨
  • 파리=정주희 기자
  • 승인 2012.11.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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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진을 찍고 싶어요”

 
파리의 ‘괜찮은 작가’라면 한번쯤 거쳐 간다는 예술의 공간 ‘CRETEIL MAISON DES ARTS’.
이곳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로 전시회를 갖는 사진작가 이순영 씨를 만났다.

“줌을 이용하지 말고 한 발짝 앞으로 더 와서 찍으세요. 사진이 잘 나올 거예요.” 사진작가 앞에서 쑥스럽게 셔터를 누르려는 기자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Living Rooms–살아있는 방’이라는 이름의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방’은 풍경이나 인물을 다룬 사진이 아니다. 그는 설치사진작가다. 마치 그의 작품은 어느 날 꿈에서나 봄직한 장면 같다. 보는 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은 미장센(mise-en séne) 작업에서 시작된다.

“딱딱한 콘크리트 속에서 사는 우리들의 인생은 재미없잖아요. 자연으로 갈 용기는 없고, 자연이 내방으로 들어온다는 생각을 했죠. 이렇게나마 꿈을 꿀 수 있는 게 좋잖아요.”

큰 키에 시원시원한 말투와 달리 그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멋진 풍경을 담으려고 찍는 데만 열중하다 정작 나무만 보고 산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여행지에서도 사진 찍는 것을 아낀다. 눈과 마음에 풍경을 담고 와 좋아는 풍경을 재창조할 때가 좋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왜 ‘살아있는 방’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지 이해가 됐다. 그의 작품 속의 방들은 다 살아 움직인다. 보는 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듯했다. “순간포착의 즐거움이 아니라 떠다니는 생각들을 미장센으로 만들며 어떤 이미지가 나올지를 기대할 때가 가장 설렌다”는 이 작가는 파리생활 16년 차이다.

광고 일을 하고 싶어 사진공부를 시작한 그는 세르쥐국립보자르와파리국립아르데코를 졸업하고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차례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다. 또한 프리랜서로 한국을 오가며 광고 일도 했다.

내년 3월에 스위스에서 개최할 전시회준비로 한창인 이 작가는 “큰 욕심 없이 작품을 공감하는 사람들과 행복해지고 싶다”며 “말이 필요 없는 작업, 가슴에 와 닿는 사진, 잘난 척하지 않는 착한사진을 찍어 많은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특별한 시선으로 작가의 감수성을 반영시킨 이순영 작가는 소박한 꿈을 갖고 진실을 다해 작품에 집중하고 있는 예술인이다. 이순영 작가의 ‘Living Rooms’ 사진전은 12월 1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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