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안부 소녀상 제작한 김운성 작가
[인터뷰] 위안부 소녀상 제작한 김운성 작가
  • 강영주 기자
  • 승인 2013.10.22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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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옆 빈 의자에 앉아보세요”

▲ 위안부 소녀상 제작한 김운성 작가
만해 한용운 시인은 그 스스로가 썩지 않은 향기를 가진 논개의 애인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조선 중기시대 논개를 추억하며 “꽃과 같이 향기롭고 애처로운 그대”라고 회상했다. 그 추모가 반세기가 흘러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기억으로 연결된다.

위안부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는 그는 임진왜란 중 진주성에서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하여 순국한 논개 이야기를 꺼냈다. 2013년 9월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본지에서 그를 만났다.

“임진왜란 중 진주성 싸움에는 전라도 군인이 성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경상북도에 위치한 진주성이었지만 경상도 군인들은 게릴라전을 벌이기 위해 성 밖에 나갔지요. 진주성 전투에서 전라도 군인인 최경회 장군이 전사했습니다. 논개는 최 장군의 후처였어요.” 그리고 김 작가는 말을 이었다.

“논개는 기생이 아닙니다. 왜군들이 자축연을 벌일 때 기생으로 가장했지요.”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전라도 장수에서 태어난 논개는 일찍이 아버지를 잃었다. 최경회 장군 집에서 일하게 됐는데 그러다가 후처가 됐다. 1593년 최경회 장군이 진주성 싸움에 참가해 싸우다 진주성 함락과 함께 전사했다. 그러자 논개가 적장과 함께 남강에 몸을 던졌다. 김 작가가 말하려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 논개가 수장을 안고 죽자 기생이었다고 호적을 파버렸습니다. ‘더럽다, 천하다’고 배척을 당했어요. 국가를 위해서 희생했는데 말이죠.”

김 작가는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논개와 같은 처우를, 아니 그보다 더 큰 아픔을 겪고 비참한 대우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찾아가 미술로 돕겠다고 해서 소녀상 제작이 시작됐다. 부인 김서경 조각가와 완성한 부부 공동작품이다. 처음에는 비석을 세우려고 했다. 그러지만 단지 선언적 의미가 있는 비석보다 감동 있게 형상화하자고 해서 태어난 것이 평화의 소녀상이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은 이제는 태평양 건너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린데일 시 시립중앙도서관 앞 공원에도 있다. 그리고 한인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소녀상 설립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당시 소녀들의 모습을 재현하려고 한복을 입은 14~15세 사진을 모았습니다. 눈 모양을 올리고 내려가며 고치기를 백 여 번 했지요.” 김 작가는 소녀상에 대해서 설명했다.

“소녀상을 위에서부터 살펴볼까요? 소녀상을 보면 머리칼이 뜯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거친 컬은 소녀가 처했던 황폐한 상황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당시 소녀들은 댕기머리를 했는데 소녀상의 소녀는 단발머리를 하고 있어요.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큰 결심을 말합니다. 소녀들은 대부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국과 부모를 떠난 큰 결심을 했죠.”

그 아래로 소녀상의 손을 보면 손을 꼭 쥐여 있다. 처음에는 다소곳하게 포갠 손이었다. 그러다가 작업 중에 일본 측의 반대를 받으면서 점점 힘이 들어갔다고 했다.

“발로 내려가 봅시다. 맨발입니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신발을 빼앗겼죠. 그리고 두 발은 땅을 딛지 못하고 발꿈치가 들려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에 왔는데 배척당하고 손가락질을 받으며 고국 땅을 편히 밟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어깨 위의 작은 새는 자유와 평화를 상징한다.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와 이 일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영매 역할을 한다.

또한 소녀상 뒤에는 그림자가 있다. 상은 소녀인데 그림자는 할머니다. 소녀가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자는 어두운 과거를 보여준다. 그림자 안에 있는 나비는 환생을 의미한다.

“소녀 옆에 빈 의자가 있습니다. 생존자는 이제 50여명이고 할머니들이 많이 돌아가셨는데 그 빈 자리는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빈자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녀 옆에 앉아서 소녀의 마음을 헤아려 보길 바랍니다.”

김운성 작가

안국동 조형물 설치(2005)
분당 책 테마파크 조형물 설치(2005)
2007마리 돼지와 함께하는 꿈과 희망의 노래전
독도 특별전 (2005)
세이신 미술 한인교류전 (2002-2005)
김운성·김서경 부부 조각전 10회 (1993년부터 2007년)
움직이는 미술관(1996) 등 다수의 단체전 출품
 

 
▲ 김운성, 김서경 부부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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