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재가 사람을 짜증나게 하고 화나도록 만든다는 것을 캐세이패시픽 항공을 타고 새삼 느꼈다.12월 5일 인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가기 위해 홍콩을 경유하는 캐세이패시픽에 올랐을 때였다.
처음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탑승을 마치고 게이트를 떠나 이륙하려던 비행기가 날개 제빙작업을 먼저 거치면서 일이 어긋나기 시작했다.제빙작업을 하는 동안 이륙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던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는 점차 커져만 갔다.기내 대기 3시간만에 항공기는 다시 게이트로 돌아왔고, 활주로가 열리기를 마냥 기다려야 했다. 다시 탑승을 시작한 것은 오후 3시경이었다. 하지만 항공기가 게이트를 떠난 것은 그로부터 다시 한시간 반을 기다려서였다.
이윽고 ‘10분 후 이륙한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왔을 때 승객들은 지친 가운데서도 환호를 보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기장은 다시 날개 제빙을 기다린다고 기내방송을 하고는 이륙을 멈춰버렸다.다시 시간이 흘렀다. 기다리다 못한 승객들이 푸념과 항의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다른 항공기들이 연속해서 이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제빙작업을 마치자 이제는 기장의 이상한 방송이 다시 흘러나왔다. 승객 두명이 내리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륙하지 않고 게이트로 되돌아간다는 것이었다. 공항경찰이 항공기에 올라 두명의 손님을 소란죄 명목으로 데려갈 때까지 시간이 다시 흘렀다. 그후 다시 비행기가 이륙할 것을 기대한 승객들은 이어 실망에 다시 빠져들었다.결국 승객들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공항을 빠져나와 인천의 한 호텔에서 다음날을 기다려야 했다.
누군가가 말했다.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면 승객들이 이해할 것 아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10여시간을 비행기 안에 잡아놓고 있다가 운항을 포기하는 기장이 더 문제다”
안전운항은 기장의 제일 책무다.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는 것이 기장의 책무다. 운항을 한 할 수도, 안전을 포기할 수도 없다. 이 두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하는 것이 기장의 일이다.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울 때는 소통을 통해서 이해를 구하고, 불만을 없애야 한다.그런 점에서 12월5일 케세이패시픽 항공의 기장은 낙제점이란 느낌이었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의 진심을 승객이 알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밤늦게 홍콩에 도착하느니 인천에 머물려고 두 승객을 핑계 삼아 운항포기 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승객들의 입에서 쏟아졌다.
기장은 한인사회로 치면 한인회장과 같은 리더, 나라로 치면 대통령과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하고, 나아가 발전하도록 하는 책무를 지고 있다. 발전에는 리스크도 따른다. 그 일을 양립시키기 위해 대통령은 늘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 목전에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에 기대해보는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