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터뷰] 오사카 홍성익 덕산물산 회장
[현지 인터뷰] 오사카 홍성익 덕산물산 회장
  • 오사카=이석호 기자
  • 승인 2013.09.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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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자 일본”··· 오사카 코리아타운 새로운 랜드마크 설립계획

 
“저는 방앗간 집 아들입니다. 오사카 조선시장 골목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코리아타운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건물을 세우는 게 제 마지막 목표입니다.”

홍성익 덕산물산 회장을 만나러 갔을 때 애를 먹었다. 9월27일 오후, 오사카 이쿠노쿠(生野区)에 코리아타운을 가로질러 덕산물산을 찾는데, 여러 곳에 덕산물산 건물이 보였기 때문이다. 일본인 직원들이 하얀 가운의 작업복을 입고 덕산물산 상품을 포장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회장실은 또 다른 건물에 있었다.

본사 6층에 들어서자 홍 회장은 마침 한국외국어대학생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홍 회장은 코리아타운을 더 확장할 계획이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새로운 랜드마크를 설립할 계획이었는데 외국어대 학생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던 것.

외대 학생들은 ‘코리아타운을 합류(合流) 공간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한 임영상 교수의 제자들. 홍 회장에게 참신한 아이디어를 주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이들을 이끈 것은 손미경 외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박사였다. 일행은 다음날부터 열리는 원코리아페스트벌에도 참관할 계획이었다.

“사실 이쿠노쿠가 코리아타운의 원조입니다. 도쿄보다 동포들이 먼저 오사카에 정착했지요. 지금 깨끗하게 변모한 코리아타운은 한 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일제시대 때 오사카로 온 동포들은 1950년대부터 이쿠노 등지에서 좌판을 마련하고 채소, 과일, 생선 등을 팔았다. 당시에는 조선시장이라고 불렸다.설날, 추석 때면 문전성시를 이뤘던 곳이다.

홍성익 회장은 재일동포 3세다. 제주도에서 살았던 그의 할아버지가 일본으로 건너왔고 아버지는 오사카에서 방앗간을 하며 동포들과 일본인들에게 떡을 팔았다. 이쿠노쿠는 그가 자라고 또한 자식들과 손자들이 살아야할 삶의 터전이다.

“코리안타운을 조성하자는 얘기는 20년 전에 나왔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이 더럽고 위험한 지역을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코리아타운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의 반대가 매우 심했다고 한다. 안 그래도 한국인들이 살고 있어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이름 자체를 코리안타운으로 하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논리를 일본 거주자들이 펼쳤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곳 일본인들도 대대로 자식들을 낳고 생활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코리안타운으로 바꾸길 원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코리아타운으로 바꾸기 위해 앞장설 사람이 필요했는데 홍성익 회장이 실무를 담당했다는 것.

“지금도 그렇지만 코리아타운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상당수 장사를 하고 있었어요.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우선 설명회를 열었고 한국 축제를 한해 두해 열면서 분위기를 조성해 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현재 이쿠노쿠 입구에 있는 2층짜리 건물하나를 구입해 코리안타운 랜드마크로 만들었다. 코리아NGO센터가 들어선 곳으로 2층에는 동포들의 작품을 전시할 공간도 있다.

“아버지가 은퇴하신 후 코리아타운을 대표하는 일을 하셨습니다. 저는 뒤에서 실무를 맡아 지원했습니다. 이제는 저도 은퇴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더 확대된 코리아타운을 만들고자 합니다. 사업은 아들에게 맡기고요.”

홍성익 회장은 오사카에서 덕산물산을 운영하고 있다. 오사카에 본사가 도쿄에 지사가 있다. 총 10개에 달하는 생산 및 물류 공장이 있다. 일부 상품은 직접 자사 브랜드로 만들기도 한다. 직원은 총 500명. 한국식품만 지난해 100억엔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진로 소주, 신라면, 풀무원 유자차 등 한국식품을 제일 먼저 일본에 판매했습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김치와 냉면입니다. 오사카에서는 CJ보다도 더 많이 판매되고 있지요.”

한국 고추장도 그가 제일 먼저 일본에 소개했다고 한다. 국내 대기업들은 수익이 불확실할 때 선뜻 일본시장에 도전하지 않았는데, 덕산의 성공을 보고 뒤늦게 직접 일본에 판매를 했다는 게 그의 말. 불티나게 판매되던 신라면도 처음 그가 조금씩 시장을 열어 인기 제품이 됐다고.

“도쿄에서도 오사카에서도 코리아타운을 활성화하자고 하는데 그 전략이 매우 잘 못돼 있다고 봅니다. 장사만 잘 하기 위해 코리아타운을 활성화하자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해요.” 홍성익 회장은 코리안타운의 한류 붐이 사그라들면 한인상권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해 순간적인 이익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인들과 함께 이 지역사회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한인상권만 중요한 게 아니지요.” 그는 공생(共生)이라는 테마를 갖고 새로운 코리아타운을 만들 계획이다. 이쿠노쿠 지역뿐만 아니라, 재일동포들이 거주했던 인근 히라노쿠 등을 묶어 새로운 코리아타운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5년 내에 이를 만들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또 다른 코리안타운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300여평의 건물을 구입해 두었습니다. 여기에 재일동포들이 문화를 함께 공유할 공간을 만들 계획입니다. 공연장, 회의장을 만들겠습니다. 재일동포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을 위한 공연도 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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