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빈낙도(安貧樂道)와 조선 선비의 삶
[칼럼] 안빈낙도(安貧樂道)와 조선 선비의 삶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2.12.23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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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 이익, '가난하니까 적게 먹겠다' 다짐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성호사설(星湖僿說)>은 조선 숙종때의 유학자 성호 이익 선생의 문집이다. 사설의 ‘사(僿)’는 ‘허접하다’는 뜻으로, ‘새’로도 읽는다. 초야에 묻혀 독서인으로 만족한 성호 선생이 사색을 하다가 느낀 것들을 간추려 모은 책이다. 겸손하게‘성호의 허접한 글’이라는 제명을 붙였지만, 이를 바탕으로 '성호학파'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내용은 알차다.

<성호사설>에는 천지(天地), 만물(萬物), 인사(人事), 경사(經史), 시문(詩文)의 다섯 분야로 분류한 3,007편의 글이 실려 있다. 천지편에는 해와 달, 별, 바람과 비, 이슬과 서리, 조수, 역법과 산맥 및 옛 국가의 강역에 관한 글 223항목이 실려 있다. 만물편에는 생활에 관련 있는 복식 음식 농상 가축 화초 화폐 도량형 병기와 서양기기 등 368항목을 실었다.

인사편에는 비변사를 폐지하고 정무를 의정부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과 서얼 차별 제도의 폐지, 과거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안, 지방 통치 제도의 개혁안, 토지 소유의 제한, 고리대의 근원인 화폐 제도의 폐지, 환곡 제도의 폐지와 상평창 제도의 부활, 노비 제도의 개혁안, 불교 도교 귀신 사상에 대한 견해, 음악에 대한 논의, 혼인 상제에 대한 습속 비판 등을 담은 990항목이 실려있다.

경사문에는 육경사서(六經四書)와 중국 및 우리 나라의 역사서를 읽으면서 잘못 해석된 내용과 자신의 견해, 그리고 자신의 역사 해석을 붙인 1,048항목의 글이 실려 있다.

얼마전 이 책을 읽으면서 눈을 끈 부분이 있었다. ‘점심’을 소개한 항목으로, 마음에 점을 찍듯이 조금만 먹기 때문에 점심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호선생은 “조선에서는 점심이라고 해놓고, 너무 많은 양을 먹는다”고 지적하고, “나는 가난하니까 조금만 먹기로 했다”고 다짐한 부분이 나온다. 눈을 끈 것은 “나는 가난하니까 조금만 먹겠다”는 부분이었다.

성호선생은 숙종때 과거를 보지만, 형님이 당시 집권당인 노론을 비판하는 글을 조정에 올린 것을 알고는 아예 출사할 생각을 포기하고 칩거했다. 그리고는 농사를 지으면서 주경야독의 삶을 살았다. 안빈낙도하는 조선의 선비로, 짬짬이 생각한 것들을 모아 3천여 항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 <성호사설>이다.

임진년이 막바지에 이르면,  계사년의 아침 해가 떠오른다. 하나의 끝은 다른 하나의 시작이다. 내년에는 새로운 시작을 다짐해본다. 성호 이익 선생처럼 “적게 먹으면서 많은 사색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새해에는 벽두에 마음먹은 일을 꼭 실천하는 한해가 되시길 빈다. 근하신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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