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47] 중국의 대입시험
[삼강만평(三江漫評)-47] 중국의 대입시험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4.06.14 0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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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9일 사흘간 중국은 대입시험을 치렀다. 중국의 대입시험은 지구촌에서 응시자가 가장 많은 시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응시자가 해마다 1천만 명 정도 된다. 이 1천만 명 정도의 응시자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과목의 시험을 치른다.

입시문제는 옛날에는 전국이 다 같았다. 약 1990년대 후반부터 성을 단위로 스스로 입시문제 내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많은 성이 국가에서 출제한 같은 문제를 취급하고 스스로 입시문제를 내는 성은 많지 않았다. 학생모집을 성을 단위로 하기 때문에 입시 문제가 서로 달라도 별 문제점이 없다.

문화혁명 후 승학률은 1977학번이 가장 적어 4.8%였고 후에 점점 많아져 2013년에는 75%까지 올랐다. 승학률은 입학생 대 입시생의 비율이다. 중학졸업생 60% 정도만 고등학교에 붙을 수 있고 극빈 지역의 많은 학생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므로 대입시험에 참가하는 학생은 해당 연령자(19살)의 절반밖에 안 된다. 입학생 대 해당연령자의 비율로 따지면 75%의 절반 37.5%로 보아야 맞다. 즉 지금 중국의 대학 입학 비율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연령자 즉 19세 인구의 약 38%정도이다.

각 성은 그해에 대학생을 얼마 모집하는가, 각 대학은 각 성에서 학생을 얼마 모집하는가 하는 숫자는 교육부에서 성별로 쿼터를 준다. 해당성의 인재 수요량이 주요근거이다. 이를테면 동북삼성의 경우 요녕성의 인재 수요량이 가장 많고, 흑룡강성이 그 다음이며 길림성이 맨 꼴찌이다. 길림성은 산업이 낙후하므로 인재수요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므로 입시점수가 같은 학생이지만 요녕성에서는 대학에 붙을 수 있어도 길림성에서는 붙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2013년의 경우 북경시는 입시생의 20.1%가 중점대학에 붙었지만 하남성은 3.5%밖에 붙지 못했다. 하남성 학생의 질이 나려서가 아니라 교육부에서 준 쿼터가 적기 때문이다. 하남성은 산업이 낙후하여 인재의 수요량이 적으므로 쿼터를 적게 배분한다. 중국의 대학은 중점대학과 일반대학 두 가지로 구분된다. 중점대학은 중앙정부에서 운영하는 대학이고 일반대학은 지방정부에서 운영하는 대학이다. 중점대학은 질도 높고 졸업하면 취업도 일반 대학보다 잘 된다.

북경대학, 청화대학은 지방에서는 대략 100만 인구당 1.1명을 모집하지만 북경시에서는 100만 인구당 100명 가까이 모집한다. 인구 4천200만 명인 요녕성에서 해마다 50명 미만 모집하지만 인구 1천400만인 북경에서 해마다 1천300명 정도 모집한다. 그러므로 북경대학, 청화대학에 붙은 지방의 학생은 모두 대단한 인재이지만 북경에서 붙은 학생은 꼭 그렇지가 않다.

그 이유는 북경은 해마다 인재가 많이 필요한데 공부를 좀 못하더라도 차라리 북경의 학생을 모집했다가 졸업 후 쓰는 것이 지방의 학생을 들여다 써 북경의 인구팽창을 초래하는 것보다 국가에 더 이롭다는 논리이다.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다. 중국의 대입 제도는 아주 합리하고 깨끗한 편이지만 이것만은 큰 병폐이다. 약 20년 전부터 쿼터제를 없애자는 이견이 빈발하지만 지금까지 없애지 못하고 있다.

모집방법은 학교 수준, 학교 명성의 정도에 따라 차례로 뽑는다. 가령 북경대·청화대가 요녕성에서 각각 48명을 모집한다면 요녕성 교육국에서 성적 상위 110명가량의 명단을 제시한다. 그 다음 차례는 북경대·청화대 바로 하위 학교가 모집하고, 그 다음은 또 바로 하위학교가 모집한다. 마지막에 모집하는 학교는 수준이 나린 학생밖에 차려지지 않는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많은 학부모로부터 필자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자기 자식이 어느 대학에 붙을 수 있게끔 도와달라는 뜻에서이다. 요즘 필자는 벌써 몇 사람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은 상태이다. 그러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명기하기 바란다. 학생모집을 결정할 때 학교에서 성, 직할시마다 교직원 2명씩 파견한다. 누가 어디로 파견되는가는 떠나기 1~2일 전에 본인에게 알린다. 그러므로 사전에 부탁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차라리 해당 성의 학생모집 판공실의 사람에게 부탁하면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외국유학생의 입시는 연초에 치른다. 북경의 경우 북경대학은 3월에, 청화대학은 4월에, 인민대학 등은 5월 이후에 치른다. 만약 성적만 보면 대부분 한국학생이 붙으며 다른 나라 학생은 얼마 붙지 못한다. 그러므로 한국학생의 모집숫자를 제한한다. 북경대학, 청화대학의 경우 한국학생 절반, 기타 나라 학생 절반 정도 모집한다.

한국학생도 입학하게끔 도와주기 어렵다. 옛날, 이를테면 1992~2004년에는 필자의 도움으로 성적미달 자가 북경대학, 청화대학에 붙은 한국학생이 좀 있었으나 그 후에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한국학생끼리 경쟁하게 되며 성적미달의 어느 한국학생을 붙이려면 그보다 성적이 우수하지만 붙지 못한 다른 한국학생이 가만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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