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경기장에서 무시되는 선수의 인격
[전대열時論] 경기장에서 무시되는 선수의 인격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4.03.0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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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스포츠 경기는 귀족들의 오락이었고 보고 즐기는 것이었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타의에 의해서 죽느냐, 사느냐 하는 갈림길에 섰으며 상대를 때려눕히지 못하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입장에서 몸부림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생사를 건 스포츠는 거의 사라졌지만 권투경기에서는 간혹 사망자가 발생한다. 계체량에 따른 경기이기 때문에 심한 감량을 한 상태에서 경기를 하다보면 허혈증(虛血症)에 빠져 뇌사로 이어지는 수가 종종 있다.

게다가 머리에 강한 펀치를 맞게 되면 치명타가 되기도 한다. 경기를 주관하고 진행을 책임진 관계자들은 선수가 부상을 입지 않도록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하고 있지만 경기 중에 선수끼리 부딪치거나 과격한 주먹에 맞는 일까지 예방하기는 역부족이다.

복싱처럼 두 사람만의 1:1 승부에서 발생하는 부상을 빼면 다른 경기에서 그다지 위험한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선수개인의 체력이 딸리거나 연습부족에 의해서 발생하는 위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어떤 스포츠를 막론하고 선수로 뽑힌 사람은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남을 이기기 위해서는 피나는 훈련과 노력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어이없는 판정으로 은메달에 머문 김연아가 “이제는 스케이트화를 보기도 싫다”고 웃으면서 얘기한 것은 그의 진심일 것이다.

얼음판에서만 17년을 딍굴었으니 아무리 세계 제일인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지겹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를 극복하고 톱에 오른 김연아의 장한 모습은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보듬어줬다. 이처럼 모든 스포츠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뒤섞여 있다.

특히 개인경기와 달리 집단경기에서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개인의 역량이 아무리 출중하더라도 팀원들이 합심하지 않으면 경기를 풀어나가기 힘들다. 축구황제 펠레조차 자신의 능력보다 팀원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골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말하지 않는가.

과거에는 축구경기를 중계하는 아나운서도 골을 넣는 선수만 최고로 치켜세울 뿐 볼을 패스해준 선수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았었다. 그러나 요즘은 골을 넣을 수 있게끔 패스해준 선수를 ‘도움 1개, 2개’하는 식으로 부각시켜주고 있어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

집단경기에서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펠레나 지단, 메시같은 선수들의 골 감각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팀원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단 한 골도 차 넣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많은 스포츠 경기 중에서 관중과 호흡을 같이하는 경기가 농구라고 할 수 있다.

농구는 축구나 야구처럼 넓은 운동장에서 느슨하게 할 수도 있고, 빨리빨리 할 수도 있는 경기가 아니다. 대부분 실내코트에서 숨이 넘어갈 만큼 바쁘게 몰아쉬며 함성소리에 묻혀 자신도 모르게 동작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뛰게 된다. 속도가 붙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볼을 빼앗기게 되고 던진 볼도 중간에서 채이게 된다.

팀 감독은 잠시도 앉아 있을 새가 없다. 끊임없이 선수를 교체하고 타임을 불러 작전지시를 한다. 자석 그림판을 손에 들고 선수들의 동작을 일일이 가르쳐준다. 시간이 짧기 때문에 말도 빠르고 모션도 크다.

중계를 하는 TV카메라는 감독의 일거일동을 빼지 않고 그대로 생중계한다. 상대편 감독이 공개 노출된 작전지시를 알게 되면 필패의 형국이 될 것이다. 이 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감독의 욕설까지도 여과 없이 흘러나오는 통에 시청자의 눈과 귀는 어지럽다. 시간은 짧고 경기는 이겨야 하니까 감독의 본심과는 다른 감정적 욕설이 튀어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TV 생중계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선수들을 향하여 막말을 하는 것은 인격모독이다. 흔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얼버무려지고 있지만 이는 반드시 고쳐져야 할 못된 ‘관행’이다.

감독 자신은 시청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넥타이까지 맨 정장차림으로 경기를 지휘하면서 제자들을 욕설로 훈육하는 것은 효과도 없는 감정폭발에 불과하다. 때때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 일부러 화가 난척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모습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었을 때 미치는 악영향은 생각해본 일이 없는가?

운동선수들은 어려서부터 감독과 코치로부터 폭언을 듣고, 폭행까지 당하며 선수로 성장해 왔다고 한다. 농구뿐만 아니라 다른 경기에서도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스포츠는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싸움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스포츠를 통해서 건전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룰을 정확하게 지키고, 고된 훈련을 반복하여 최고의 기량을 닦으며, 이기던 지던 간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는 경지에 올라야 참다운 선수라고 할 것이며 이렇게 가르치는 감독과 코치가 있어야 훌륭한 스포츠정신이 함양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선수의 인격을 존중해주고 잘못했을 때 격려할 수 있어야 사제 간의 신뢰가 돈독해지지 않겠는가. 신사적인 감독과 코치 체계가 바로 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충언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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