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헐버트를 기다리며
또 다른 헐버트를 기다리며
  • 월드코리안
  • 승인 2010.10.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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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일 한류문화산업포럼 회장, 한류전략연구소장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글로만 교과서를 쓴 사람이 누군지 아는가? 고종 황제가 가장 신임했고 고종 황제 특사를 두 번이나 지냈던 외국인은 누군가? 이상설, 이위종, 이준과 함께 헤이그 특사였으며 이토 히로부미가 가장 두려워했던 존재는 누구였는가?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푸른 눈을 가진 미국인 호머 헐버트 박사가 바로 그 사람이다.

1886년 제물포에 첫 발을 내디딘 이래 20여 년 동안 교육자, 한글학자, 역사학자, 언론인, 선교사,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문명화와 주권수호에 크게 이바지한 분이다. 일제의 박해로 미국에 돌아간 후에도 헐버트 박사는 미국에서 1945년 한국이 해방될 때까지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1949년 광복절을 기해 이승만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해방 한국에서 눈을 감고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한’ 평소의 소원대로 양화진에 잠들어 있다.

일반인은 물론 공직자나 정치인들도 헐버트 박사가 누군지 잘 모른다. 그러나 그가 한국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조선에 정착하면서 그는 한 민족이 위대한 문화유산을 가졌고 학문을 숭상하는 문화민족이란 것을 깨달았고, 당시 조선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판단했다. 육영공원과 한성사범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교과서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등 우리나라 근대교육의 초석을 놓았다.

1889년에 <사민필지>라는 최초의 순 한글 교과서를 저술하였고, 1903년 계몽주의 역할을 수행하는 YMCA를 탄생시킨 주역이었으며, 구전으로 전해오던 아리랑을 양악보로 채보하여 아리랑이 오늘날 세계의 노래가 되는 단초를 열었다. <대한제국멸망사>을 출판하고 영문월간지 <한국소식>을 편집하면서 한민족의 역사와 조선의 소식을 세계에 알린 최초의 인물이다. <독립신문>의 숨은 산파 역할을 하였고 주시경 등 한글학자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이가 헐버트 박사다.

120년 전 헐버트 박사가 한글에 쏟은 열정과 사랑은 오늘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한글은 영어와 달리 ‘문자 자체가 발음기호’가 되어 쓰인 대로 정확히 발음할 수 있는 ‘일자일음 일음일자’ 원칙을 가진 글자이다.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 간편하여 쓰기와 말하기가 세계 어느 언어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쉬운 것을 헐버트 박사는 발견했다.

이렇게 편리하고 우수한 글자인 한글을 조선에서는 경시하고 한자를 숭상하고 있음을 통탄했다. 오히려 중국이 한글을 자신들의 문자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오군란 이후 조선에 주재했던 위안스카이는 중국 초대 총통 시절, 한자를 표기할 소리글자로 한글을 채택하려고 검토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헐버트 박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짐작한다.

한민족이 인류문화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라면 필자는 서슴없이 한글이라고 답한다. 한글은 한반도에만 통용되거나 한민족만이 쓰는 문자가 아니라 세계의 국민과 민족들이 사용하여 혜택을 볼 수 있는 ‘홍익문자’이다. 배우고 익히기 쉬운 글자 일뿐 아니라 8800여 자의 풍부한 소리글자를 갖추고 있어서 인간이 내는 다양한 소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500자 미만의 음절을 가진 중국어나 일본어에 비해 더욱 세밀하게 인간의 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지식정보화가 진척될수록 한글의 가치가 각광받을 이유는 문자의 입력속도가 세계 여느 문자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생산성뿐 아니라 나아가서 국가의 경쟁력에도 크나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문맹률이 낮아 의사소통이 쉬운 문자이기에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하는데 거름이 되었다. 세계 3천여 무문자 민족에게 소리글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장 유리한 문자인 한글을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최신 수출품’으로 비유했다. 미려하고 현대적인 한글은 디자인 상품으로도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세계적 디자이너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글날이다. 한류가 세계를 풍미하고 있는 이즈음, 한글이 뜨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잠재 외국인의 수가 수천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한국에 오고 싶어 하고 한국을 선망한다. 이 가운데 또 다른 헐버트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한글의 과학성 합리성에 눈을 뜨면서 한국의 매력적인 문화를 발견하는 또 다른 헐버트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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