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국인의 美의식과 자연주의
{시론}한국인의 美의식과 자연주의
  • 김형남 논설위원
  • 승인 2010.10.31 2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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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남(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세계는 지금 미(美), 즉 ‘아름다운 가치’를 놓고 전쟁 중이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는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세계는 부국강병을 토대로 한 하드 파워(Hard power)의 시대로부터 문화를 토대로 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앞으로의 사회가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를 거쳐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도래하며 미래의 상품은 이성이 아니라 우리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학자 더글러스 맥그레이는 21세기 국가 경쟁력은 국민총생산(GNP)가 아니라 국민총매력지수(GNC: Gross National Cool)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말하였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능력이나 성실이 아닌 ‘끌림’이라고 했다.

끌림은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 즉 매력(魅力)이다. 매력은 성공을 위한 중요한 열쇠다. 이제 패션, 생활용품은 물론 전자제품, 주택에 이르기까지 시장에서의 모든 상품은 아름다운 가치를 제품의 우선 경쟁력으로 삼는다.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아이폰(iPhone)을 보라. 정보사회의 총아인 스마트폰 시장은 기술력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또한 미적 감각 즉 디자인 전쟁이기도 하다. 미의식은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아름다움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많은 서양인들의 머리 속에 한국하면 떠오르는 특별한 이미지가 없다.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동양은 크게 보아 중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색채로 대변되는 중국, 무채색으로 극도의 절제미를 추구하는 일본. 두 나라의 이미지가 동양풍의 전부로 통한다.

이처럼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끼여 색깔 없는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독창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편이다. 중국의 변방 또는 일본의 아류란 인식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100여년전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조선을 '중국의 열등한 패러디'로 표현하였다. 또한 세계의 많은 경제잡지에서 한국을 작은 일본(Little Japan)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한국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은 없는 것일까? 한국인의 의식주에 반영된 독창적인 미의식은 무엇일까? 일본의 민예연구가이자 미술평론가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가 상당히 정확하게 포착했듯이 ‘무작위(無作爲)’에 있다.

한국의 미술사학자 고유섭(高裕燮)은 「무기교(無技巧)의 기교(技巧)」,「무계획(無計劃)의 계획(計劃)」,「비정제성(非整齊性)」,「무관심성(無關心性)」등을 말한다. 한국의 고고미술사학자 김원룡(金元龍)은 무화(無華), 무사(無飾), 인공(人工)이 없는 건축미를 말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최순우 또한 '미추(美醜)를 초월한 미(美) 이전의 미(美)'를 언급한다. 한마디로 ‘자연(自然)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아니 ‘자연 그 자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연에는 ‘주의(~ism) 혹은 주의(dogma)’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美의식은 자연스러움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인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자연과 가깝게 동화될 수 있는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예전에 인디언이 있었지만 영국이주민에 의해 몰락한 이후 현재는 한국인이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이다.

역사는 돌고 돌아 21세기는 다시 친환경/유기농 녹색성장이 트렌드다. 언제나 자연을 품고 사는 한국인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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