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하러 숲으로 갔습니다.
아직 녹음이 우거지지 않았고 작은 이파리 피어납니다. 마른 풀만 널려진 땅에는 새싹이 피어오릅니다. 풀은 죽어서도 아기풀 태어나기를 바라면서 추운 겨울 찬바람을 막아주었으니, 풀어망은 죽어서도 죽지 않았습니다. 썩어서도 아기풀의 거름이 되었습니다. 저 산 언덕에 비실거리는 작은 나무 진달래에 분홍꽃 피었고, 시커먼 벚나무에서 산벚꽃 피었습니다. 갈색의 침묵을 깨고 봄 숲은 노래 부릅니다.
내 가슴에 불을 지르리
얼마 남지 않은 봄맞이
선현한 분홍빛으로
내 가슴에 불 지르리
남아봤자 십 수 년 봄맞이면
끝일 것이 내 인생인데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내 마음에 불을 지르리
다시 오지 못할 이승의 축제를
포기하지 않고 즐기리니
묻지도 마세요
봄바람만 불어도 춤 출 거외다
꽃향기만 나도 포옹할 거외다
세월의 상처만 느껴도 눈물겨울 거외다
타다 남은 검은 부스러기 없게
완전 연소로 타서 한줌 재도 없게
내 가슴에 선홍빛 불을 화악 지르리
저작권자 © 월드코리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