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35] 워싱턴 대한제국 공사관
[아! 대한민국-35] 워싱턴 대한제국 공사관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3.01.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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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미국 워싱턴 DC에 남아있던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이 2012년 10월 18일, 대한민국 소유로 귀환되었다. 그 건물을 일제에 빼앗긴 지 102년 만에 되찾은 것이다. 이 건물은 대한제국이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일본 등 국외에 설치했던 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있는 공사관이다.

더구나 이 공사관은 구한말 고종황제가 발톱을 세우고 있던 청·일·러시아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우호선린관계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궁중 내탕금 2만5천 달러(지금 가치로는 127만 달러)를 주고 사들인 것이었다.

1877년 건립된 이 건물은 백악관에서 동북쪽으로 10분 거리인 로건 서클 역사지구에 있다.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로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이다. 이상재의 기록에 의하면 “1891년에 새로 구입한 공관은 붉은 벽돌조의 3층 양옥으로 남향으로 새로 지어 응접실, 집무실, 침실, 식당, 욕간(목욕탕), 변소, 창고까지 구비하였는데 최상층의 전면에는 깃대를 세우고 태극기를 높이 게양했다”고 하여, 그 건물의 위용과 함께 거기에 태극기가 꽂혀있는 광경을 묘사하고 있다. 과연 이 공사관은 우리국가가 소유했던 미국 내 최초의 건물이었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되자 이 건물의 관리권은 일제로 넘어갔다. 일제는 한일강제병합(경술국치)을 2개월 앞둔 1910년 5월, “일본 공사는 조선 황제에게 5달러를 지불하고 조선 황제는 조약에 따라 무조건 일본 공사에게 부동산을 양도한다”는 절차를 거쳐 강제로 이 건물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경술국치일(8월 29일) 사흘 뒤에는 미국인에게 10달러를 받고 팔아 넘겼다. 이처럼 워싱턴 대한제국 공사관에는 대한제국의 몸부림치는 자주 독립에의 의지가 배어있다. 또한 국제정치의 힘의 논리와 약소국의 설움, 그리고 마침내는 망국의 한이 서려있는 것이다.

건물 소유주는 계속 바뀌었다. 1960년대에는 워싱턴 노조의 사무실로도 쓰였다. 1972년에는 공사관이 있는 로건 서클 일대를 워싱턴 시 위원회와 미술위원회가 역사적 기념물로 평가해 미국문화재로 지정했다. 마지막 소유주였던 흑인 변호사 젠킨스(Timothy L. Jenkins)는 예일대 로스쿨 출신이었다.

1980년대에 김원모 단국대 명예교수가 워싱턴에서 그 건물의 생존을 확인, 관련 문서를 입수함으로써 그 존재가 국내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공관구입을 위한 모임과 노력이 간헐적으로 이어졌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관료의 허술한 역사의식과 안일, 그리고 어설픈 접근이 일을 꼬이게 했다. 그러던 것이 2011년 8월, 작은 문화모임으로부터 이 건물의 매입 논의가 구체화, 마침내 문화유산국민신탁을 매입주체로 하여 민·관의 협력 끝에 되찾아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워싱턴 공사관의 귀환을 계기로 나라의 소중함, 주권의 존귀함을 확인함은 물론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성이 이로부터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 자체로 근대사의 현장인 워싱턴 공사관은 이제 한민족의 역사교육, 정신운동의 현장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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