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말을 천하게 쓰면 자기 먼저 천해진다
[시론] 말을 천하게 쓰면 자기 먼저 천해진다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7.2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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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이 속담은 엄청나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이 말 한 마디로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말과 관련된 속담으로는 “말로서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도 있다.

말을 한 번 하고 나면 그 말에 토를 달고 이의를 다는 사람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다.”라는 경구도 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입을 다물고 듣는 것보다는 못하다는 뜻이리라. 말과 관련된 이런 속담이나 금언이 수도 없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대체적으로 말에 대한 경고로서의 의미가 크다.

말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나눠질 수 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 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는 재주를 뜻한다.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문제점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신념을 밝혀 듣는 이를 설복하게 하는 힘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는 6국을 돌며 일촌설(一村舌)로 각국 제후를 설득하여 전쟁과 평화를 중재하는 설득과 이해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영국의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이끌며 유머와 기지로 미국의 루즈벨트나 소련의 스탈린까지도 중재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임전왜란이 끝난 후 사명대사는 조선왕조의 특사로 일본에 건너가 막부 통치자를 만나 끌려갔던 조선인 3천명과 문화재를 반환받았다.

비굴하지 않고 당당한 모습으로 고금동서를 섭렵하는 식견과 경륜을 펼 수 있는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말이란 이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평소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정도를 걸을 때에만 그 가치를 발휘한다. 특히 국제 외교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어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지난번 박근헤 대통령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미했을 때 품격이 높은 영어로 대담했다고 해서 많은 칭송을 들었다. 특히 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 영어로 연설하여 수십 차례의 기립박수를 유도했다는 것은 ‘말’로 성공한 사례 중의 하나다. 잇달아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만나고 청화대학에서 연설할 때에는 앞과 뒤에서 중국어를 사용함으로서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자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방도로 자국어 사용을 고집하는 수도 있지만 외교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라면 방문국의 언어를 적절히 구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많은 공부를 통하여 아는 것이 많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좀 모자라게 알 뿐이지 일반적으로 말을 통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그런데 요즘 많이 배우고 똑똑하기로 둘째가라면 서운한 국회의원들이 ‘막말’을 했다고 해서 말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귀태’라는 단어다. 솔직히 말해서 필자는 그 귀태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처음에는 지체 높은 맵시를 뜻하는 귀태(貴態)로 알았다.

귀태야 칭찬이니까 말썽 날 이유가 없다. 언론에서도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 귀태(鬼胎)라고 한자까지 덧붙여서야 그런 귀태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다. 일반적으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이 단어를 사용한 국회의원은 ‘자궁 내의 병으로 태아가 없어지게 되는 이 병명’을 찾아낸 정성이 가상스럽다.

대통령을 가리켜 ‘당신’이라고 부른 전직 총리 국회의원은 높임말이라고 우겨댄다.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당신’을 어떤 경우에 쓰고 어떻게 썼을 때 높임말이 되고 낮춤말이 되는지 다 안다. 말썽이 나니까 경어로 썼다고 하면 세상을 우습게 보는 태도 아닌가. 또 다른 한 사람은 여자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처녀의 임신과 관련한 성희롱 발언을 했다.
 
‘귀태와 당신’ 보다는 격이 낮은 발언이지만 국회의원은 품격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평범한 개그맨도 아닌 사람이 웃자고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위트와 기지가 넘치는 김삿갓식 풍자와 해학을 일부러라도 배워야 할 듯싶다. 말은 한번 하고 나면 주워 담기 어렵다. 나도 항상 글을 쓰면서도 모질고 독한 말들이 수없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쓰고 나면 “시원하다.”는 칭찬을 들을 순 있다. 그러나 글의 품격은 저만치 떨어진다. 당장에 가슴이 시원한 말은 대부분 욕이 되거나 막말로 전락한다. 말 한 마디라도 심사숙고하고 신중을 기해서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말의 품격 높이기 운동’이 우리 국회에서 벌어져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말로서 죽고 사는 국회의원이 천한 말로 스스로 천해져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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