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캐세이패시픽항공, 해도 너무한다
[수첩] 캐세이패시픽항공, 해도 너무한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3.01.19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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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세이에 탔다가 낭패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지난해 12월초 폭설이 내리던 날이었다. 그날 홍콩을 거쳐 인도네시아로 가기 위해 인천에서 캐세이패시픽에 오른 필자는 하루종일 비행기 안에 갇혀있다가 결국 이튿날 다른 비행기로 자카르타로 갔다.

이날 필자는 캐세이패시픽편으로 인천에서 홍콩으로 가서 홍콩에서 또 같은 항공 연결편을 타고 자카르타로 가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도 않은 폭설이 발목을 잡았다.우리에 앞서 출발한 항공기들은 인천공항을 모두 이륙했다.하지만 캐세이패시픽은 날개 얼음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이륙시간을 놓쳤다. 눈송이가 더 커지자 활주로가 폐쇄됐던 것이다.

비행기안에서 두세시간을 기다린 승객들은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다. 항공사가 제공한 점심 쿠폰을 받아 터미널에서 한시간쯤 보낸 승객들은 다시 항공기에 올랐다. 오후 3시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좀 지나자 비행기가 천천히 움직였다. 곧 이륙할 것이라는 기내방송도 나왔다.하지만 다시 비행기는 ‘디아이싱(deicing)’이라는 날개 얼음 제거작업을 할 것이라는 기내방송이 나왔다.그게 오후 4-5시쯤이었지 않나 싶다.그러자 기내에서 승객들의 항의와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필자한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좌석의 한 남자 승객은 ‘이렇게 늦으면 내리겠다’고 승무원에게 얘기하고는 한참을 실랑이했다.한국어를 하는 승무원의 대응도 너무 서투른 듯했다. 비행기에 7-8시간 갇혀 있는 승객들을 위해 안내방송도 거의 없었다.한국어를 하는 승무원 한사람은 ‘ 내리겠다는 말을 취소하지 않으면, 비행기가 이륙할 수없다’는 말을 문제의 남자승객에게 여러 차례되풀이하기만 했다. 결국 그 남자 승객은 자신의 말을 취소했다. 홧김에 한 말이었던 것이다.

비행기 디아이싱에 시간이 너무 걸렸다. 디아이싱을 위해 대기하는 항공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인천공항에 디아이싱 하는 설비가 하나뿐이라고 했다.사다리와 날개에 물 뿌리는 설비를 갖춘 소방차 같은 게 이 설비였다.멀리 활주로에는 비행기들이 오르내리는 모습이 보였다.왜 우리 비행기는 아직도 떠나지 못할까?

항공기기 관제탑의 이륙허가를 기다린다는 기내 방송이 연거퍼 나왔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렸을 때 기대밖의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내리고자 하는 승객이 있어서 회항한다는 얘기였다. 승객 누군가가 항공사측에 또 항의한 모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어서서 지켜보는 가운데 누군가가 앉아있는 승객을 찾아와 항의하고, 서양인 승객 한사람도 와서 화를 내는 모습이 보였다.

진행된 정황을 종합하면 이런 것같았다. 승객 두사람이 항공기 지연에 항의해 기장의 사과를 요구했다.사과하지 않으면 비행기에서 내리겠다고 했다.항공사측은 승객이 내리겠다고 해서 항공기가 다시 회항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에 승객들이 문제의 승객에게 가서 항의했다. 이로 인해 소동이 일고 누군가가 통역도 하고, 서양인 승객이 와서 재확인한 끝에 항공기는 이륙을 기다리는 듯했다.적어도 필자는 한바탕 소동이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0여분을 기다리자, 공항세이프가드가 올라왔다. 다섯명쯤이 올라서더니 문제의 승객 두사람을 데리고 갔다.이어 항공기는 활주로 방향이 아니라 터미날로 향했다. 터미널에 도착해서는 승객들에게 가진 짐을 갖고 내리라고만 말했다.필자는 오늘 이륙하지 않을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터미널에 닿을 무렵 기내 승객들 사이에서는 짐작들이 오갔다.홍콩에 가봐야 밤 12시가 넘을 테니 아예 인천서승객들을 재우고 가는게 아는가, 그게 경제적일 것이다 하는 소리도 나왔다.또 승무원의 말을 빌었는지, 항공기 조종사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초과했기 때문에 운항을 못한다는 얘기도 들렸다.이날 밤 승객들은 인천으로 되돌아가서 캐세이패시픽 측이 제공한 호텔에서 묵었다. 호텔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였다.

이튿날 호텔 픽업은 아침 8시라고 했다. 10시반인천공항발이니 그 시간이라야 했다. 하지만 자고 일으나니 공항픽업이 12시로 미뤄져 있고, 인천공항 이륙은 3시로 연기돼 있었다.그래서 필자는 택시를 잡아타고 무작정 인천공항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캐세이패시픽이 바꿔준 대한항공편으로 어렵사리 인도네시아로 갔다.

두번이나 날개 얼음을 털고, 다른 비행기는 이륙해도, 이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한 데는 여하튼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일본에서 최근 문제가 된 항공기 기종인지도 모르겠다.무리하게 운항을 시도했다가 사고가 나는 것보다야 다음날 가는게 백번 낫다.하지만 그런 낡은 항공기라면 캐세이패시픽의 문제다. 다른 항공기들은 이륙하는데 유독 캐세이패시픽만 운항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항공사 문제다.

그리고 지연되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라고 한 승객을 기내소란죄로 옭아서 공항경찰에 넘긴 기장의 행위는 누구라도 쉽게 용납하기 어렵다.승객의 항의는 당연하다. 노련한 승무원이었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승무원들은 너무 훈련돼 있지 않았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승무원들처럼 숙련돼 있지 않았다.기내 방송도 어설프기 짝이 없고, 승객들에 대한 응대도 형편없었다. 옆자리에서 남자 승객과 실랑이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기장도 마찬가지였다. 기내방송도 문제가 많았다. 한국 비행기라면 같은 내용이라도 서너번 20-30분 간격으로 방송할 것을 하지 않았다. 승객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승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기장을 높이 평가할 사람은 별로 없없을 것이다.

또 하나는 기장의 임무에 대해서다. 기장은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의무를 지고 있다. 하지만 그날의 기장은 안전문제 때문이 아니라 두 승객이 내리겠다고 한 것을 핑계로 다른 승객들을 목적지에 데려다 주지 않았다.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일을 포기하고도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 기장은 정말로 최하의 평점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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