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37] 한글, 한글날
[아! 대한민국-37] 한글, 한글날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3.02.23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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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2013년부터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이 된다. 쉬는 날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또 언어나 문자를 기념하는 공휴일을 가진 나라는 없다는 이유 때문에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꼭 22년 만의 일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언어나 문자를 기념하는 공휴일을 가진 문화국가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한글날이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문자를 위한 경축일이 된 것이다.

한글을 가리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위대한 문자”,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언어학자들은 다투어 말한다.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인 글이며, 이 세상에 있는 소리를 모두 문자로 표시할 수 있는 유일한 글자라는 것을 우리는 한글을 배우면서 스스로 깨닫는다. 또 한글의 자모가 뜻하는 의미과 그 모양 역시 과학적이며 예술적이다.

작가 이외수는 말한다. “한글은 내게 철학이자 예술입니다. 자음과 모음은 음양의 조화예요. 조화를 이루면서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형상화 합니다. 한글 글 자 하나에도 선의 조화, 여백의 미가 담겨 있어요. 청각, 시각 등 오감에 부합되는 묘사들이 가능해요. 그림 그리듯 글을 씁니다. 한글은 ‘완전성을 가진 아름다움’이라고 봅니다.”

10월 9일은 한글이 창제된 날이 아니라 반포된 날이다. 세종 임금이 한글을 반포한 것이 세종28년 음력 9월 초였기 때문에 양력으로 환산하여 10월이 된 것이다. 창제된 때는 세종25년 12월 즉, 양력 1월이다. 그래서 북한은 한글날이 1월 15일이다.

창제가 아니라 반포를 기준으로 한글날을 정한 것은 1926년 조선어학연구회였다. 사용하는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만든 날보다 반포된 날이 더 중요하다. 세종 스스로도 창제보다 반포를 더 중시했다. ‘어리석은 백성을 불쌍히 여겨’ 글자를 만들어 널리 반포하였으니. 반포한 날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한글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자기 종족의 언어를 표기하는 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 최근 찌아찌아족의 한글 교육이 그들 탓이 아니라 우리 탓으로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하나는 우리가 먼저 한글을 아끼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널려있는 국적불명의 표기들, 외국어가 가득한 간판, 욕설과 외래어까지 난무하는 메시지나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가 다듬고 가꾸어야 할 한글의 길은 멀고 험난하다. 우리가 먼저 한글의 아름다움을 되찾아야 한다.

얼마 전 가수 싸이가 영국 옥스퍼드대학 강연에서 “앞으로도 계속 한국어로 가사를 쓰고 노래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한글의 세계화에 대해 자신있게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말은 있으나 글자는 없는 언어를 쓰는 세계의 많은 종족들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의 하나이다.

어떻게 보면 정부와 학자가 하지 못한 한글의 보급, 즉 한글의 세계화를 싸이가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이제라도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우리 한민족이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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