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태석 지회장, "유태인보다 더 뜨겁게!"
[인터뷰] 이태석 지회장, "유태인보다 더 뜨겁게!"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3.04.30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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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월드옥타 상파울로 지회장의 행보
 

“안녕하세요? 월드옥타 상파울로 지회장 이.태. 석. 입니다.”

기자를 내려다보는 남자는 양복 차림과 어울리지 않는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전날 밤,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이 회장은 가벼운 평상복 차림에 술이 올라 있었다. 명함을 건넨 후, 한참이 지나도록 이 회장은 말이 없었다. 젊은 신임 지회장은 기자와의 술자리 동석이 편치 않아보였다.

4월17일, 부안 대명리조트내 커피전문점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기자에게 할 말이 많아 보이던 이 회장은 인터뷰 내내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있었다. 브라질 상파울로의 젊은 지회장, 수재, 브라질 10대 로펌의 성공한 컨설팅 사업가, 변호사 등. 화려한 수식어와는 달리 테이블을 두고 마주본 이 회장은 순박한 시골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브라질에 간게 제가 일곱 살 때인 1975년이었습니다. 브라질 현지 은행에서 근무하다 삼성전자에 8년간 기획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지금은 브라질 로펌 ‘DLBCA'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10대 로펌으로 손꼽히는 곳인데, 이곳에서 한국인 대표 변호사는 제가 유일하다고 주변에서 비행기를 태우더군요.”

“교사로 재직하셨던 어머니께서 한글 교육을 강조하셔서 어려서부터 계속 한국어를 공부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할 때 개인적인 노력도 했고요. 그렇지만, 한자는 아직도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바로 옆에 있는 제주은행을 한참동안 찾아 헤맨 적이 있습니다. 한자로 써 있었던 탓이었죠. 한자는 한인들에게는 아직 높은 산입니다.”

- 월드옥타의 젊은 신임지회장 당선, 소감이 어떤가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여러 기업을 돕게 됐습니다. 무료 법률 자문 같은 교민 봉사도 틈틈이 했고요. 그러던 와중에 옥타측에서 영입 제의를 했고, 4년간 부회장을 역임한 끝에 이번에 회장으로 선출된 겁니다. 주변에서 축하를 많이 해주시는데, 정작 전 어깨가 무거워서 밤에 잠도 잘 못잡니다. 할 일이 쌓여 있어서 기쁨을 느낄 새도 없었습니다.”

- 야심차게 진행하는 계획이 있지 않나
“상파울로 지회의 사업 방향은 ‘한국 문화와 교육’입니다. 우선 ‘브라질에 한국 문화가 꽃피게’ 란 슬로건을 걸고 한국 문화를 전파하려고 합니다. 사실 한류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진짜 한류는 따로 있었습니다. 5000년을 면면히 내려오는 한국 전통 문화가 바로 한류의 원조 아니겠습니까? 특히, 한국의 나눔의 음식문화는 브라질 현지인들과 한인들의 공동체 의식 함양에 아주 효과적입니다. 음식을 나누면 저절로 가까워지죠. 그러다보면 ‘나와 너’에서 ‘우리’라는 의식이 생기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브라질 현지인들에게 ‘교육’은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100명의 아이들 중에 10명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그중에 단 한명만이 대학에 진학합니다. 그 결과, 브라질은 현재 전문직 인력난이 매우 심각합니다.

지속적인 교육 사업을 통해 한인 차세대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겁니다. 아까 말씀드린 한국 문화를 통해 차세대 한인들과 현지인들 간에 공동체 의식이 자라나게 되면, 한류는 이들 간의 결속력을 더욱 끈끈하게 할 것입니다. 한인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함께하는 상파울로 지회를 만들자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 그리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어떤 동기부여가 있나
“일본의 브라질 이민 역사는 100년입니다. 브라질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숫자는 150만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의 이민 역사는 50년, 교민의 숫자도 5만명에 불과합니다. 잘해도 일본사람 취급받는 것을 보고, 뭔가 달라져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한국인도 유태인만큼 잘할 수 있습니다. 유태인보다 더 뜨겁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유태인보다 더 뜨겁게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이 회장은 인터뷰 초반의 다소 긴장된 모습과는 달리 상기되어 있었다. 현지인의 동참을 유도, 상파울로 지회의 규모를 키워보겠다는 이 회장의 앞날이 평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한국인’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던 이 회장의 눈빛은 자못 결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 회장은 막상 브라질에 있을 때보다 한국에 왔을 때, 더 이방인 취급을 당한다고 웃음 지었다. 각국에 흩어져 살지만, 저마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가는 750만 한인에게 우리사회는 여전히 무관심과 편협한 배타성으로 일관하는 것 같아 보인다.

이태석 상파울로 지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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