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매 위기에 처한 브라질 한국학교를 살려주세요"
[인터뷰] "경매 위기에 처한 브라질 한국학교를 살려주세요"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3.12.26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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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한국학교 살리려 모국 찾은 제갈영철 비상대책위원장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음은 급한데 일은 풀리지 않는군요.”

강남 오크우드호텔서 만난 제갈영철 회장은 내내 초조한 기색이었다.그를 만난 것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12월24일 오후였다. 그는 이날 저녁 브라질 상파울로로 돌아간다면서, 지난 1주일간 이리 저리 뛰어다녔지만, 성과가 없어 가슴이 무겁다고 했다.

제갈영철 회장은 브라질 상파울로에 있는 브라질한국학교 살리기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브교육협회가 브라질 한국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영이 부실해 세금이 체납되고, 또 누적됐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9월에는 브라질 한국학교 건물에 차압 딱지까지 붙었다고 한다. 남은 것은 경매 수순. 한국학교가 경매에 붙여져 헐값으로 넘어가는  불행을 막기 위해 체면 불구하고 모국을 찾아 도움을 구하러 다녔다는 설명이었다.

브라질 한국학교가 설립된 것은 14년 전. 당시 교민 모금액 350만불에 우리 정부 지원금 350만불, 도합 700만불로 한국학교를 세웠다. 미래를 보고 학교 부지도 큼직한 것으로 샀다. 대지 5천6백㎡에 건평 1만2천5백㎡의 교사를 지었다.

이 학교의 땅과 건물은 지금 시가로 110억원을 호가한다. 구입가에 비하면 10배 이상 가치가 올랐다. 하지만 학교 땅값이 오르는 동안 경영은 부실하기만 했다. 2004년부터는 브라질 정부에 낼 세금도 없어서  체납하기 시작했다. 2011년까지 7년간 체납된 금액이 무려 29억원. 2012년과 2013년치 세금은 가까스로 변제했으나 이미 체납된 액수가 교민사회로서 감당하기에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교민사회에서 자구책을 찾아 부랴부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한브교육협회 부회장으로 있던 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그리고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없애는 등 자구조치를 마련했습니다.”

자구조치로 인한 첫 피해는 학생들의 몫이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과정 150명을 남긴 채, 중학교 과정 61명과 고등학교과정 36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이들은 지난 가을 차례로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고 제갈회장은 설명했다.

“운영이 방만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 교육부에서 나와 감사도 했고,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도 실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시급한 것은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브라질 정부에 체납된 29억원 가운데 적어도 10억원 정도는 확보해야 경매에 부쳐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민사회에서 긴급 모금으로 2억원 가량을 장만했으나 이것으로는 태부족이라는 얘기였다.

“한국 교육부를 찾아서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국회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안타까워할 뿐이었습니다. 방안을 찾아보자고 할 뿐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교육부에서는 해외 한국학교의 경영부실을 보전하는 계정이 없어 지원이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제갈회장은 소개했다.

“우선 10억원만 긴급 지원되면 경매를 막을 수 있습니다. 브라질 한인사회에서는 이미 52명이 학교살리기에 동참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한국학교는 우리 한인사회의 차세대를 키워내는 곳입니다.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제갈영철 회장은 브라질 이민생활이 42년째로, 부모를 따라 이민간 1.5세라고 했다. 지금 손자까지 있다는 그는 브라질의 한인 차세대들이 우리말을 배우고, 우리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한국학교를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30시간 비행기를 타고 모국으로 와서 학교를 살려달라며 뛰어다니는 그의 호소가 과연 먹혀들 수 있을까? 제갈회장이 가슴 졸이는 것은 브라질 한인사회의 이같은 노력이 사후약방문이 될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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