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43] 웬 유감이 그렇게 많은지…
[삼강만평(三江漫評)-43] 웬 유감이 그렇게 많은지…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4.04.16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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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장기 거주하거나 중국을 자주 드나드는 한국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러저러한 유감의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그 말들을 모아 아래에 적어본다.

◇ “동북에 가면 뱃집이 작은 것이 유감이다.”
동북(만주) 사람들은 뱃집이 커 음식을 대단히 많이 먹는다. 이를테면 양고기 샤브샤브(涮羊肉)도 보통 일인당 2kg정도는 먹어야 한다. 1981년 중국 민항기가 한국으로 납치돼 왔을 때 승객의 대부분이 동북 사람들이었다. 심양-상해 행을 납치했으니 말이다. 그들은 불고기를 1인당 5인분씩을 먹는 자가 많아 한국인들을 경악하게 했다.

동북 농촌은 입동이 지나면 약 200킬로그램이 되는 돼지 한 마리 잡아놓고 한 점도 팔지 않은 채 집 식구끼리 구정 때까지 다 먹어버린다. 아마 동북의 기후가 추워서 에너지 소모가 많으므로 동북인들의 뱃집이 큰 모양이다. 그러므로 동북인들은 일본에 출장가면 일본인의 식사대접을 받은 후 호텔에 돌아와 밥을 한 번 더 먹어야 한다.

동북인들로부터 식사 대접을 받을 때, 먹자니 뱃집이 모자라고, 안 먹자니 “성정난각(盛情難却, 두터운 정을 거절할 수 없고)”하여 난감하다. 음식을 막 입에 가져다 넣어주어 마지못해 받아먹으면서, ‘차라리 뱃집이나 좀 컸더라면 좋았을 걸’하는 유감이 생긴다.

◇ “상해에 가면 ‘좀 더 멋있는 옷을 입고 올 걸’ 하는 유감이 생긴다.”
개혁개방 이래 상해의 경제가 급부상해 지금은 금융 중심지로까지 등장하면서 시민들의 생활수준이 대단히 높아졌다. 그러나 상해의 부동산 값은 북경의 3분의 2도 안 된다. 남은 돈을 입는데 쓴다. 북방 사람들은 먹는데 신경을 쓰는데 반해 상해를 대표로 하는 남방 사람들은 입는데 각별히 신경을 쓴다. 웬만한 한국인들도 송구스러울 정도로 고급 옷을 입는다.

지금 한국에 찾아온 중국관광객 중 비싼 옷을 마구 사는 사람은 대부분 상해를 중심으로 하는 강·절(강소, 절강) 사람들이다. 상해에서 사귄 중국인 애인에게 웬만한 한국 옷을 선물로 주었다가는 망신하기가 일쑤이다.

◇ “중경重慶에 가면 ‘왜 나는 일찍이 장가갔을까’ 하는 유감이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중국의 격언에 ‘양주출미녀(揚州出美女, 양주에서 미녀 난다)’는 말이 있다. 동남 연해지역에 예쁜 여자가 많으며 양주가 가장 대표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필자가 양주에 며칠간 체류하며 예쁜 여자를 별로 보지 못했다. 양주시청 간부에게 그 원인을 물었더니 하는 말이, 사실 양주에 미녀가 별로 없는데 옛날 기생 업이 발전해 강·절의 미인이 양주에 많이 모였기 때문에 난 헛소문이란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의 미녀는 중경에 많다. 중경 지역은 많은 민족이 짬뽕됐기 때문이리라. 키도 훤칠하게 크고 피부는 우유색이다. 동남 연해지역의 여자보다 성격도 부드럽고, 마음도 퍽 착하여 중경 여자와 결혼해 살아봤으면 하는 충동을 느끼다가, “아차, 난 이미 결혼했으니 어쩌지?”하는 유감만 남을 것이 뻔하다.

◇ “해남에 가면 ‘왜 나는 정력이 모자랄까’하며 유감스러워진다.”
해남성은 중국 유흥가의 소굴로 불린다. 호텔이나 여관에 들면 여자들이 너무나 달려들어 잠잘 겨를도 없다는 것이다. ‘정력만 세다면 어찌 해 보겠는데··· 참 유감이구나!’

◇ “북경에 가면 관료의 위풍에 주눅이 들고 만다.”
수도 북경에는 차관급 이상의 관료와 그의 가속을 합쳐 10만 명이나 된다는 설이 있다. 게다가 제왕帝王의 도시로서 전통적으로 권력과 관료주의가 만만치 않다. 북경에서 무엇을 하려면 권력가를 업는 것이 상수이고 또 권력이 크고 작음에 따라 개개인의 자존심과 폼이 다르다. 북경에 오래 살면 실로 권력의 가치가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 “‘산동 반도에 가면 ‘왜 나는 술에 약한가’하는 유감이 든다.”
산동 반도이 사람들은 술을 각별히 좋아하며 또한 개개인의 주량도 대단히 크다. 그곳 사람들을 술에서 이기면 사업상 도움이 되는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자기의 약한 술 재주를 한탄하게 된다.

이상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듣되 중국은 땅이 넓고 인구도 많으며(유럽공동체 전체와 비슷함) 민족도 다양하므로 지역에 따라 기질이 다르고 풍속과 습관도 틀리다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북쪽사람은 호탕하고 짜게 먹으며 남쪽사람은 섬세하고 싱겁게 먹으며, 동쪽사람은 술을 좋아하고 서쪽사람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중국에 장기거주하거 중국에서 사업하는 한국인들이 중국의 지역별 차이점을 간과하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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