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칼럼] 귀거래사(歸去來兮)
[조글로칼럼] 귀거래사(歸去來兮)
  • 김혁(중국작가협회 회원)
  • 승인 2013.02.09 0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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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송령(蒲松齡)의 문언(文言)소설집 <료재지이>>에서 나오는 그 사람 얘기다. <료재지이>는 민간전설에서 널리 취하여 여우며 귀신 도깨비들을 등장시켜 인간사회를 의인화, 저승세계를 현실생활과 잘 융합시켜 기괴하고 황당무계한 이야기 가운데 인생철학을 담은 청나라때 지괴소설(志怪小說)이다. 세인이 다 아는 명저이니 이쯤에서 각설하기로 하고…

광생이라는 문인에 대한 이야기다. <료재지이> 수백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짧은 이야기라고 한다.

옛날 작은 관리 하나가 작은 현에 부임했는데 청고한 문인을 벗으로 삼고자했다. 수하들이 땟자국이 흐르는 문인 하나를 천거했는데, 관리는 그 문인을 자주 만나 술잔 기울이며 세상사를 담론했다. 미구에 관리는 괜찮아 보이는 그 문인에게 관직 하나를 맡겼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그 문인이 문인답지 않게 후딱 변해버린 것이 아닌가! 상전에게는 좋은 말만 괴여 올리고 죄 없는 백성들과도 호통질이 십상인데 도무지 애초의 문인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관리가 머리를 절레절레, 그 문인을 관가에서 쫓아냈다고 한다.

포송령님은 왜 그 문인의 이름을 굳이 광생(狂生)이라 달았을까? 제 푼수도 모르는 미쳐난 서생이라는 뜻에서?

옛날에는 벼슬을 하려면 문학공부를 해야만 됐다. 문장을 잘 지어 과거에 급제하면 정승도 되고 판서도 된다. 이로서 문학은 곧 출세의 지름길이었다.

벼슬자리는 적극적인 면으로는 사회를 조직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공공의 목표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불가결의 수단이다. 그에 반해 소극적인 면에서는 부정당한 사리를 도모하고 전제와 폭정을 유발하는 도구로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요즘 보면 벼슬아치들을 보면 자리에 오르면서부터 자아가 비틀어지고 분식된다. 따라서 모두가 부여한 벼슬의 원형의 적극적 일면이 소실되고 자사자리적인 수단으로 전락된다. 어제를 돌이켜보면 이름이 쟁쟁한 문호, 문웅(文雄)들 중에 벼슬길에 오른 문인들도 적지 않았었다.

굴원은 삼려대부(三?大夫)라는 관직을,리백은 한림(翰林)이라는 관직을,도연명은 팽택령(彭擇令)이라는 관직을,두보는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이라는 관직을…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화려한 ‘오사모’를 벗어버렸다. 누추한 서재에서 때깔 좋은 관가로 옮기자 곧 자기가 거처할 곳이 아님을, 자기가 가야 할 길이 아님을 발견했던 것이다. 모두들의 선망 속에 오른 그곳이 허환(虛幻)의 세계이고 지어 비열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곳임을 알아차렸고 그 옥에 스스로를 가둘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도연명은 고작 다섯 말의(五斗米, 당시 관리들의 월급) 쌀에 허리를 굽히지 않았고 리백은 스스로 술의 신(酒中仙)이라 자처하며 천자가 불러도 곁에 가지 않았다.

얼마나 멋진 화폭인가! 이러한 유유자적의 쾌의(快意)속에는 비틀어진 권세욕에 대한 멸시와 염오가 서려있었다. 또한 그 쾌의는 자아의 찾음과 회귀에 있었다.

벼슬자리를 팽개치고 은둔으로 일생의 한 절정을 장식한 도연명의 작품 <귀거래사(歸去來辭)>의 몇 구절을 뽑아 들어본다.

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
旣自以心爲形役…
覺今是而昨非 …
復駕言兮焉求
樂琴書以消憂

자, 돌아가자.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는 깨달아 지난날 벼슬살이가 그릇된 것이었음을 알았다…
다시 벼슬길에 올라 무엇을 구할 것이 있으랴.
거문고 타고 책 읽으며 시름을 달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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