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증세 논란과 국회의원의 소득세 ‘빵 원’
[시론] 증세 논란과 국회의원의 소득세 ‘빵 원’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8.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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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세계의 역사를 바꿨다. 나중에 그가 발견했다는 신대륙은 이미 ‘신대륙’이 아니라는 이설(異說)이 나왔지만 지금까지도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 신대륙에 생겨난 나라가 지금의 미국이다. 개척의 꿈을 안고 메이플라워호에 올라탄 앵글로색슨들은 프로테스탄트 정신으로 무장한 청교도들이었다.

이들을 지휘하고 지배한 것은 해가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이었다. 신대륙에 정착한 앵글로색슨은 영국 군대의 지배와 경찰의 치안 아래 원주민 인디언과의 치열한 전투를 겪으며 넓고 푸른 초원을 마음껏 유린했다. 서부에서 금이 쏟아진다는 소식은 새로운 개척정신을 북돋우며 끝없는 마차 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서부 사나이들의 권총 싸움은 나중에 서부영화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영국정부의 가혹한 세금폭탄이 떨어졌다. 본토보다 훨씬 자원이 풍부한 신대륙을 겨냥한 영국정부의 과세는 이제 정착하기 시작한 이주민을 지극했다. 조세저항운동을 불러온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세금을 걷어가지 않는 나라는 없다. 그렇지만 세금에 대한 민중의 저항도 만만찮았다.

이는 필연적으로 정부권력과의 물리적 충돌을 유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부군수 조병갑에 의한 이중 봇세(二重洑稅)가 원인이 되어 전봉준의 동학혁명이 발발했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으로 남아있다. 신대륙에 대한 고율의 과세정책을 편 영국정부에 대해서 “권리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구호를 내건 저항운동이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이것이 미국의 독립으로 발전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결과는 수많은 희생자를 낸 후 조지 워싱턴이 지휘하는 저항운동자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미국을 포기한 영국은 우뚝 군림하던 위세가 꺾였다. 하찮게 봤던 조세저항운동이었지만 독립국으로 승화한 미국은 승승장구하면서 오늘날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한다.

이처럼 거창한 실례(實例)를 든 것은 얼마 전에 있었던 박근혜정부의 증세정책 발표가 가져온 충격파 때문이다. 이른바 중산층에 대한 소득세를 대폭 올려 정부가 표방한 복지정책을 이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중산층의 기준은 유리지갑으로 부르는 봉급생활자에게 과세한다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연봉 4000만원 정도면 일단 중산층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살인적인 물가고, 교육비, 주택비 등 제비용을 따지면 그들을 중산층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그러나 정부는 명목상의 수입만으로 증세를 획책했다. 이에 대한 저항은 예상 밖으로 컸다. 때마침 국정원 댓글과 NLL문제 등으로 진보진영의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 민주당까지 가세하여 그 규모가 커지고 있을 때다.

여기에 기름을 부었으니 화이트칼라를 촛불시위에 내몬 셈이다.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화이트칼라의 지지도가 단박에 14% 빠졌다. 화이트칼라가 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는 직선제 개헌 시위에 넥타이 차림으로 참여했던 ‘87년 6월의 뜨거웠던 적극적 의사표명 이후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광우병 촛불시위는 정권을 빼앗긴 반대세력의 정치적 쇼였기에 예외다. 시위 주동은 광우병 때와 비슷한 세력들이다. 생겨나지도 않은 광우병 소동을 일으켜 재미(?)를 봤던 그들은 이번에는 ‘증세’라는 실체(實體)가 있어 정부를 압박하는 호재를 만난 셈이다.

박근혜대통령은 참으로 날쌔게 발을 뺐다. “증세문제를 원점에서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경제 당국자는 연봉 7500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함으로서 조세저항의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세금이 주는 민감성을 예기하지 못한 경제당국의 무신경은 이후 조세정책 수립에 훌륭한 교훈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즈음 때 맞춰 국회의원들의 소득세 문제가 신문지상에 떠올랐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는 입법부 대표이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에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타 기관에 대해서는 서릿발 같은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기 때문에 자신들에게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되어야 순리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세비를 올릴 때에는 국민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세비 이외의 각종명목의 수당을 비과세 소득으로 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는 국회의원이 37명이나 된다고 하면 누가 이해하겠는가.

단 4원과 6원을 소득세로 낸 사람도 두 사람이다. 51명은 지난해 10만원도 안 되는 소득세를 냈다. 전체 300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3분의1이 아예 소득세를 내지 않았거나 10만원 미만이었다는 얘기다. 나머지 3분의2 역시 그들이 받는 액수에 비해서 ‘병아리 눈물만큼’ 냈을 것은 물어보나 마나다. 국회의원의 세비는 1억4500만원이다.

그 중에서 4700만원을 비과세 소득으로 책정했다. 입법기관임을 빙자하여 자신들의 소득은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수작이다. 게다가 의원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후원금을 ‘환급’받는 편법으로 사실상 세금을 포탈하고 자신의 주머니는 비우지 않는다.

종교 사회단체에 대한 기부금도 환급받는 세금꼼수가 유리지갑 봉급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인가. 특권의식에 젖은 국회의원들의 소득세 ‘빵 원’(0원)은 많은 국민들의 조소를 면치 못할 일이다. 스스로 자중 자애하여 비과세 소득 등을 새로이 조정하고 ‘소득세도 내지 않는 국회의원’의 불명예를 씻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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