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대구와 전주는 왜 유난히 덥나?
[시론 ] 대구와 전주는 왜 유난히 덥나?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8.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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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덥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네 계절 모두 더운 상하(常夏)의 나라에도 겨울이라고 할 때에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인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너무나 또렷해서 봄가을은 선선하고 시원하며 겨울은 몹시 춥고 여름이 되면 열대처럼 무더운 나라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금년 여름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푹푹 찐다.

게다가 폭우가 쏟아지는 통에 물난리를 만나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엄청난 재산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는 그다지 흔하지 않던 일이어서 지구 온난화 현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다. 인간의 삶이 과거에 비해서 편해진 건 사실이다. 가장 실감나는 예를 든다면 교통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예전 같으면 하루 걸려 다녀올 길이 이제는 몇 시간이면 된다. 일본이나 중국을 왕래하려면 며칠씩 걸렸지만 요즘에는 단일치기도 가능하다. 국내에서의 여행은 말할 나위없고 같은 시내에서도 승용차나 버스 또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아주 쉽게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일을 처리할 수도 있다.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문명의 혜택이다.

더운 여름에는 끈끈해진 몸을 식혀줄 에어컨이 기다리고 있고, 추운 겨울은 따뜻한 난방장치가 훈훈하다. 그런데 이러한 문명의 이기들이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것까지는 좋은 일인데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나쁘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공기 오염이 비단 어느 한나라만의 영향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남북극 빙하조차 야금야금 밀려들어오는 지구의 따뜻한 바람에 슬슬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천년만년 꽁꽁 얼어 붙어있던 빙벽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고 있노라면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곧 지구의 멸망도 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난다. 예수 믿는 ‘광신도’ 중에는 예전부터 ‘휴거’에 매달린 사람들이 많다.

잊을 만하면 다시 나타나는 그들의 주장은 그동안 허황된 것으로 치부되어 왔으나 빙벽이 무너지고 빙하가 녹아버리는 현실에서는 금방 닥치지 않더라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조차 들게 만든다. 물론 하늘로 들려 올라가는 기적의 휴거는 아니겠지만 앞으로 천년만년 후에는 지구의 침몰이라는 극단적 자연붕괴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와중에 올해의 여름은 누구나 느끼고 있겠지만 유난히 더웠다. 일찍 다녀간 장맛비가 다시 한 번 대기를 식혀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까지도 갖게 한다.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보인 게 일기예보다. TV뉴스가 끝나는 시간이면 방송사마다 예쁘고 날씬한 기상 캐스터를 통하여 내일의 날씨를 알려준다.

여행을 가려고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장기 일기예보가 꼭 필요하다. 주말 등산이나 행사를 하려면 미리 일기를 살필 수박에 없는 생활구조다. 그래서 방송사마다 전국을 커버하는 예보를 준비하고,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세계 주요도시의 일기까지도 서비스한다. 과거에는 일기의 변동이 농사와 어로(漁撈)에만 필수적이었으나 이제는 생활 전반을 휘어잡는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볼 때마다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전국적으로 가장 더운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 대구와 전주다. 일시적으로 울산 등 몇 곳이 40도에 가까운 폭염을 시현했지만 평균적으로 대구와 전주는 폭서(暴暑)의 상징처럼 일기예보의 첫대목을 차지했다. 대구와 전주는 왕년에는 경상감영과 전라감영의 수부(首府)였다. 그만큼 전통과 역사가 깃든 도시다.

물산(物産)이 모이고, 사람이 꼬이고, 예술과 문화 그리고 음식과 예절의 고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거대기업이 자리 잡은 울산 포항 창원 등에게 풍요로운 자리를 내줬지만 TK 본산지로서의 대구는 아직도 의연하다. 전주는 광주에 밀려 전라도의 수부를 내주고 소리와 서예 등 예술도시로서의 면목으로 체면을 유지한다. 다만 음식문화의 대종(大宗) 역할은 여전한 듯하다.

이들 두 도시가 예전부터 겨울이면 춥고, 여름이면 더웠다. 두 곳이 모두 분지(盆地)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올 여름은 왜 그렇게 기온이 올랐을까. 어떤 모임에서 내가 이 문제를 꺼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정무차관을 역임한 유광언이 명쾌하게 결론을 내린다.

“대구와 전주는 옛날부터 더웠다. 그런데 금년에는 대구는 좀 나아졌고 전주는 더 더워졌다. 왜냐하면 대구에는 그동안 나무를 많이 심어 주위의 더위를 식혀줬고, 전주는 신시가지를 조성하면서 시 외각지대가 아파트 숲에 둘러싸이게 되어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마침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정세균이 “전주가 가장 더운 곳은 아닌데 그럴듯한 말이다”라고 거든다. 나무를 심고 조그마한 호수라도 여러 개 만든 곳은 대기의 흐름이 기온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콘크리트로 무장한 아파트만 세워 놓으면 기온을 높이는 결정적 역할만 하지 않을까. 때마침 TV뉴스에서 “내일 가장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경북 영덕으로 38도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다. “영덕은 내 처가동넨데 대게가 저절로 삶아지겠구나”하고 웃었다. 며칠이면 더위도 끝난다. 불쾌지수 없는 여름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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