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급보좌관제 국민정서에 어긋나
[시론] 유급보좌관제 국민정서에 어긋나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4.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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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거론되기는 하면서도 지금까지 결말을 짓지 못하고 질질 끌고 가는 문제가 지방의원들에 대한 예우문제다. 지방의원은 원래 명예직으로 출발했다. 지방의원 제도는 자유당 시절에 개설되어 시행해 오던 것이 5.16군사정변 이후 사라졌다.

‘87년 민주화가 이뤄진 다음 필연적으로 지방자치 문제가 나오면서 결국 광역자치제와 기초자치제로 나뉘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이 때도 기초의원 제도는 두지 않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그대로 밀고 나갔다. 명예직이기 때문에 큰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설득력으로 작용했다.

지자체가 시행된 지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문제점은 곳곳에서 노출되었다. 광역과 기초를 막론하고 단체장들의 부정 비리사건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인허가권을 둘러싼 뇌물사건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하여 단체장의 20% 정도가 형사처벌을 받아야 했으며 덩달아서 의원들의 비리사건도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민 여론은 지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지방자치의 원래 취지와 의미를 몰라서가 아니라 명예직으로 주민에 대한 봉사를 목적으로 나온 훌륭한 제도가 당자들의 사익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데 대하여 큰 배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더구나 기초의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지방자치의 의미를 퇴색시키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심지어 기초의원을 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기초의원 제도에 대한 회의를 품게 된 이들이 많았다. 그것은 지방자치 의원으로서의 사명감이 부족하거나 단순한 명예직으로서의 자부심을 상실해서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의원에 대한 예우가 겨우 회의비를 받는 정도에 불과했다.

지방자치제가 정립된 선진외국에서는 지금도 명예직으로 만족한다. 아무리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라도 지방의원이 되면 주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일체의 정치적 색채를 거부하고 봉사를 맨 앞에 내세워 활동한다. 명예직이기 때문에 보수는 따로 없는 게 대부분이며 회의비 등 수당은 수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미 광역과 기초를 막론하고 보수를 정형화했다. 그것도 지방조례를 제정할 권한을 가진 지방의회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스스로의 보수를 정한다. 지자체마다 재정형편이 똑같지 않지만 연봉 4000만원에서 7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기초의원만 되어도 고소득 계열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소득과 대우는 높아질수록 더욱 큰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지방의원들의 유급보좌관은 여기에서 파생된 문제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대로 연봉은 충분하니까 비서를 두고 싶어진 것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의원들도 전문적 분야에 대한 시각을 높이기 위해서 보좌관과 비서관 게다가 인터까지 두고 있는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방의원들이 각자의 지역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압력과 호소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이에 대한 입법예고가 몇 차례 있었으나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아예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방자치를 총괄하는 부처인 안전행정부 장관 유정복이 앞장서 광역의원에 대한 유급보좌관 제도를 신설하고 기초의원에 대해서도 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나서는 통에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현역의원인 장관의 발언은 그만큼 무게가 실린다. 더구나 새 정부가 들어선지 며칠도 지나지 않은 실무 장관의 발언이라 박근혜정부의 기본방침이 그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대통령은 후보시절 지방자치제에 대한 정당의 공천제를 폐지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한마디로 지자체에 대한 불신과 연결된다. 정당공천으로 인하여 줄서기를 강요하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에게 헌금을 해야 했으며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해왔던 전철에 대한 불신의 표시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장관이 앞장서 정권 초기에 급하지도 않은 유급보좌관 문제를 꺼낸 것은 국민을 낮잡아보는 전형적인 행태다. 정권을 휘어잡았으니 이제는 지방의원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 차기 선거요원을 확보하겠다는 발상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위다.

이에 대한 신문과 방송 등 매스컴은 일제히 부정적인 여론을 감추지 않는다. 때마침 줄줄이 낙마하는 인사문제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아졌으나 지방의원 유급보좌관은 그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에 대한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 등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행정비용 등 예산만도 엄청난 혈세가 든다.

지방의원들이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면 스스로 공부하라는 비아냥까지 뒤따른다. 이 문제를 여야협상으로 돌리면 당연히 합의될 개연성이 높다. 지방의원은 그들에게 다음 선거를 유리하게 할 수 있는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국정에 대한 올바른 사명감을 가진 장관이라면 오히려 스스로 멍에를 매고 이러한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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