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음악계도 협동조합이 가능할까?
[기고] 음악계도 협동조합이 가능할까?
  • 성용원(작곡가)
  • 승인 2013.03.18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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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일자로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은 요즘같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같은 계통 종사자들이 모여 공동이익을 추구한다는 개념으로 인식되어지는데 과연 그게 음악계에도 제대로 시행될지는 회의적이다.

클래식음악에 종사하는 음악가들은 크게 3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에 유학을 갔다 온, 또는 국내에서 학업을 마친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의 연주자들이다. 그들은 학교에서 충분히 공부했고 거의 전부 최종학위까지 취득한 재원들로서 사회에 갓 진출한 젊고 포부에 차 있는 자들이다.

우리나라는 클래식 음악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고 클래식의 주 수요와 지원이 국가나 지자체 그리고 대학이기 때문에 그 안에 머물러 있지 않다면 제대로 된 연주나 교육 즉 음악가로서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라도 정착을 하려며 대학에 출강하거나 시립 또는 민간예술단체에 취직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를 끝내고 한국에 들어왔다는 보고인 귀국연주회를 시작으로 각 대학이나 단체에 혹 자리가 있나 알아보러 돌아다녀야한다. 매년 쏟아지는 음대 배출자에 비해 그들을 받아들일 자리는 너무나 적으니 자신이 하려는 음악보다는 학교나 인사권자의 기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니 이제 막 귀국한 젊은 연주자, 그리고 강사들이 대학과 공공단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다음이 이제 40대에서 50대 초반까지의 학교나 민간단체에 취직하지 못한 음악가들이다. 그들은 어느덧 중견으로서 음악계 돌아가는 현실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더 늦기 전에 학교에 자리를 잡으려고 더욱 더 노력하거나 아님 주류와 기득권에 미련을 버리고 스스로 학원이나 사설단체를 만들어 자생력을 키워간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제도권에 관심이 완전히 없는 것이 아니라서 어떻게라도 거기에 편입되고 같이 활동하려고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50대 중반 이상의 각 대학의 교수들이나 단체의 장들인데 그들은 각자 일가를 누리고 위치와 영향력이 보장되고 확정된 그룹이다.

필자가 나름대로의 안목으로 크게 세 부류로 음악계 종사자들을 나누어 보았는데 그럼 협동조합은 위 세 그룹 중 어떤 그룹에서 실현가능하고 먼저 자발적으로 움직이려고 할까? 처음의 그룹은 가장 전도유망하고 앞날이 창창한 사람들인데 그들을 끌어주고 도와 줄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할 것은 자명하다.

그 다음 두 번째 그룹은 힘이 없다. 세 번째 그룹은 협동조합 자체가 필요 없는 계층인데 이런 음악가들끼리 어떻게 유기적으로 잘 협조하고 조화를 이루어 조합을 구성할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음악가들은 모두 자기중심적이고 주장이 강해 단결과 융화가 특히나 되기 힘든데 신기루 같은 협동조합으로 공동의 이익, 즉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뭉치자면 그게 잘 돌아갈리 만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계에 협동조합이 필요 없고 만들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라 이런 여러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담론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음악계에 만연해 있는 학연의 끈을 과감히 끊어버리고 지금까지 클래식음악의 절대적인 수용자요 마지막 보루였던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음악 본연을 생각하고 그 음악을 듣는 자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꾀하면서 새로운 K-Classic 콘텐츠를 창출해 나갈 때 그게 바로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선례가 될 것이고 이런 협동조합이라는 것으로 성공사례가 보인다면 그것들의 확산을 가속화 될 것이 분명하다.

협동조합의 정착을 위해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의식을 가진 음악인들이 부지런히 움직여서 협동조합의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더 이상 말로만 떠들게 아니라 움직이고 행동할 때이다.

[필자소개] 성용원(Yong-Won Sung)
· 여주대학교 음악공연예술과 겸임교수
· 피아노독주앨범집 ‘The Melody of Nature’ 출시
· 오페라 ‘혹부리영감과 음치도깨비’ 광주에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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