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카드 한 장으로 학교폭력 예방을
[시론] 카드 한 장으로 학교폭력 예방을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4.08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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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가 시작하면서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극한사태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필자는 본란을 통하여 신학기가 되면 학교폭력 문제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이미 경고했다. 학교와 교육 당국이 이에 대한 절실한 대책을 세우고 예방할 수 있도록 주시해야 한다는 점을 갈파한 것이다.

물론 경험이 풍부한 교육 당국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특히 3월 신학기는 신학년도의 시작이다. 초등학교를 나온 신입생들이 중학교 교복을 입고 낯선 친구들과 만난다. 중학교 졸업생은 고교에 진학하여 지금까지와는 전연 다른 학교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이때 새로 만나는 친구들은 서먹서먹하기도 하지만 반갑고 기쁜 만남이어야 한다. 대체적으로 많은 학생들은 새로운 얼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는다. 서로 친근하게 지내기 위한 적극적 자세를 보인다. 이해관계가 엇갈릴 필요도 없는 만남이기에 금방 친해진다.

어느 학교에서 왔느냐, 집은 어디냐 등등 궁금증을 푸는 대화 속에서 백년지기가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중에는 새로운 친구들 앞에서 괜히 으스대는 과시파들도 없지 않다. 주먹자랑, 돈 자랑, 공부자랑, 옷 자랑, 집자랑 등 하잘 것 없는 과장과 과시를 보여준다.

이런 학생들에게 초장에 주눅이 들면 후유증은 오래간다. 쓸데없는 과시족들에게는 무시하는 게 약이다. 아예 못들은 척 무시해버리고 내가 할 일만 하게 되면 금방 시들해진다. 의젓한 자세를 보이는 학생에게는 과시가 통하지 않게 된다.

과시파 학생들은 상대학생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대개 그러다 만다. 문제는 그들이 패거리를 형성하고 과시가 아닌 위협단계에 접어들면 세칭 학교폭력의 범주에 진입하는 셈이다. 위협은 범죄다. 이에 따른 희생자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는 비극적인 현상은 기성세대들이 책임지고 풀어줄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자기 학교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은폐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문제를 점점 키우고 있다. 오죽하면 폭력 현장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CCTV를 더 달아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학생이 뛰어내렸을까.

학교폭력은 쉬쉬하면서 넘길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학교당국도 그렇지만 경찰에서도 이에 대한 신념과 사명감으로 예방과 처벌을 병행해야만 한다. 고발이 들어온 다음에야 움직이는 것은 범죄 예방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할 경찰이 취할 태도가 아니며 합의를 종용하거나 고발 취하를 권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정녕 없단 말인가. 학교폭력을 예방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필자는 일찍이 학생들의 그룹화를 제창한 바 있으나 교육당국에서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학교당국이 능동적으로 7~8명씩 한 그룹을 만들도록 조직시키고 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공동으로 대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되면 학교폭력은 현저히 감소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좁은 소견이다. 이와 병행하여 폭력의 양상이 점차 금전갈취로 진화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빵셔틀이나 담배셔틀은 이미 성이 차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금전을 노리는 폭력 학생의 범죄가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냘픈 학생의 주머니를 털던 것은 고전이 되었고, 부모가 없는 틈을 노려 아예 피해 학생의 집을 터는 경지로 발전했다. 그것도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몇 달씩 지속적으로 갈취하는 일도 생겼다. 이러한 금전갈취에 대한 획기적인 폭력 예방책을 제시한 사람이 있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박근혜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시했다.

평생 축구로 살아온 한국축구클럽연맹 사무총장 김병환의 아이디어다. 그는 국민은행 축구선수로 국가대표를 역임하며 노조위원장까지 지냈다. 김병환은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학생들의 정서를 완화시킬 수 있도록 체육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시일을 요하는 것이고, 우선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학생 전원에게 체크카드를 발행해야 한다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내놨다.

학생들은 소액이나마 부모로부터 용돈을 타 쓴다. 이 돈이 갈취의 대상이다. 현금을 주지 않고 모든 소액 결제를 체크카드로 하게 되면 실시간으로 부모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폭력학생에게 카드를 뺏겨도 진상은 금방 파악된다. 피해를 입고도 학교와 부모에게 알릴 수 없던 학생의 고민은 사라진다. 카드는 블랙박스처럼 사건의 전후사정을 말해주는 열쇠가 된다. 카드 한 장으로 학교폭력의 진상을 파악하고 예방과 처벌을 병행할 수 있는 기찬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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