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율학습과 ‘밥’이 학생인권과 연결되나?
[시론] 자율학습과 ‘밥’이 학생인권과 연결되나?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3.19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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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국적으로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오프라인 신문이 널려있다는 표현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과거 군사독재 시대에는 신문은 물론이요 출판사 하나만 내려고 해도 여간 그 과정이 복잡한 게 아니었다. 국민들이 자유롭게 세상 소식을 알고 비판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독재정권은 가능하다면 국민들이 우중(愚衆)이 되 주기를 바랐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정부에서 거머쥐고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모든 방송 종사자들은 사실상 정부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데 불과했다. 방송 프로그램을 짜고 제작해야 하는 PD를 비롯하여 기자, 아나운서, 기술자 등 방송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는 울분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밤낮없이 짖어대는 정권의 앞잡이들에게 둘러싸여 아무런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처지였다.

그나마 신문에서는 행간(行間) 기사를 통하여 의미 있는 ‘알 권리’를 내보내기도 했으나 그것도 곧 정보당국에서 캐치한 덕분에 함부로 쓸 수도 없는 숨은 무기였을 뿐이다. 출판사가 단행본을 발간하면서 그 책 속에 시사적인 은유(隱喩)를 삽입하는 수가 있었고 그로 인하여 베스트셀러가 되는 수도 있었으니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고난과 탄압 속에서도 의지를 곧추 세웠던 의식 언론인들이 자리를 지켜주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마음껏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은 필봉을 휘두르다가 감옥에 가거나 중앙정보부의 모진 고문에 시달려야 했다.

언론사에서 쫓겨나 초근목피로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비극도 연출되었다. 붓으로 벌어먹던 사람이 학원 강사가 되어 입으로 벌어먹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다행히도 민주화가 되는 통에 이제는 넘치는 자유를 만끽한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 출판의 자유는 갑돌이와 갑순이까지 신문사 하나씩을 챙기고 나서는 경지에 이르렀다.

도대체 이런 신문이 왜 존재해야 하나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언론의 치부가 곳곳에서 노정되고 있다. 이 나라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였다고 하는 신문기자들이 이제는 ‘기자’라는 말 속에 숨어있는 국민의 부릅뜬 눈초리에 오갈이 들어있다. 지사(志士)임을 자처했던 기자의 긍지는 저 멀리 떨어져나가고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는 무지렁이가 되고 말았다.

그것은 자유를 빗댄 신문사의 자유로운 설립에 기인한다. 너도나도 신문사 하나 가지고 있으면 신분이 보장된다던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이 나라에서 대낮에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들이 쓴 기사의 질적 수준은 어디까지 추락했을까.

기자가 기사를 작성할 때에는 신속한 보도와 국민의 계도(啓導)를 먼저 의식하는 법이다. 독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남보다 빨리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것이 생명이다. 그러나 빠르다고 해서 기사의 내용이 부실하다면 쓰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정확하게 적시하는 것은 기본에 속한다.

이를 충족했더라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추적하여 해설해야 할 때도 있다. 따라서 기사는 객관성을 전제로 내세우면서도 기자의 주관이 깃들일 수 있는 소지가 크다. 이 때 기자의 철학과 이념이 작용한다. 철학과 이념은 피상적으로 나타난 사건의 껍데기를 보는 게 아니다. 그 내면에 흐르는 본질을 파악하는데 있다. 이를 놓치면 아무리 미사여구를 차용한 기사라 할지라도 생명력이 없는 것이다.

한겨레신문이 지난 3월18일자 신문에 “‘야자’ 안하면 밥 안주는 학교”라는 제하에 “일산 대진고, 1주일에 3회 기준 미달땐 밥 안줘---인권침해 논란”이라는 부제를 단 기사를 내보냈다.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것은 입시에 대응하려는 학교 측의 피나는 노력이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싫던 좋던 간에 대학시험을 치러야 한다. 좋은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나 제도가 그렇게 되어 있으니 할 수 있는 노력은 모두 기울여야만 한다. 그 중의 하나가 자율학습인데 원하는 사람만 참여한다.

한참 자랄 나이의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하다보면 저녁 먹을 시간을 놓치게 된다. 학교 측에서는 학습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그들에게 저녁을 제공한다. 물론 유료다. 그런데 위 기사는 교육의 본질인 자율학습은 뒤로 제치고 오직 ‘밥’을 제공하느냐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교는 공부하며 인격을 완성하는 곳이지 밥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다.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학생에게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밥’만 먹겠다고 하는 태도는 학교를 식당으로 착각한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율학습을 권장하는 학교 측에서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가능하다면 전체 학생이 자율학습에 참여하여 더 많은 학생들이 자기들이 원하는 대학에 당당하게 합격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하는 일이다. 이를 맞벌이 학부모의 입장, 자율학습을 기피하는 학생의 인권으로 비약시킨 기사는 엉뚱하기만 하다.

경기도 교육청까지 나서 “자율학습과 먹는 것을 연계하는 것은 교육자가 할일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청은 ‘밥’보다 급한 교육의 본질을 먼저 말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이 먼저이며 밥은 둘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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