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칼럼] 손수건
[詩가 있는 칼럼] 손수건
  • 이용대(시인)
  • 승인 2013.02.25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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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주머니에
넣고 다닌 이력서다

헐떡이며 흘린 땀과
까칠한 입술을 닦는 동안
작업복과 함께 낡아져
너덜 데는 헝겊이다

배추같이 뻣뻣하고 푸릇푸릇할 때부터
없는 듯이 있는 듯이
뒷주머니에 넣고 다닌 친구

씻어 펴 말린 후
앞 뒤 없이 다리는데
실밥도 풀어지고 숨죽은 힘줄이다

다리미가 남긴 훈기를 얼굴에 대어본다
재봉선 풀린 네 귀퉁이에서
짠한 맥박이 전해진다.

<이용대 제4시집 - 저 별에 가기까지- 33쪽에서>

 
하루하루의 노정(路程)을 이기며 걷다보면 옷도 제대로 세탁하지 못한 채 다닌다. 여름 옷 겨울 옷 각 한 벌이면 족하다고 여기며 산다. 남들처럼 때맞춰 의장(衣欌)을 하지 못한다. 단벌이지만 주머니에는 그래도 손수건 하나쯤은 들어있다. 그러나 낡아진 옷과 같이 손수건도 오래 되었다. 깨끗이는 해야 하겠기에 세면(洗面) 때 손수건을 빤다. 그리고 다리다 보면 실밥도 풀려있고 귀퉁이가 헤어졌다. 하지만 내가 힘들어 땀 흘릴 때 이마를 닦아 주었고 남몰래 눈물질 때 친구가 되어 두 눈과 얼굴을 정성 것 정리해 주었다. 큰마음 먹고 손수건 한 장 상점에서 살 때의 뻣뻣하고 색깔 좋던 처음처럼 우리의 시작도 그랬을 것인데 모두가 다 풀이 많이 죽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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