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K-클래식 시장 개척, 실내악이 경쟁력이다
[칼럼] K-클래식 시장 개척, 실내악이 경쟁력이다
  • 탁계석(예술비평가회장, 논설주간)
  • 승인 2013.03.08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첼리스트 양정인(28)이 미국 정상의 현대음악 실내악단인 크로노스 4중주단에 입단했다. 실내악의 볼모지로 여겨지는 한국 음악계로서는 경이(驚異)로 받아들일만한 쾌거다. 물론 그가 우리 풍토에서 공부한 아티스트는 아니다.

4중주단의 5번째 첼리스트로 합류한 양정인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미와 유럽 등 4개 대륙에서 살았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그의 가족들은 지금도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크로노스 4중주단의 연주회를 본 충격적 경험이 이후 창단 40주년의 크로노스 정식 멤버가 된 것이다.

197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성된 크로노스 4중주단은 800여 곡의 신작을 초연했으며, 40여 장의 음반으로 15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실내악은 가장 쉽게 접근하지만 실은 오케스트라 보다 더 어려운 구성체다. 만들고 멤버가 교체되는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20~30년 전통을 지키는 실내악단이 그래서 흔치 않다. 전설적인 아마데우스 등의 실내악단이 고령으로 해산하면서 뿌리깊은 전통의 실내악단도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우리 국내 악단으로선 금호현악4중주단이 주목을 끌었지만 기업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을 겪은 후 해산되었고 예음실내악도 잊혀진 이름이 되어 버렸다.

때문에 내공을 쌓은 실내악단은 그 자체가 ‘음악 정신’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오케스트라로 세계의 경쟁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색깔이 있는 실내악단이라면 경쟁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우리 가야금이나 해금 등 국악기가 결합된 실내악은 독자성 때문에 K- 클래식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서양음악 그 자체를 되파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음악으로 콘텐츠를 만들면 경쟁력이 생긴다.

독일의 세계적인 국제 클래식 음악마켓인 ‘클래시컬 넥스트 ’(Classical: Next) 2013에 작곡가 임준희의 음반 ‘댄싱산조’(Dancing Sanjo)가 선정되어 오는 5월31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라이브 공연(Live Performance)으로 가야금 독주를 위한 ‘혼불-젖은 옷소매’, ‘아리랑 산조’가 연주된다.

우리 아티스트로 가야금 이지영(서울대 교수), 바이올린 김수연(뮌헨 거주), 피아노 윌리암 윤(뮌헨 거주)이 연주 무대를 확보하는 것이니 바로 K- 클래식의 진출이다.


100여개의 단체의 경쟁력을 뚫고 8개 단체가 선정된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임 작곡가의 작품이 선정되어 우리 창작에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최근 우리 실내악단은 의욕적인 단체들이 늘고 있고 실력도 출중해졌다. ‘콰르텟 21’이나 김영준의 ‘서울신포니에타’를 이어 받아 최근 클래식 칸, 올라 비올라 등이 활약하고 있다. 실내악은 거창하지 않지만 침묵의 질서를 유지해 가는 음악 저력이다. 이제 우리도 이무지치처럼 세계적인 실내악단이 나오도록 지원을 펼쳐야 한다.

눈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클래식의 정수(精髓)가 흔들리지 않고 뿌리를 내릴 때 클래식의 도약도 가능할 것이다.

애써 유학에서 배워 온 음악가들이 지금 방향을 잃은 체 좌초하고 있다. 관객 기반이 거의 없는 실내악은 개인의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에 조금씩 향상되기에 지원이 필요하다. 실내악이 없는 풍요는 사상누각이고 이런 앙상블의 비밀을 모르는 사회는 자기주장만 앞세워 싸우기만 하는 성숙을 모르는 사회다.

균형과 조화가 이뤄지려면 남을 끌어안는 포용이 있어야 하고 정교한 화음을 들을 줄 아는 원숙한 눈이 필요하다. 특히 정치가들이 실내악에 귀를 열어 품격을 익힌다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댄싱 산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