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말 우수의원일까
[시론] 정말 우수의원일까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3.12.2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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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춘다”고 한다. 돌고래 쇼에서 헤엄치고, 뛰어오르고, 박수를 치는 등 온갖 묘기를 보여주는 돌고래를 보면서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거칠 것 없는 대양을 헤엄치며 마음껏 달려야 할 고래를 좁은 수족관에 가둬놓고 이처럼 훈련시킨 사육사들의 노력은 참으로 눈물겹지만 훈련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그것은 쇼 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산 물고기를 던져주는데 있다. 고래가 사육사의 뜻에 따라 동작을 한 다음에는 반드시 먹을 것을 준다는 확신이 경험으로 형성되어 있기에 기꺼이 쇼를 하는 것이다. 고래에겐 먹을 것이 칭찬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을 잘못한다고 윽박지르기만 하면 주눅이 들어 알던 것도 잊어버리게 된다. 실제로 어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학기가 끝나면 전교생에게 상장을 줬다. 공부 잘 하는 학생이야 당연히 우등상이지만, 청소를 잘 한 사람, 심부름 잘 하기, 미끄럼 잘 타기, 깨끗한 옷 입기 등등 온갖 사례를 찾아내 상을 줬다.

학교에서 상을 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학생이 천만 뜻밖으로 상을 받자 다음날부터 자세가 달라졌다. 교실에서 떠들고 장난치고 뒹굴던 아이들이 시키지도 않은 책상정리를 하고 자진해서 청소를 했다.

‘상’이라고 하는 칭찬에 목말라있던 참이라 스스로 들든 것이다. 강요하고, 윽박지르기만 능사로 알고 있던 종전의 교육방법을 뛰어 넘어 학생이 가지고 있는 최소의 능력이라도 찾아낸 선생님들의 발상전환이 가져온 기적이었다. 이처럼 어린 학생들은 선생님의 칭찬에 솔깃했지만 명색이 국민의 대표자라는 국회의원들이 상에 굶주려있다는 보도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상을 주는 단체는 대체적으로 20여개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는 일찍이 착상하여 제법 오랜 세월동안 우수의원상이라는 걸 수여한 단체도 있으며 근래에 신설된 상도 있다. 오래 되었다고 해서 노벨상처럼 권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상을 주되 상장뿐이다. 상금은 없다.

이 단체들은 대부분 비정부기구로 불려지는 NGO다. 이들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상을 주는 이유는 국정감사를 열심히 함으로서 국회의 권위를 드높였다, 출석률이 좋았다, 입법발의를 많이 했다는 등 의원으로서의 활동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들 단체는 나름대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평가기준을 가지고 있다.

가결된 법률안의 발의현황· 국회 본회의 출석 및 재석현황·상임위원회 활동·국정감사 활동·대정부 질문 활동 등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정하고 우수의원 공적조사와 제출된 자료 등을 꼽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일반의원들보다 힘을 가지고 있는 상임위원장이나 간사들이 최우수상, 특별대상 등을 독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도 형평의 원칙을 지키려고 하는 셈인지 여야 두 명씩 선정하여 어느 한 쪽에 기울었다는 구설을 피하고 있다. NGO가 아닌 국회의장 명의로 나가는 상도 있다. ‘입법 및 정책개발 최우수·우수의원상’이다. 이 상은 다른 상에 비해서 약간의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평가기준이 발의와 가결건수,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률로 수상근거를 제시해 쓸데없는 법안발의 숫자만 늘려 놓았다는 평도 듣는다.

이로 인해서 국회의원 1인당 연간 법안발의 건수는 무려 12.98건으로 집계된다. 한 달에 한 건이 넘는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이것만 보면 놀랍다. 18대 때 1만2220건이 발의되었는데 82.2%가 폐기되었으니 낭비가 너무 심하다.

주요 선진국들의 예를 살피면 미국은 9.76건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영국 0.06건, 일본 0.12건, 프랑스 1.31건, 독일 0.16건으로 꼭 필요한 법안만을 발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의원상을 주는 단체를 살피면 경실련, 국정감사NGO모니터단,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 금융소비자원, 바른사회시민회의, 건설경제신문, 시민일보, 푸드투데이, 한국언론사협회, 조선비즈, 수도권일보·시사뉴스, 2013대한민국인물대상선정위원회, 컨슈머포스트 주최, 한국문화예술유권자총연합회, 한국입법학회·시사저널 등이다.

어떤 단체에서는 한꺼번에 100여 명의 의원들에게 시상한다. 상을 수여하는 현장은 권위나 근엄함을 찾아볼 수 없다. 한마디로 장터다. 일반 관중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모든 언론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오직 꽃다발을 들고 온 의원실 여직원들과 보좌진만이 수상현장 증명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커다란 프래카드 밑에서 수상사진을 찍으면 의원과 함께 즉시 퇴장한다. 이제 볼 일이 끝난 것이다. 우수의원 타이틀 사진은 선거 공보물로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상을 수여하는 단체가 많다보니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이나 소회의실 또는 헌정기념관 등 강당으로 쓸 수 있는 장소가 연말에는 동난다는 사실이다.

생산적으로 쓰여야 할 강당이 사진 찍기 경연장으로 변모하여 국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상 받은 의원의 숫자는 중복수상자까지 합쳐 300이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정말 의정활동에 열심이고, 훌륭한 발의를 하며,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우수의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상 받고 좋아하는 초등학생처럼 의원들도 상 받은 만큼 국리민복에 열중한다면 더 발랄 게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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