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62] 화성능행도(華城陵行圖屛)
[아! 대한민국-62] 화성능행도(華城陵行圖屛)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4.04.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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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주에 갇혀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성장한 정조는 왕위에 오르자 아버지의 무덤을 경기도 화성의 현륭원으로 모셨다. 아버지의 무덤을 참배하러 갈 때 정조가 묵었던 행궁이 바로 수원화성이다.

화성능행도 8곡병풍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1735~1762)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1735~1815)의 환갑을 기념하여 거행한 행사의 전 과정을 그린 기록화이다. 조선시대 궁중기록화의 최고 작품으로 도화서의 화원 7명 외에 직책은 없었지만 단원 김홍도가 정조의 명으로 이 일에 차출되어 함께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기록화중 가장 장엄하고 회화적 완성도가 높다.

1795년(정조19년) 윤2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 동안 사도세자의 묘소인 화성의 현륭원(顯隆園)과 화성행궁(華城行宮)에서 치른 여덟 개의 주요장면을 화폭에 담은 것으로 ①봉수당에서 혜경궁 홍씨를 위해 마련한 봉수당 진찬도, ②낙남헌에서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베푼 낙남헌 양로연도, ③화성의 공자묘에 참배하는 광경을 담은 화성성묘 전배도, ④낙남헌에서 서장대 유생들의 과거를 본 뒤 합격자를 발표하는 낙남헌 방방도, ⑤서장대에서 야간 군사조련을 하는 모습을 그린 서장대 야조도, ⑥정조와 신하들이 활쏘기 시합을 하는 득중정 어사도, ⑦돌아오는 길에 시흥 행궁에 다다르는 광경을 담은 환어 행렬도, ⑧노량진에서 배다리(舟橋)로 한강을 건너는 모습을 그린 한강주교도가 그것들이다.

8폭 그림은 모두 각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해 내고 있는데 그 묘사가 기록화로서 꼼꼼하면서도 장엄하다. 전각을 중심으로 마당에서 거행되는 행사 장면에는 자유로운 행색의 구경꾼까지 그려 넣었고, 야외에서 펼쳐지는 행사장면은 주변의 건물들과 풍경을 그려 그 때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그중 환어행렬도는 화성행궁을 출발하여 서울로 들어오기 전 시흥행궁 앞에 다다른 장렬한 행렬을 그린 것인데, 긴 행렬을 갈지 자之로 배치한데다 원근법을 적용하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게 표현하였다. 한강주교도는 노량진에서 배다리를 건너 서울로 환궁하는 정조와 혜경궁 홍씨의 행렬을 그린 것으로 모여든 구경꾼들이 장관을 이룬다.

수많은 인물을 묘사하면서도 필치에 흐트러짐이 없이 꽉 짜여진 느낌으로 화원들이 최선을 다한 것이 눈에 보인다. 이때의 행사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가 있어 제작에 참여한 화원들의 면면과 행사를 주관한 사람들의 역할을 알 수 있다.

화원의 말석이었던 김홍도였지만 이 그림에는 그래도 김홍도의 화풍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그림들은 어느 한 군데 소홀한 곳이 없는 장엄한 병풍그림으로 진경시대 회화 최고의 기록화 수준을 보여주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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