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칼럼] 강
[詩가 있는 칼럼] 강
  • 이용대(시인)
  • 승인 2013.01.17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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뛸 줄 모르고 험한 길을
장님처럼 걸었다

길동무 하나 없이
밤낮으로 흘렀다

바위가 가로막을 땐 자벌레 같이 멈췄다가
장마가 시작되면 봇짐을 챙겨 메고
아래로 아래로
기다리는 이 없는데도
누군가를 만나려 듯 끊임없이 스쳤다

새들을 날게 하고
짐승들도 어질게 먹여가며
늦은 노을 속에서 논밭 사이를 돌아 나와
얼음장 밑에서는 숨죽인 채 굴렀다

산들이 멀어지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몇 마디 수화로써 바람과 독대하며
묵묵히 바다를 향해
쉼 없이 다가갔다.

<이용대 제4시집-저 별에 가기까지, 48쪽>

 
강물은 말없이 흐른다. 어느 땐 친근하게 어느 땐 웅대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수심이 깊을수록 더욱 그렇다. 직선으로 흐르는 강도 없다. 항상 돌고 돌아 바다를 향하고 있다. 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보면 모 없이 부드럽고 더 없이 자연스럽다. 아무런 힘이 없는 것 같지만 그 의미는 무엇보다도 심장하다. 묵묵함이 그렇고 장구함이 그러하며 일만 생명의 근원됨이 그러하다. 그러면서 말 한 마디 하지 않는다. 강은 산을 끼고 흐르며 계절을 넘어 바람과 함께 가고 있다. 그래서 강을 찾아 심정을 달래며 마음과 함께 몸을 씻는다. 세심이고 탁신이다. 해가 거듭할수록 인심이 거칠어지고 아무리 좋았던 관계도 조심 하게 된다. 선현들이 자연을 가까이 하라 한 훈계가 실감 있게 다가오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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