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 ⑭] ‘경제민주화’ 질의
[삼강만평(三江漫評) ⑭] ‘경제민주화’ 질의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2.12.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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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 18차 대선의 후보들은 일제히 ‘경제민주화’의 슬로건을 내세웠다. 필자는 이 슬로건에는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중국은 1978년 말부터 개혁개방을 실현하였다. 인식상의 가장 근본적인 전환은 경제는 경제 규율에 따라야지 정치의 간섭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정경분가(政經分家)를 실현하였다. 민주는 정치의 범주에 속한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것은 정치로 경제를 관여하겠다는 말이다. 이는 어쩌면 위험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면서 내놓은 구체 방법은 재벌그룹에 대한 절제, 중소기업 살리기, 비정규직의 정규화, 보편적 복지의 확대 등이다.

자유자본주의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독점으로 이어진다. 이는 인간의 주관 의식에 의하여 좌우되지 않는 객관적 규율이다. 어느 누구도 이런 변화를 막지 못한다. 문제는 지금 한국의 자유자본주의가 어떤 위치에 처하여 있는가이다.

세계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아직 좀 더 독점화하여야 할 위치에 처하여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 하에 재벌그룹을 절제하거나 심지어 재벌그룹을 해체한다는 것은 경제 규율에 역행하는 행위이다. 삼성, LG, 현대와 같은 경쟁력이 있는 재벌그룹이 몇 개 더 생기면 한국경제가 더 유망하여질 것이 아닌가! 대만의 경제가 이전에는 잘 나가다가 지금은 국제 경쟁에서 맥을 못 쓰는 이유가 바로 재벌화를 실현하지 못하였기 때문인 듯하다.

재벌그룹 계열사 간의 상호 출자를 막자는 것도 중요한 이슈로 되고 있다. 필자가 보건 데 이를 경제 민주화라고 보기보다는 경제 규율에 따른 시책이다. 경제는 경제규율에 따라야 하며 정책으로 보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경제규율을 벗어난 정치 간섭은 금기이다.

중소기업, 당연히 살려야 한다. 그러나 경제 규율에 따라야지 무작정 살려서 생산력과 경제의 발전에 유익한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는 돌로 담장을 쌓는데 비교할 수 있다. 먼저 큰 돌을 쓰고, 큰 돌이 들어갈 수 없는 데 작은 돌을 쓰고, 더 작은 구멍에는 자갈을 끼워 넣고, 나중에는 시멘트와 모래를 반죽하여 바른다. 작은 돌이나 자갈로 쌓은 담장은 든든하지 못하다. 큰 돌, 작은 돌, 자갈, 모래가 바로 재벌그룹, 중등기업, 영쇄기업, 개인에 해당된다.

어느 나라 경제든 다 재벌그룹, 중등기업, 영쇄기업, 개인이 필요하다. 그들 간의 비례가 어떤 정도여야 적합한가? 그 나라 경제 발전의 수준에 의하여 결정된다. 경제발전의 수준이 낮아 자본주의 자유경쟁의 초기에 속할수록 영쇄기업이나 개인의 작용이 크고 경제발전 수준이 높고 독점화 정도가 높을수록 재벌그룹과 대기업의 작용이 크다. 경제 규율상 중소기업이 하여야 할 분야는 재벌그룹보고 하라고 하여도 할 수가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화도 무작정 좋은 것은 아니다. 옛날 개혁 이전의 중국에도 정규직(正式工)과 비정규직(臨時工)이 있었다. 정규직은 속칭 ‘철 밥그릇(鐵飯碗: 쇠로 만든 밥 그릇, 깨질 염려가 없다는 뜻)’이며 정규직 때문에 온갖 비효율성을 자아냈다. 그리하여 중국의 대부분 기업이 정규직 제도를 없애고 원래 정규직이던 종업원을 비정규직으로 개혁하였다.

 
필자가 근무하던 중화서국은 한국의 국사편찬위원회의 절반에 민족문화추진회를 더한 것에 해당되는 기관형·연구소형 관영기업이었다. 그런데 1986년부터 정규직을 없애고 전원 1년 유효의 비정규직으로 개혁하였다. 아래의 초빙서를 보라.

비정규직이므로 초빙이 되면 근무할 수 있고 초빙이 안 되면 교정과(校訂科)나 다른 시시한 일을 3년 시키다가(물론 봉급도 훨씬 내려간다), 3년이 지나도 초빙을 받지 못하면 직장에서 쫓겨난다. 이렇게 개혁하여 10년이 되니 중화서국의 업무 실적과 종업원의 봉급은 모두 10배 이상 올랐다. 그런데 한국이 비정규직을 무작정 없앤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복지는 잘 처리하면 이롭고 잘못 처리하면 악과를 빚어내기 일쑤다. 중국 사회주의 농촌이 완전히 파산된 원인은 1959~1961년에 실행한 무상급식이었다. 보편적인 복지를 없앤 것이 중국 개혁의 골수라고 볼 수도 있다. 원래 실행하던 보편적인 무료 의료, 무료 교육, 무상 급식 등을 모두 없애버렸다. 특정적으로 보살펴야 할 대상에게는 복지의 혜택을 주되 사람마다에게, 누구나에게 차려지는 복지는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경험이다.

경제민주화를 극도로 하면 사회주의가 된다. 사회주의는 이미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보편적 복지를 너무 한 이탈리아 등도 몸살을 앓고 있다. 평균주의를 각별히 선호하는 기질을 가진 한국 국민은 보편적인 복지를 너무 추구하다가 큰 봉변을 당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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