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유산] 우리 유산, 재발견(7)
[과학문화유산] 우리 유산, 재발견(7)
  • 이종호<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
  • 승인 2014.02.0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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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역사유적지구(1)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유산 가운데 하나인 경주는 ‘경주역사유적지구(Kyongju Historic Areas)’라는 이름으로 등재되어 있어 다른 유산과는 다소 다르다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다. 종묘나 창덕궁들은 단일 품목으로 등재되었지만 경주는 도시 전체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주와 같은 예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우선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는 세계사 전체에서도 서양의 로마제국과 동양의 신라가 있을 뿐인데, 경주는 그 ‘천년의 왕국’ 신라에서 1천 년 내내 ‘서울’이었다. 로마의 경우는 다소 특이하여 1000년을 넘긴 나라이기는 하나 동·서로 분리되어 서로마는 476년에 멸망하고 동로마는 1453년에 멸망했다. 경주와 동일한 선상에서 로마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주는 토함산과 남산, 선도산으로 삼면이 둘러싸여 분지와 같은 지형을 하고 있다. 5세기가 되면서 경주는 점차 도시로서 면모를 갖추게 되는데 5세기 중반에 중국의 서안을 본떠 방리제(方里制)라고 불리는 도시계획법을 도입한다. 방리제란 시가지를 바둑판처럼 정연하게 ‘방’과 ‘리’로 나누어 구획한 것을 말한다. 최준식 박사는 하나의 방리는 동서가 160미터, 남북이 140미터의 크기로 경주에 약 360개의 방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었다.

경주는 방대한 지역에 산재한 유적의 다양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적이 만들어진 시대가 매우 길다는 점도 특징이다. 가령 박혁거세가 탄생했다는 나정이라는 신라 초기 유적 인근의 남산에서는 신라 전성기의 유적은 물론 신라의 말기 유적까지 포함된다. 근 천 년에 걸친 역사가 고스란히 세계유산으로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만 이야기한다면 경주에는 불국사와 석굴암이 별도로 세계유산에 지정되어 있으므로 이들도 함께 답사하는 일정을 잡는다. 경주는 불교 유적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왕릉은 물론 왕성이나 산성도 있고 첨성대나 포석정 등 과학유산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경주 지역의 유산을 개개로 등록시킨 것이 아니라 아예 다섯 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등재했다. 궁궐터인 월성지구, 불교 미술이 대다수인 남산지구, 적석목곽분으로 대별되는 신라 초창기 왕들의 릉이 모여 있는 대릉원지구, 신라 불교를 대표하는 황룡사지구, 그리고 고대 신라의 방위 시설이라 볼 수 있는 명활산성이다.

하루가 바쁜 세상이므로 경주도 방문하지 못했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막상 답사 여행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유명 유적지를 꼼꼼히 챙기면서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답사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 설명하는 <과학문화유산답사기>는 바로 그런 고민을 함께 풀어 가자는데 목적이 있다.

경주는 천년 고도이므로 시내에 많은 유산들이 밀집되어 있는데 반월성과 안압지, 계림과 첨성대, 대릉원 등이 한 걸음 거리이므로 도보로 산책을 겸해 천 년의 역사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덕목이다. 또한 시내 한가운데 노동동과 노서동에 적석고분들이 줄이어 있는데 이곳에서 봉황대와 같은 거대한 고분과 일제강점기에 발굴되어 둥그런 빈자리만 남아있는 서봉총, 금령총터가 있으며 유명한 호우총도 보인다.

더구나 황남대총, 천마총 등은 밤에도 개장하여 경주의 진수를 맛보게 하는데 이들 모두 유네스코 세계유산임은 물론이다. 문제는 신라 천년의 모든 유산들이 ‘경주역사지구’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에 지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네스코 지정 유산들만 감안한다면 경주 시내를 관통하는 형산강을 기준으로 우측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경주역사유적지구’라는 이름으로 지정되고 좌측에 있는 많은 유산들이 배제되었다. 형산강 좌측에 있는 단석산신선사마애불상군(국보 제199호), 무열왕릉(사적 제20호), 김유신 묘(사적 제21호), 경주나원리5층석탑(국보 제39호) 등 경주의 간판급 중요 유적지들이 지정되지 않은 이유다.

