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에미리트 왕자들이 ‘태권도 2단’ 이라고?
아랍 에미리트 왕자들이 ‘태권도 2단’ 이라고?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3.10.14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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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샤르자 왕세손의 국기원 방문기
▲ 아랍에미리트 연방(UAE) 샤르자에서 온 사우드(17세) 왕자와 아하매드(14세) 왕자가 국기원 앞에서 겨루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국기원에 이르자 때마침 검정 세단이 주차를 하고 있었다. 10월11일 오후 2시,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의 샤르자 왕세손 경호실장 박형문 사범은 기자에게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 두 명의 왕자들은 아직 십대의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박 사범은 아랍에미리트 연방(UAE) 샤르자에서 온 사우드(17세)와 아하매드(14세) 왕자가 각각 5년, 4년 동안 태권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품새 2단 수여식이 예정을 위해 국기원(원장 이규형)을 방문한 터였다.

아랍에미리트 연방(UAE)은 서남아시아의 아라비아 반도 남동부에 페르시아 만을 끼고 있는 나라다. 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 아지만, 움알쿠와인, 라스알카이마, 푸자이라 등 7개의 토후국으로 이루어진 연방 국가이며, 아직 왕정 체제를 고수 하고 있다. 이 중 샤르자는 UAE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UAE 중 인구가 가장 많다.

품새 수여식에 앞두고, 박 사범은 기자에게 두 명 왕자에게 국기원을 소개해 줄 것을 부탁했다. 샤르자가 UAE내에서도 비교적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따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말 걸기가 조심스러웠다.

“태권도는 몸과 근육을 단련시켜주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강하게 해줍니다.”

사우드 왕자는 태권도의 어떤 점이 좋은지 묻는 기자의 질문이 짧게 대답했다. 한국 방문은 첫 번째라는 아하매드 왕자 역시 과묵했지만, 태권도의 메카인 국기원이 신기한 듯, 선수들의 연습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이규형 원장과의 접견 시간이 가까워 오자, 왕자들은 깐두라(Kandura)라고 불리는 하얀색 긴 원피스와 슬리퍼로 갈아입었다. 자미어래 공주도 얼굴은 내놓은 상태로 아바야(Abaya)라는 검은색 전통의상과 히잡(Hijab) 차림을 하고 있었다. 공주는 장애인에 많은 관심을 두고 국내에도 많은 후원을 하고 있다고 박 사범이 귀띔했다. 샤르자에서 온 수행원도 두 명 더 있었는데, 그 중 짧은 머리의 남자는 경호원인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원장의 방에서 품새 수여식이 진행되고, 기념 촬영이 있었다. 공주는 사진 찍는 것을 불편해 해 촬영에서 빠졌다. 이들도 샤르자에서 가져온 그림을 이 원장에게 건넸다.

이 원장이 태권도의 정신 수양 효과와 여러 교육적인 측면을 설명하는 동안 이들은 잠자코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 원장이 왕자들의 태권도 코치로 박 사범이 어떤지 묻자, 공주는 “매우 뛰어나다”고 대답했다. 왕자들은 먼저 말을 한다기보다 묻는 말에 대답을 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박 사범은 “원래 예정에 없던 일정인데, (이규형 원장이) 환대해줘서 감사하다”고 이 원장에게 말했다.

왕자들의 태권도 훈련 강도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다. 일주일에 5일, 2시간씩 훈련을 하고 있다는 박 사범의 말에 사이드 왕자는 “피곤해서 힘이 없을 지경”이라고 불평을 터뜨리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태권도를 꾸준히 할수록 심신이 강해집니다. 경호원이 있더라도 위급 상황에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시길 바랍니다.”

이 원장의 당부를 끝으로 태권도 박물관 견학이 이뤄졌다. 말이 없던 왕자들도 태권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모습에 호기심이 생긴 듯, 종종 질문을 던졌다.

박물관 견학과 기념 촬영을 끝으로 다음 일정을 위해 왕자들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박 사범에게 UAE 생활을 물어봤다.

“십년 가까이 살다 보니까 종교·문화적 이질감은 크지 않습니다. 평상시에는 왕자들과 태권도를 하고 해외 순방시 경호를 맡느라, 여러 나라를 다니고 있습니다. 태권도에 대한 현지 반응은 아주 호의적입니다. 태권도를 하는 사람으로서 감사한 일이지요.”

국기원 앞에서 박 사범과 왕자들에게 겨루기 포즈를 취해 줄 것을 부탁하자,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세를 취했다. “You are a very good model!"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자, 그제야 왕자들도 환하게 웃었다. 태권도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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