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학생들이 터놓고 투표함을 바꿔치다니
[시론] 대학생들이 터놓고 투표함을 바꿔치다니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11.29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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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선거로 들끓고 있다. 헌법에 정해진 대로 5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잔치다. 주권을 가지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 나 대신 국가를 다스려줄 대리인을 내손으로 뽑는 행사이기에 아무런 부담도 없이 즐겁게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대통령은 엄밀히 따지면 하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담 없다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큰 권력을 위임하는 것이어서 자칫 잘못 뽑으면 나라를 거덜 낼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기에 정당은 정당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자기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사람 중에서도 몇 사람은 스스로 사퇴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인물은 안철수다. 누구에게 묻더라도 당선이 가능한 사람 중의 하나로 알고 있었는데 문재인과의 단일화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눈물을 흘리며 물러났다. 후보 등록상황을 보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후보 세 사람이 눈에 뜬다. 박종선, 김소연, 김순자.

박종선은 나이84세. 김소연과 김순자는 여성이다. 1억5천만 원을 등록금으로 기탁하고 나섰으니 국가를 위해서 최선의 봉사를 아끼지 않는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강지원은 일찍이 정책선거를 소신으로 시민운동을 해왔던 유명인사이지만 안철수 현상에 가려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군소후보로 지칭되고 있어 안타깝다.

얼마 전 강지원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토론회를 하고 있기에 필자는 마이크를 쥐고 “과거에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던 분이 왜 뒤늦게 대선에 나오려고 하느냐”고 질문했더니 “후보로 나온 이들이 정책을 외면하고 있어 올바른 선거로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당락을 떠나 내 소신을 보여주겠다고 장담했다.

그의 신념은 당락을 떠나 대통령선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데 한 몫을 하리라고 생각된다. 이번 대선에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점치기 어렵다. 다만 김대중이나 이회창처럼 몇 차례씩 후보로 나서는 일이 없도록 소신과 경륜을 모두 펼쳐 국민의 신임을 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과거 자유당을 이끌던 이승만은 마지막을 부정선거로 장식했다가 4.19혁명에 의해서 쫓겨났다.

독립과 정부수립 과정에서 보여준 노회한 정치인의 면모는 하와이 망명으로 끝을 맺었다. 그에 대해서는 지금도 존경과 폄훼가 엇갈린다. 독립운동의 위대한 지도자요, 6.25사변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이라는 극찬이 있는가하면, 부정부패의 화신으로 3.15부정선거를 저지르고 무고한 학생에게 총탄을 퍼부어 186명을 사살한 4.19혁명의 원흉이라는 시각이 상호 대립한다. 식자에 따라 다르게 평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그가 이끌던 자유당 정권이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이에 항의하는 수많은 시민과 학생을 학살한 사실은 엄연히 역사적 진실이다.

어느 누가 이를 부인할 수 있단 말인가. 따라서 이승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역사에 맡기고 쓸데없이 “광화문 네거리에 동상을 세우자”랄지 “이승만 기념관을 새로 짓자”라고 나서는 것은 그의 명예를 위해서도 달갑지 않은 일임을 밝혀둔다.

그것은 가장 공정해야할 대통령선거를 3인조, 5인조, 공개투표, 관권개입 등으로 얼룩지게 만든 원조가 바로 자유당정권이기 때문에 경고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산의 모대학교에서 총 학생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자유당 못지않은 부정선거가 획책되었다는 신문보도를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대학은 진리탐구와 학문연구를 목적으로 세워졌다.

4.19혁명 때 대학생이었던 우리는 목숨을 걸고 부정선거를 규탄했다. 경찰이 쏜 총탄에 186명이 죽고, 6000여 명이 부상했다. 자유당은 무너지고 혁명정부가 들어섰으며 내각책임제 개헌이 이뤄져 민주당정권이 탄생할 수 있었다. 부정선거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청년학도는 이를 지켜내야 하며 이것이 진리와 정의의 길이다. 오린지 혁명을 일으킨 여러 나라들도 부정선거를 규탄하다가 결국 혁명으로 이어졌다. 기득권을 가진 집권자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영구집권을 노린다. 선거는 하나의 수단이며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제 맘대로 이를 요리하면 누구도 항의하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하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부산의 대학교에서 행해진 부정은 투표함 바꿔치기다. 대담하기 짝이 없다. 통합진보당에서 비례대표 순위를 결정하는 투표를 할 때 한 사람이 열 번, 스무 번씩 똑같은 아이디를 사용했다가 수백 명이 기소되었다. 그러나 부정투표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은 아직도 어엿이 배지를 달고 있다.

결국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것이지만 이번 대학생들의 부정선거 역시 일벌백계로 다스려야만 한다. 자유당 시절에도 정읍에서 ‘환표(換票)’사건이 터졌었다. 투표함을 옮기는 과정에서 자유당에 기표된 표를 넣고 다른 표를 빼내는 수법이다. 이를 목격한 박재표 순경이 폭로하여 발칵 뒤집혔다.

그런데 이번 부산의 대학생들은 한 발짝 더 나가 아예 통째로 바꿔치기 했으니 부정투표도 진일보한 것일까. 선거를 부정으로 치르겠다는 발상은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들이나 하는 짓거리다. 투표함 바꿔치기한 대학생들은 엄중처벌로 사회의 본보기를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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