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짜그릇이 요술냄비로
[인터뷰] 공짜그릇이 요술냄비로
  • 강영주 기자
  • 승인 2013.11.13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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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한인, 서미숙 작가 ‘적도에서의 산책’ 펴내
▲ 서미숙 작가

알뜰한 소비자라면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쌓이는 포인트를 놓칠 리 없다. 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미숙 작가가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국대형마트에서 공짜 냄비를 받았다. 처음에는 포인트로 받는 공짜로 주는 물건이 뭐 대단할까 하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아! 그런데 이것이 요술냄비로 둔갑할 줄이야. 좀 전에 데쳐둔 시금치는 여태껏 주부경력으로 데쳐왔던 시금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파랗게 살아 숨 쉬고 있었고, 된장찌개 또한 얼마나 깔끔하게 끓여지는지 몰랐다.”

그는 점차 공짜 전골냄비에 마음을 온통 빼앗기고 만다.

“한 가지 새로움을 발견할 때마다 외치던 ‘어머나, 어쩜, 오! 놀라워라’ 그런 감탄사들에서 ‘역시 넌 대단해!, 볼수록 신기해!, 소중하게 사용할게!’처럼 그 냄비와 사람처럼 대화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마치 그 냄비는 내 마음을 알기라고 하는 냥 매일 매일 새로운 능력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서 작가는 이를 통해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공짜 전골냄비의 무한한 변신에서 오는 사물의 가치로 인해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가치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 모든 사람들이 그 전골냄비처럼 평범하면서도 나름대로 진가를 제대로 발휘해 저마다의 가치를 마음껏 뿜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서 작가가 집필한 수필집 ‘적도에서의 산책’ 중 ‘가치 있는 삶에 대하여’의 한 대목이다.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시인과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서 작가를 11월1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재외동포재단 로비에서 만났다. 그는 문학이 마음을 치유해 주기 때문에 삶에 가치가 있다고 했다.

“몸이 아프면 약이 필요한 것처럼 정신이 우울할 때 필요한 치료제가 책입니다. 영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문학이죠.” 이러한 정신적 치유가 문인들의 사명감이라고 강조했다.

“10년 전만해도 현지에서는 한국 책이 귀했죠. 한국 책을 접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한국 문학하기가 쉽지 않아요. 해외동포 문인들은 사명감으로 일을 합니다.”

그는 2008년 한국서정문학 신인문학상 수필 부문에 당선되어 수필가가 됐다. 이 후에 월간 문예사조에 ‘봄비’ 등의 시로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대학생 아들이 있어서 자주 한국에 들른다고 하는 서 작가는 고국에서 힘을 얻고 간다고 했다.

“한국에 오는 것은 타임머신을 타고 자신의 청춘을 만나러 가는 것 같아요. 한국을 떠날 때의 나이로 돌아갑니다.”

조국에서 얻은 에너지로 해외 현지에서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 된다. 이 밖에도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힐링’ 강의를 한다.

이번 9월에 출간된 ‘적도에서의 산책’은 작가가 2008년부터 틈틈이 써 온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적도의 나라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서 살아오면서 한국인의 생활을 적었다. 열대과일 두리안, 인도네시아의 느림의 미학 등의 이야기와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느림의 미학에 관해 서 작가는 “볼에 와 닿는 바람이 끈끈하고 열대지방만의 특유하고 습한 느낌이 전신에 감돌 때가 있다. 그런데 함께 부딪치고 생활해야 하는 현지인들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듯한 느림의 일상은 그런 더위보다 한층 더 나를 지치게 했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답답한 감정을 승화시키며, 인도네시아에서 살아오는 동안 그 삶속에서 얻은 소득이라면 그것은 적절히 인내하는 기다림으로 인해 터득된 느림의 미학이다”고 언급한다.

그는 내년 3월에 인도네시아 유적지 사진과 시를 엮은 포토 에세이를 출간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그가 제시하는 수필을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

“수필을 잘 쓰는 방법이요? 가슴으로 느끼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절함이 있어야 하죠. 해외에 사니 고국에 대한 마음이 간절합니다.”

서미숙 작가

1991년 싱가포르로 건너간 후 1994년도부터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현재까지 살고 있다. 2008년 한국서정문학 신인문학상 수필이 당선되어 수필가로 등단했다. 같은 해 2월 동남아신문 싱가포르 한나프레스에서 주최하는 신춘문예 ‘늦바람’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월간 문예사조에 ‘봄비’ 및 3편의 시로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매년 한나프레스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을 위한 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회원이며 한국문인협회 인니지부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산문집: 추억으로의 여행(1992), 적도에서의 산책 (허브월드, 2013)
공저 ‘한국대표서정시선 1,2집’ 및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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