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32] 연탄
[아! 대한민국-32] 연탄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2.12.04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 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연탄 천여 장, 김장 몇 십 포기, 쌀 몇 가마를 준비해야 했다. 그것들을 집안에 들여놓고서야 올 겨울은 넘기겠거니 한숨을 놓았던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연탄은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한 필수품이었다.

연탄은 우리의 오랜 온돌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한민족의 온돌문화는 민족의 역사와 기원을 같이하여 오늘에까지 계승되어 오고 있는 오랜 전통이다. 온돌문화는 난방과 취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밥을 짓다 보면 구들장이 절로 덥혀지게 되어 있으니 취사와 난방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배부르고 등 따순 게 최고”라는 말도 거기서 생겨났다. 겨울엔 등이 따습고 여름에는 시원하니 계절에 따라 냉난방을 조정할 수 있다.

방 밖에 있는 부엌의 아궁이에서 불을 때니 방 안에는 연기와 그을음이 없다. 아마도 우리 민족이 백의민족(白衣民族)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온돌 문화 속에서도 방의 청결을 유지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어쨌든 온돌 문화는 우리 민족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오래고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연탄을 때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아궁이에 나무로 불을 지펴서 난방과 취사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나무가 타면서 내는 짙은 연기가 부엌은 물론 집안과 주변을 감쌌다. 사람들은 저녁 연기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때를 알았으며, 그 연기의 온기가 감나무를 추위로부터 얼지 않게 보호해 주기까지 했다.

1885년, 미국의 대리공사 포크(Faulk)는 “서울은 천국이 아니다. 집집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엄청난 양의 짙은 연기가 도시 전체를 휩싼다. 거의 숨을 쉬지도, 앞을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또 아궁이에 불을 때는 그 만큼 이 땅의 산야는 민둥산이 되어갔다.

연탄이 보급되면서부터 부엌에서 온종일 물이 끓고 필요할 때면 언제나 불을 쓸 수 있는 연탄 아궁이는 이제 여인들에게는 말 그대로 복음이었다. 우리나라의 산야가 푸르르기 시작한 것도 연탄을 때기 시작한 것과 궤적을 같이 한다. 그러나 연탄은 재앙도 함께 가져다 주었다.

이른바 연탄가스에 의한 중독사가 만연하기 시작한 것이다. 1960년대에는 해마다 연탄가스에 70여만 명이 중독되고 그 가운데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동치미 국물 등 김치국물을 마시는 것 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다. 1974년 한해, 서울에서만 19만 8천명의 연탄중독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850명이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기름과 가스 보일러가 대중화하면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한 비보(悲報)는 사라져갔다. 그러나 지금도 연탄을 때는 가구가 28만여나 되고, 중독사고도 2천여 건에 달한다. 연탄은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이지만 이와 함께 아직도 그 가난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이 땅에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연탄이 일깨워 준 것도 많다. 안도현의 연탄을 노래한 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연탄 한 장)”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