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사랑, 사람 울리네요”
“아이들 사랑, 사람 울리네요”
  • 경주=강영주 기자
  • 승인 2013.08.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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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경심 파리한글학교 교사 “학부모와 연계하여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져야”

▲ 김경심 파리한글학교 교사
뽀글뽀글 웨이브 파마에 “울긴 왜 울어”하면서 씩씩했던 만화 주인공 캔디가 떠올랐다. 웨이브가 아닌 스트레이트를 한 커트 머리였지만 김경심 파리한글학교 교사가 그랬다.

1974년에 개교한 파리한글학교는 현재 14개 학년, 180여명 학생이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 수업을 하고 있다. ‘2013년 재외 한글학교 교사 초청 연수회’ 둘째 날인 8월1일 경주 시내에 위치한 The K 호텔 로비에서 이 교사를 만났다. 명랑한 김 교사가 인터뷰 도중 눈물을 글썽였다.

“한 번은 4세반에 유럽 동부 몰도바(Moldova)출신 엄마와 한국인 아빠를 둔 아이가 우리 반에 왔어요.”

그 아이는 교실에서 계속 돌아다녔다. 공부를 시키려고 해도 돌아다니고 물건을 정리하라고 해도 돌아다녔다.

“그 당시에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겠다는 불타는 마음이 있었어요. 학부모들이 지하철을 두 번씩이나 갈아타고 간식 싸가지고 온 모습을 보면서 ‘한글학교가 도대체 뭔데 이렇게 열심일까?’하며 감동을 받았지요.”

이렇게 학생들에게 많이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공부를 시킬 수 없는 아이가 나타난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에게 가방을 싸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아이는 또 돌아다녔다.

“그 아이에게 가방을 싸라고 행동으로 보여주었더니 저에게 살짝 불어로 ‘수업 끝났어요?’하고 묻는 것 있죠. ‘아, 이 아이는 그동안 하나도 못 알아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때 미안한 마음이 얼마나 들던지···.”

김 교사는 자신의 지나친 의욕이 아이들에게 한글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절로 기도가 나왔다.

“하루는 그 아이가 선물을 가져 왔어요. 종이에 한글 알파벳을 쓰고 그림을 그린 것이었습니다. 그 선물이 나를 더 ‘사랑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는 아이가 생각난 듯 잠시 말을 멈췄다. 수업 시간에 여전히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그 아이에게만 넌지시 불어로 설명해 줬다.

“안아주는 한글학교가 된 거죠. 프랑스 유치원은 엄격하다보니 안아주는 한글학교에 와서 아이들이 긴장을 풀고 재미있게 지내요.”

그는 소풍에 가서 그 아이의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러시아어와 불어를 했고 아빠는 한국인이지만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 엄마가 가족이 모두 모였을 때는 불어로 하다 보니 한국어가 서툴다고 했어요.”

김 교사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학부모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한글학교에서 부모의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금 깨달았다.

“한글학교는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부모가 한국어를 사용하면 일상생활에서 80퍼센트를 배우게 되지요.”

김 교사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아랍어를 공부했고 모로코한글학교에서도 교사 생활을 했다. 한국에서 아랍문학과 여성학 강의를 하기도 한 재원이다. 그는 곧 파리 평생교육원에서 다중언어에 관한 공부를 시작한다. 한글학교 학부모의 교육을 위해서다.

“아동도서는 많으나 다중언어에 관련한 교육책은 별로 없네요. 한글학교 교육은 학부모와 연결돼야 합니다. 교사들이 부모들에게 메일이나 전화로 소통하고 가정에서 한국어를 많이 접하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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