또한 유네스코세계유산에 등재되기에 충분함에도 단독이거나 위치나 접근로 등이 불리하여 지정되지 않은 것도 많이 있다. 경주 일원을 답사할 때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되지 않은 것들도 함께 보아야 신라 천년 유산의 진수를 보다 충실하게 맛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과학문화유산답사기>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든 아니든 경주 일원에 있는 유산은 거의 모두 답사 여정에 넣어 신라 1000년의 참맛을 느끼도록 하는 데 기본 목적을 둔다. 경주 지역에 있는 유산을 전체적으로 연계하여 답사한다는 말을 좀 더 발품을 판다는 뜻으로 간단하게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 다루는 유산 숫자가 무려 100여 곳이 넘는데다 매우 넓은 지역에 걸쳐 있음이 걸림돌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경주의 현장에서 맛보는 답사여행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안내서이자 기본 자료집인 동시에 길잡이가 되는 것이 <과학문화유산답사기>의 참뜻이므로 이곳에 등장하는 모든 곳을 지역별로 나누어 철저하게 현장 답사를 통해서 얻은 산 체험과 지식을 담도록 했다.

 

경주 유산을 다룬 자료들은 많이 있으나 <과학문화유산답사기>처럼 거론되는 거의 모든 유산을 철저하게 답사하여 정리하는 것은 매우 번거러운 일이지만 이 때문에 답사의 초보자라도 쉽게 경주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이 경주를 답사할 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데 큰 위안을 받는다.

경주를 자주 방문하거나 답사 자료를 꼼꼼하게 챙기는 사람들은 남산에 대해 남다른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남산의 경이로움은 어느 정도 신비화되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남산지구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장소만 해도 37곳이나 되는데다 40여 개의 계곡으로 이루어져 자칫 길을 잃기 쉬운 것은 물론 남산 지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하루에 한 곳을 답사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남산이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지도 등 간략한 정보만 갖고 초행길을 떠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곳에서는 이들을 한 곳도 제외함이 없이 모두 현장 답사하여 그 진면목을 담았다. 일반적으로 경주 남산을 대략적으로 훑어보려 해도 일주일에서 10일 정도는 걸리지만 답사 요령만 있으면 3〜5일 정도로도 70퍼센트는 정복할 수 있는데 그 방법도 이곳에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위해 경주지역 답사를 세밀하게 정리한 경주남산연구소, 한국문화유산답사회, 국민대학교역사학과, 정만진, 정선중, 하일식 등이 분류한 답사로를 많이 참조했다.

 

경주를 맛보기 위해서 한 달도 부족하다는 말은 경주는 ‘살아서 꼭 가봐야 할 곳’이란 곳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한국의 유산 중에서 남다른 명성을 갖고 있는 경주를 단숨에 모든 곳을 주파하는 것만 능사는 아니다. 자신의 일정에 따라 두고두고 한 두 곳씩 방문해도 좋고 이미 방문한 곳을 재차 방문하면서 경주의 진면목과 정취를 느끼는 것도 방안이다.

그러므로 경주를 찾으면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한 번에 너무 많은 곳을 돌아보려는 욕심’을 부리지 말 것을 권유한다. 더불어 가까운 거리는 되도록 걸어 다닐 것을 권한다. 신라 천 년 고도를 ‘빨리 빨리’라는 한국 특유의 습성으로만 지나치기보다 경주 전체의 면면을 일일이 음미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답사에 들어가기 전에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과학문화유산답사기>에 설명되는 많은 내용들은 그동안 많은 선학들이 쌓아온 연구 성과에 기댄 것이다. 일일이 색인을 달도록 노력했지만 본의 아니게 빠진 부분도 있을 것이므로 이에 큰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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