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대통령의 통일준비위원회는?
[전대열時論] 대통령의 통일준비위원회는?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4.03.18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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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시작한 통일관련 담론들이 드디어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으로 크게 가시화할 모양이다. 박근혜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는 함축성 있는 발언으로 국내외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대박’이라는 순수한 우리말은 영어로 표기할 때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까지 나왔다. 대박은 크게 수지맞는 장사를 의미한다. 장사라는 표현이 천하게 들릴지 몰라도 흔히 쓰는 상용어를 가지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며,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대통령이 약간 품위 없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 ‘대박’을 서슴없이 사용한 것으로 볼 때 많은 생각을 한 다음 발언록에 올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과연 통일은 대박인가?

그동안 우리 주위에서는 남북통일이 되면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볼 때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이 들어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남한까지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리라는 비관적인 견해를 표명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대비하여 미리미리 통일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실제로 국회에서 통일기금 조성을 위한 ‘통일세’를 걷어야 한다는 제의를 한 의원도 있었고 펀드를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이들도 더러 있었다. 서독과 독일이 갑자기 통일된 다음 경제적 여유가 넘쳤던 서독 측의 비용부담이 엄청나게 컸다는 실례를 들이미는 사람도 있었으나 남북간의 문제에서는 아무런 실마리도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독일과 달리 한국에서는 남북의 군사대결이 아직도 전쟁 일보전이나 되는 것처럼 첨예하기 때문이다. 분단된 나라들 중에서 전쟁을 치르지 않은 독일과 전쟁을 치른 한국의 사정은 현실인식에서 그 차이가 너무나 크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주로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는데서 발생한다. 특히 북한의 실정을 살피면 김일성 이래 3대를 내려오며 왕조나 다름없는 세습을 눈 딱 감고 해치우는 나라다. 선거를 치르더라도 흑백 두개의 통을 놓고 찬성이면 백통, 반대면 흑통에 넣으라는 지시를 내려놓으니 목숨이 붙어 있으려면 흑통에 투표지를 넣을 장사가 있겠는가.

이번에 실시된 우크라이나 클림 자치공화국 러시아 합병투표 역시 그런 식으로 자행되었다. 다만 흑백통이 아니라 투표용지에 합병에 찬성하는지 여부만을 표시하도록 했으니 95.5%의 찬성표가 나오지 않고 배겨내겠는가.

정부에서 발표하는바에 따르면 대통령이 언명한 통일준비위원회가 4월중으로 간판을 내걸 모양이다. 준비위원의 구성이나 조직도표가 발표된 바 없고, 국회에서 정식 법안으로 위원회 구성을 결의한 것도 아니어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진 바 없다. 오직 대통령 직속으로 위원회가 구성되고 실질적인 활동과 권위를 갖추기 위해서 대통령 자신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다는 구상이 언론에 흘려지고 있을 따름이다.

통일준비위원회라고 하면 실무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부처로 통일부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자칫 옥상옥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가질 사람도 없지 않을 성 싶다. 그러나 대북협상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실무적인 역할을 하는 통일부와 준비위원회는 그 성격이 판연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대통령이 위원장을 겸임하는 기구라면 자주 회의를 열수는 없을 것이고 따로 사무국을 두고 고차원적인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설왕설래하는 양상을 보면 민관(民官)이 고루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고 국정원, 통일부, 민주평통 등 국가안보와 통일에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존 부처의 상위(上位)성격을 가질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여기서 문제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기득권을 가지고 모든 정보를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부처들의 은근한 사보타지다. 아무리 대통령의 명령이 지엄하다고 하더라도 관료의식에 쪄들어 있는 부처들이 자기네 주장, 정보, 첩보, 아집이 얽히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불협화음으로 변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미리 내다보지 못하고 지시와 명령만으로 일을 시행하다보면 시행착오의 늪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통일준비위원회는 일시적이거나, 순간적 발상이 아니었을 것이며 참모진의 진지한 논의를 거친 작품이라고 본다.

따라서 그동안 천명해왔던 북한과의 신뢰프로세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는 기구로서의 통일준비위원회가 제대로 된 임무를 모두 소화한다면 그보다 더 큰 일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통일구상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두고 모든 국민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며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뒤떨어지지 않는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되는 길이어야 할 것을 물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과 같은 전쟁무기의 폐기는 당연한 얘기일 것이며 국제기구의 인정을 받아 국민의 인권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문화국가를 건설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다만 북한의 주장과 김대중 노무현정권에서 얼버무렸던 통일방안들에 대해서도 일부 걸러야 할 것이 있는지 신중히 검토하는 것은 신뢰프로세스의 한 과정에서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통일준비위원회가 가동되면 틀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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